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낮아진 예수님처럼, ‘낮은 자리’에 서는 교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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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낮아진 예수님처럼, ‘낮은 자리’에 서는 교회로”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6.03.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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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기획특집, ‘고난의 영성’으로 생명 살리는 운동 전개해야

‘21세기형’ 사순절 캠페인 새롭게 시도돼야

고난당하는 이웃의 아픔에 참예하는 시간되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를 묵상하는 사순절이 돌아왔다. 지난 13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시작된 사순절은 부활절(3월 27일)까지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께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이다. 한국교회는 가톨릭처럼 사순절을 의무적으로 지키지는 않지만, 다양한 절제 훈련을 통해 세상적인 오락을 삼가고 신앙생활을 새롭게 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순절을 맞이하는 기독교인의 자세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대표회장 김명혁 목사는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다. 십자가는 결국 가난과 고난, 죽음의 영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난과 가난은 멀리하고 복만을 구하는 것이 오늘날 많은 교회의 현실”이라며 “이 상황에서 스스로 낮아지고, 멸시를 받고 세상이 아닌, 천국을 흠모하는 것이 사순절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라고 밝혔다.

▲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은혜를 묵상하는 사순절, 한국교회가 개인영성훈련과 함께 고난당하는 이웃을 돌아보며, 받은 사랑을 나누는 활동에 나서야 할 때다.

#‘21세기형’ 사순절 캠페인 전개해야

사순절 많은 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희생적 사랑을 기억하며 개인경건생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하나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깊은 영성을 고양하기 위한 시간으로 ‘40일 릴레이 금식기도’와 ‘특별새벽기도회’, ‘큐티(QT)’, ‘말씀 묵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금식기도’는 십자가의 고통을 묵상하며 자신의 모든 죄악을 낱낱이 회개함으로써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맡기는 시간이다.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 현대인들을 위해 새롭게 최근 시도되고 있는 것이 ‘미디어 금식’ 캠페인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 과도한 미디어 사용을 절제하고, 확보된 시간은 기도와 말씀 생활로 채우자는 것. 단순히 미디어를 차단하는 것뿐 아니라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고 기독교 신앙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미디어를 가려먹는 ‘미디어 회복운동’도 함께 펼칠 수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원장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순절을 경건하게 보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해왔다면, 이제는 더욱 구체적 실천을 위해 힘써야 할 때”라며 “미디어 금식 등 21세기형 사순절 실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사순절을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개인적 성화나 회개에만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공동체적 관점에서 회개하며, 각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하나님 나라’ 회복을 위한 운동 확산

그렇다면 세계교회들은 사순절을 어떻게 지키고 있을까.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기 위해 ‘생명’을 살리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 서구권 교회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물의 경제’를 주제로, 사순절 전후 7주간 동안 생태적-평화적 관점에서 물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조명한다. 물의 사용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물이 항상 균형을 이루고 평형을 이루는 것처럼 신자유주의 속에서의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평화롭게 풀어보자는 것.

미국과 캐나다의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사순절 기간, ‘낙태 반대 운동’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리는 캠페인도 일어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주변에서 낙태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찾아가 위로하며 기도해줌으로써 아기가 살아있는 생명체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권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캠페인의 효과는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4시간 논스톱 철야기도’와 함께 진행되는 이 캠페인은, 지난해 9천699명의 아이들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보고됐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에는 이 캠페인이 시작 된지 8일 만에 35명의 아기들이 생명을 구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예수님은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서 십자가를 지셨다. 사순절 기간, 말씀과 기도로 영적인 삶을 새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세상이 하나님의 질서에 따라 바르게 세워지는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독교인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사순절을 맞아 한국교회가 이분법적인 신앙을 넘어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더욱 갖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소외된 이웃 돕는 사순절 캠페인 ‘눈길’

한국교회의 많은 단체들도 사순절 기간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의미 있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제사랑재단(대표회장:김영진)은 사순절을 맞아 지구촌 결식 어린이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루 한끼 금식하고 이를 모아 북한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의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성금에 모금하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기독교 국제구호개발기관 글로벌비전(이사장:이정익)은 사순절을 맞아 제3세계국 빈곤가정 및 아동들의 식량지원 위한 ‘2016 고난주간 한 끼 금식 캠페인’을 전개한다. 고난주간에 ‘한끼’ 금식을 실천함으로써, 식량난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의 미취학 아동을 위해 절약한 식사비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고난당하는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는 ‘금식기도회’도 열려 이목을 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사순절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5일간 비정규직을 위한 금식기도회를 열고, 마침기도회까지 1일 또는 한끼 금식기도를 진행했다. 또한 사순절 기간 세월호 희생자 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청년 노숙인 등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사순절을 맞아 ‘사랑의장기기증’ 서약을 통해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는 교회도 늘어가고 있다. (사)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사장:임석구 목사)은 지난 23일 감리회본부에서 ‘한국교회 사순절 생명나눔선포식’을 열고 생명나눔운동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봉일천감리교회 300명의 성도들이 후원(월1만원)을 약정하고, 사순절기간 동안 집중해 기도하기로 했다. 또 안승철 감독과 (사)생명을나누는사람들 이사장 임석구 목사는 공동으로 ‘기드온 300용사’운동 협약을 체결했다. 수술비가 없어 각막이식을 받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빛’을 선물하기 위해 10개 감리교회가 해마다 300만원의 수술비 후원을 약속했다.

#‘부활 이후의 삶’ 준비하는 시간 돼야

사순절을 맞아 많은 한국교회들이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순절 이후의 삶’이다. 40일의 여정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했다면,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 실천 과제를 찾을 때 참된 삶의 열매가 맺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빈 교수는 “부활절 이후 50일은 기쁨의 절기다. 사순절은 부활절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기점을 삼기 바란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구조적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소외된 이웃과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십자가와 부활”이라고 강조한 김명혁 목사는 “중요한 것은 부활이 없으면 모든 것이 가짜라고 했다. 부활은 세상의 부귀영화, 행복을 부인하고, 천국을 소망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세상이 아닌 천국을 소망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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