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면서 차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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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면서 차별을?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4.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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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인권센터, 김조광수 감독 초청 몰래 행사…줄 세워놓고 자기들끼리만
▲ 한국기독교회협의회가 지난 28일 김조광수 영화감독을 초청해 이야기마당을 진행했다. 주최측이 당초 예정됐던 행사장이 아닌 곳에서 이야기마당이 진행되자, 기다리던 참석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소장:정진우 목사)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오히려 현장에 찾아온 일반 청중들을 우롱해 빈축을 사고 있다. 소수자의 입장에 집중한 나머지 교계 다수의 여론은 묵살해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동성애자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를 초청한 이날 행사 포스터에는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마당’이라는 문구가 새겨졌지만, 현장을 찾은 이들은 소통도, 대화도, 참여도 할 수 없었다.

이야기마당은 28일 오후 7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로 예정됐다. 하지만 동성애 반대단체들이 행사장 좌석을 차지하면서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일반 참석자들은 주최 측 안내에 따라 비표를 받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날 주최 측은 취재기자들에게도 출입증을 배부했고, 행사장 안에는 동성애 찬성 측 사람들도 입장해 있었다.

행사가 장시간 지체되자 몇몇 참석자들이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주최 측은 한 시간 가까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시각, 김조광수 감독은 이미 다른 층에서 자신의 동성애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20여명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2층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참석한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애궂은 실무자들만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 김조광수 감독이 교회협 7층 예배실에서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앤넷

주최 측은 버젓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면서, 예정된 장소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단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인권센터 정진우 소장과 사회를 본 성공회 유시경 신부는 “반대단체들이 행사장에 들어와 있어 안전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다른 곳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조광수 감독이 SNS에 자신이 초청된 사실을 알리면서 반대단체들의 반발 움직임이 일어났고, 상식적이지 않은 인사들까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이야기마당을 강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것도 같은 건물에서라면 더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 실제 일어났을 가능성도 현장 분위기로는 농후했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사람들을 줄을 세워 기다리게 했고, 교회협 출입기자임에도 명함까지 요구하며 출입증을 배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주최 측이 우려했던 대로 실제 물리적 방해까지 일어났다. 김조광수 감독이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반대단체 인사들이 뛰어 올라갔고, 김조광수 감독까지도 위협 아래 놓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에게 물리적 접촉 시도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현장에 출동해 있던 경찰 관계자들과 주최 측 인사들이 보호하는 가운데, 이야기마당 행사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급하게 건물을 빠져나가야 했다.

▲ 동성애 반대단체 인사들이 난입해 행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주최측 인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가야 했다. 사진 속 파란 속 옷입은 사람이 김조광수 감독

교회협 인권센터는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한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와 교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동성애 인권 문제에 대한 복음적 응답의 길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대 측 인사들의 폭언과 물리력 행사 시도에 큰 문제가 있고, 소수자의 견해를 듣기 위해 마련한 것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을 안내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자신들만의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은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인권센터는 혼란을 우려해 이날 행사를 내부간담회로 진행한다고 했으면서도 중앙 일간지 2곳과 통신사 1곳의 기자들을 따로 불러 취재토록 안내한 것. 이 과정에서 교회협을 꾸준히 담당해온 교계 출입기자들을 완전히 배제시켰다. 일부 기자가 우연히 행사장을 발견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동성애 문제가 교회의 쟁점이고, 교회와의 소통과 대화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회를 대상으로만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사 시작 전부터 이 같은 진행방식은 논의됐고 인권센터측이 특정 언론사를 지정해 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차별에 대해 정진우 소장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진상을 파악해보겠다고만 답했다.

교회협은 행사 다음날인 29일 ‘이야기마당에 대한 폭력적 방해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서 “참가자들과 언론에게 충분한 설명을 드릴 수 없어 의도치 않은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라고만 밝혔다.

▲ 동성애 반대단체는 밤 늦게까지 한국기독교회관 인근에서 반대시위를 계속했다.

한편, 행사 현장에서 보여준 반대단체 인사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리에 앉아있던 동성애 반대 인사들에게 주최측은 비표를 받고 입장하도록 권유했지만, 시종일관 거부한 채 자신들의 목소리만 낼 뿐이었다.

또 행사장 밖에서도 반대단체들의 위협적 시위가 밤까지 계속됐으며, 여기저기서 찬반 견해를 가진 사람들 간 충돌이 빚어져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겼다. 인근 혜화경찰서 병력까지 출동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이야기마당 행사에 하루 앞서서는 교회협 회원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채영남 총회장 명의의 공문을 교회협에 전달하고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특강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통합총회는 “불가피하게 진행해야 할 경우, 후속 대화과정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인사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마련하길 바란다.”며 “회원교단과 그리스도인의 신앙 정체성과 정서와 문화에 대치되는 행사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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