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년 기다리던 세계기도일 예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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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년 기다리던 세계기도일 예배였는데…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6.03.0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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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파를 초월한 전 세계 교회 여성들이 한마음이 되어 드리는 예배가 있다. 매년 3월 첫째주 금요일 오전 11시, 세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는 세계기도일 예배다. 각 나라별로 돌아가며 예배문을 작성해 드리는 세계기도일 예배는 우리나라에서도 1922년부터 시작해 오랜 내력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마다 취재차 간 세계기도일 예배이기도 하지만 교회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예배에 참석하곤 했다. 프랑스, 이집트, 바하마, 그리고 올해 쿠바까지 그 시대의 현 상황과 세계 교회를 위해 여성들은 크고 작은 예배 처소에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했다. 매 예배 제대 장식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천과 초, 꽃, 성경책, 십자가, 주제그림, 과일 등이 정성스레 올려졌다. 예배문을 낭독하는 맡은이들도 자신의 순서를 성실히 해내며 진심으로 세계기도일 예배를 드렸다.

예배당 의자에는 딱 봐도 예배를 드리러 다른 교회에서 온 성도들이 앉아 있곤 했다. 감리교회에서 드려졌던 어느 때는 구세군 제복을 입은 여성들이 가득 앉아 있기도 했고, 다른 교회에서 찾아왔는지 예배 처소를 두리번거리는 연로한 권사들도 많았다. 또 예배 처소를 맡은 교회들은 저마다 세계기도일 예배를 찾아 온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점심 식사를 자비량으로 정성껏 준비하기도 했다.

 

▲ 지난해 열린 세계기도일 예배 모습.

올해도 한 해 동안 기다려왔던 세계기도일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카메라를 챙겨들고 서울 어느 교회를 찾았다. 내게는 매년 이 예배를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그때마다 정성껏 마련된 제대 장식과 예배문을 낭독하는 교회 여성들 등 아름다운 예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그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것만큼 한 해 그 어떤 취재보다 보람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올해는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내가 찾아 갔던 예배 처소는 제대 장식도 생략되어 있었고, 예배문 낭독 또한 통째로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취재자료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다른 교회를 찾아가야 하나 싶었지만 주변 지역 교회를 찾아가자니 다른 예배 처소는 멀었고, 한국의 '2016년 세계기도일 예배'는 끝나가고 있었다.

곧바로 시작된 설교에서 예배 처소를 마련한 목사는 다른 교단, 교회에서 온 성도가 얼마나 있는지 먼저 물었다. 나도 궁금하던 차였는데 또 한번 실망을 하고 말았다. 100여 명 모인 자리에는 그 교회 성도가 전부였고, 다른 교회 및 교단 여성은 전혀 없었다. 질문했던 목사는 속상한 말투로 “다음해는 온 세계 교단을 초월한 세계기도일 예배가 되길 바란다”며 말씀을 시작했다. 기분이 참 씁쓸했다.

각 예배 처소마다 지역회장이라는 세계기도일 예배 담당자가 있다. 지역회장은 세계기도일 예배준비위원회를 담당하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지도 아래 예배 준비를 한다. 세계기도일 예배 전 3차례에 걸쳐 준비 모임을 갖으며 세계기도일 예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숙지하는 절차를 밟는다.

안내를 하던 여성분은 그 교회 전도사였는데 그에게 왜 예배단 장식이 없냐고 물으니 담당자가 따로 있어 잘 모른단다. 예배문을 마음대로 생략해도 되냐니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단다. 지역회장이 누구냐니 본교 여선교회 총무란다.

주최 측인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 "내가 간 교회에서는 제대 장식도 생략되어 있었고 예배문도 읽지 않았다. 왜 그런 거냐"고 물어보니 "이 교회 지역 회장은 그동안 준비차 모이는 지역회장 모임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말 할 뿐이었다.

▲ 김목화 기자

전국의 한국교회 세계기도일 예배 지역회장들이 모두 이렇다는 건 아니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발품을 팔아 제대 장식을 사비로 마련하고, 지역의 수많은 교회를 찾아가 함께 예배드릴 것을 권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지역회장들이 더욱 많다.

예배자리에 모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도 하지만, 헌신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계기도일 예배 지역회장이라 한다면 최소한의 책임감은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세계기도일위원회 또한 좀 더 체계적인 예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더 많은 교회여성들이 함께 모이기에 힘쓸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교단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세계기도일위원회와 손잡고 하나님 영광을 위해 세계 평화와 교회 여성,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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