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는 자와 함께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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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는 자와 함께 울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4.20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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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는 태양 볕이 제법 뜨겁게 느껴지는 4월이다. 봄도 이제 다 지났나 싶어 어제는 제법 늦게까지 틀어놓았던 보일러를 끄고 찬물 세수를 감행했다. “앗 차가워.” 오판이었다. 물은 아직도 많이 차가웠다. 순간 2년 전 차가운 물속에서 숨져간 304명의 안타까운 영혼들이 떠올랐다. 얼마나 추웠을까.

평소 취재용 카메라 한쪽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다. 그런데 가끔 취재 현장에서 이 노란 리본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을 만난다.

“결국엔 교통사고”, “이쯤 했으면 그만 해라”, “보상을 바라고 저런다”고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이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 12일에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신대학교, 한신대학교 학생들이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하는 기도회를 연 것이다. 이날 모인 신학생들은 “아직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미수습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했다. 이들은 그저 엄숙하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곁을 지켰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했을 뿐이라고 말한 한 신학생의 말에서 희망이 느껴졌다.

더욱 다행인 것은 참사 2주기를 맞아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나선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3월 27일 세월호 신학강좌를 필두로 기독인 포럼, 세월호 기억주일, 4월 11일 기독인 집중행동의 날이 연이어 진행됐고. 4월 13일에는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가 열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단원고 인근 재래시장에서 8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희망나눔 프로젝트도 고무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 및 성도 1천여 명은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단원고 인근의 재래시장을 찾아 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시장 상품 구입을 통한 경제 회복에 힘써왔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깊은 슬픔 속에 있는 유가족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위로가 전해지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편지로서 일회

성 행사가 아닌 진정성 있는 움직임을 계속 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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