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주년 ‘청년특집’] “3포? 3기·3희도 있다”

28세를 인생의 황금기로 만들려면 김목화·손동준·정하라 기자l승인2016.02.03 01:30:15l수정2016.02.03 17:35l1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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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성인남녀 2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당신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인가’를 물었다. 대다수가 인생 황금기를 28세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기라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젊고 건강해서’, ‘능력을 인정받는 시기라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운동선수들의 경우 28세 전후를 전성기로 보는데, 이 나이가 되면 노련함과 함께 신체적 능력과 정교함 등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뿐이랴. 철학자 니체는 28살에 자신의 첫 철학저서 ‘비극의 탄생’을 출판했고, 근대과학의 창시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28살에 당시 유럽 최고(最古)의 대학인 파도바 대학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이처럼 28세는 창조력과 잠재력이 가장 왕성하게 표출되는 ‘성인세계 진입기’를 지나 자신의 삶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선택을 탐색하는 ‘30세 전환기’에 접어드는 나이다. 1988년 2월 1일 첫발을 내딛은 기독교연합신문도 그런 나이가 됐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사시로 한국교회의 공기(公器)로서 그 사명을 다해온 기독교연합신문이 지난 28년과 새로운 28년을 바라보며 한참 청춘을 꽃피우고 있을 대한민국의 동년배 청년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찬란’은 멀고, 짠한 마음이 몰려온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는 벌써 옛말이 됐다. 이제는 인간관계와 희망, 건강까지 포기하는 ‘9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모의 학력이나 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이어져 계층을 고착화 한다는 뜻을 가진 ‘흙수저’, 한국 사회의 어려움을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 같은 단어들이 이 세대를 관통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절망과 포기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 희망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세상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청춘

<취업>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자신감 바닥”
‘N포 세대’ 청년들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이 취업에 대한 고민이다. 지난해 교육부에 따르면 대졸자의 취업률은 2014년 기준 67%로 작년보다 줄어든 수치가 나왔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지방의 사립대를 졸업한 A 씨(29)는 올해 명절에도 집에 내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벌써 취업을 준비한지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변변찮은 직장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기 두렵기 때문이다. 취직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취업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자격증을 땄고, 영어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취업문은 좁아지는 느낌이다.

김 씨는 “다른 사람들은 내가 너무 눈이 높은 것이 아니냐며, 어디든 일단 들어가라고 충고한다. 처음엔 조금만 더 준비하면 더 좋은 곳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고 나니, 경쟁하는 상대도 더욱 많아지고 원서를 써도 연락이 잘 오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감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며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2년째 구직활동을 하다가 1년 동안 취직을 포기하고 무기력한 삶을 보내고 있다는 B씨. 그는 날마다 PC방을 전전하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도 라면을 먹으며 게임을 하느라 며칠 밤을 샜다는 B 씨(28)는 “취업이 잘 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는데, 게임을 하다보면 고민을 할 틈새가 없다. 그냥 아무런 고민 없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장소를 찾다 보니 PC방에 자주 오게 됐고, 이제는 이러한 삶이 익숙해졌다”며 “현실을 생각하면 한 없이 우울해진다. 그나마 게임을 하는 시간만이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라고 위안했다.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다들 어렵고 힘든 시대라고 하지만, 무언가를 시도해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힘들고 비참하다”며 “매일 저녁, 내일 아침이 다시 찾아 오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잠든다”고 고백했다. 

 

<결혼> “결혼은 현실… 사랑은 나중에 할래요”
32살 직장인 김선직(가명)씨는 최근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이별했다. 돈이 문제였다. 여자친구가 자신의 직장이 있는 경기도 모 도시에 아파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기 원했지만 김 씨의 현재 월급으로는 아파트는커녕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뜻하는 신조어) 조차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을 좀 낮춰 빌라나 원룸에서 시작하고, 결혼식도 단촐하게 할 수는 없겠냐는 김 씨의 설득에도 여자친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대로 연애만 지속하다가 나이만 계속 먹어서 아이 낳기 어려운 지경이 될 것”이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김 씨도 그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유학 실패로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김 씨는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 취업이 늦었고, 자연히 월급도 넉넉지 않았다. 본인의 장래 희망을 위해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있지만 당장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지금 당장 내 앞가림 하기에도 바쁜데, 연애다 결혼이다 신경 쓰느니 차라리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5년 뒤라고 크게 좋아질 거라는 확신도 없고, 여자친구를 책임지지 못할 바에야 지금 헤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차라리 다행이다.”
김 씨는 학창시절 공부도 상위권에 성격도 쾌활해 주변에 늘 친구가 많았다. 부모님께 손을 벌려 어렵게 유학까지 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유학에 실패한 것이 이렇게 큰 타격을 줄 줄 몰랐다.

“학적 문제로 한국에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유학길에 올랐는데, 화근이 됐다. 현재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취업하려니 한계가 있다. 나이도 벌써 서른 두살이라 기업에서도 부담스러워 한다. 한 번의 실패가 이렇게까지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줄은 몰랐다. 지금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배우며 일하고 있다. 당분간 결혼이나 연애를 꿈꾸기는 어렵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출산> “둘이 살기도 빠듯…아이는 부담”

33살 임명순(가명) 씨는 남편과 맞벌이로 일하고 있다. 직장인인 그녀는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녀의 꿈은 임상 심리사. 이제 막 대학원 3학기를 마친 그녀는 당분간은 출산 계획이 없다. 어쩌면 계속 낳지 않을 수도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 주변 어른들은 만날 때마다 ‘아이는 언제 갖느냐’고 물어보신다. 그런데 사실 저는 아직 생각이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것들을 다 포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공부도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한다.”

공부뿐이 아니다. 아이를 낳는다면, 지금 다니는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현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보니,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 복직 같은 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것. 

“운 좋게 새 직장을 찾아 맞벌이를 한다 해도 아이는 누가 키워주나 싶다.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들이 서울로 올라오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디 맡긴다고 해도 그 돈이면 차라리 제가 키우는 게 속편할 것 같다. 무상보육은 말뿐이고, 어린이집 지원에 몇 백 명이 몰렸다는 뉴스를 보면 그냥 낳지 않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좋겠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남편도 일을 하지만 남편 혼자 벌이로는 생활이 막막하다. 결혼할 때 빌린 전세자금 1억원도 이들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연로하신 시부모님의 병원비와 약값, 생활비도 매달 나가고 있다.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으로썬 아이를 낳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예쁜 아기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문뜩 들 때도 있지만, 그보단 아이에게 ‘흙수저’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편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서울 가임여성 1명당 평균출생아 수는 0.98명, 이미 1998년부터 초저출산사회로 진입했다.

 

믿음으로 보면 ‘희망’이 앞선다

<취업> “취업포기? 창업으로 정면돌파!”

“취업 말고 창업!”을 외치는 청년이 있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 세상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선물하고 있는 스물 넷 젊은 사업가 ‘세로토닌 마켓’ 대표 박예은 청년(삼송감리교회)이다.

어릴 적부터 ‘선물가게’가 꿈이었던 박예은 대표는 ‘선물’이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선물을 줄 때마다 행복감에 젖곤 했던 박 대표는 대학생이 되자 ‘선물가게’의 꿈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취업 경쟁 구조로 이뤄지는 캠퍼스 생활에 자신도 모르게 편승되어갔던 것이다.

박예은 대표는 “왠지 나도 주위 친구들처럼 바쁘게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스펙 쌓기에 바빴다”며 “토익, 중국어, 공모전, 대외활동, 인턴 등 친구들이 하는 스펙 쌓기를 전부 하다보니 어느새 대학교 졸업이 코앞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을 눈앞에 두고 책을 읽다가 ‘당신의 좌우명은 무엇인가’는 물음에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좌우명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남을 행복하게, 나는 즐겁게’인데 취업하다보면 좌우명 3가지 중 한 가지도 이루지 못 할 것 같더라.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에서 크고 작은 10개의 기업에서 활동을 했는데, 그 중 어떤 회사도 내 좌우명을 지켜주지 못 했다. 하긴, 회사가 나의 좌우명과 내 삶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겠는가.”

박예은 대표는 삶의 목표를 위해 창업을 선택했다. 전 재산 20만 원으로 소자본 창업을 시작했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 직접 선물을 제작하며 가게를 열었다. 새로운 선물을 찾아 매일 밤 인터넷 외국 사이트를 뒤적이거나 관련 책을 읽으며 ‘진짜 답을 아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최근 박예은 대표는 소자본창업의 청년 아이콘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예비창업자 대표로 나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일조한 것. 

“취업을 했다면 이루지 못 할 꿈을, 창업을 선택했기에 내 삶의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면서 꿈도 이뤄가고 있다.”

 

<결혼> “넉넉하지 않아도 사랑은 길을 만든다”

올해로 나이 스물아홉, 주부 2년차 이효정 집사(청운교회)는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남편과 2년간 연애 끝에 시작된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넉넉하지는 않은 살림살이었지만 그 어떤 현실도 둘을 갈라놓을 순 없었다. 하나님 앞에서의 믿음과 남편을 향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가장 많이 포기하는 것 중 하나인 ‘결혼’에 대해 이효정 집사는 “절대 포기하지마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서 결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효정 집사는 “신랑이 대기업에 다녀서 월급이 많다거나 재산이 많아서 결혼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연애를 하면서, 결혼을 두고 생각했을 때 물질적인 현실 앞에 많이 부딪히고는 했다. 그래도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은 남편의 ‘믿음’과 ‘성격’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결혼의 현실 앞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기도로 구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이 남자라면 나를 굶게 하지는 않겠구나’ 싶더라는 것. 하지만 이효정 집사는 금전적인 현실 앞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 제일 큰 난관은 집이었다. 나보다 직장생활이 늦어 모아둔 돈이 없었던 남편이었고, 나 또한 저축해둔 돈이 없었다. 남편은 기도해보자고 했다. 각자 새벽예배와 금요철야예배를 나가며 결혼 앞에 산적한 기도제목들을 하나님께 내려놓았다. 나는 현실 앞에 자꾸만 불안해져갔다. 하지만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걱정하지 말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집이 있음을 확신하자고 말했다. 결국 기도함에 응답이 있었다. 우리가 가진 것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집이 나타난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나의 능력을 믿고 결혼을 생각하기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계신 하나님이 내 인생을 결혼을 통해 더 좋은 환경으로 바꿔주실 것이라 믿고 기도하며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두고 기도해보지도 않고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산> “아이 키우는 기쁨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우리나라는 한 때 출산 억제 정책을 사용할 정도로 출산율이 높았다. 1970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인당 4.53명을 기록했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2015년에 와서는 1.26명으로 거의 1명에 가까운 수치로 떨어졌다. 

요즘 같이 아이를 키우기 힘든 때가 없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를 키우기 쉬웠던 시대가 있었던가. 물론 육아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일은 모든 현실적 어려움을 뛰어넘어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슬하에 두 자녀를 둔 김성환 씨(36)는 최근 셋째를 출산했다. 계획 하에 갖게 된 자녀는 아니지만, 부부간 사랑의 결실이자 열매로서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물론 높은 자녀 양육비와 집값, 치솟는 물가 등의 사회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자녀를 갖지 않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를 키우는 기쁨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녀 계획을 고민하고 있는 부부라면, 되도록 낳을 것을 더욱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양육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큰 것이 자녀 양육의 기쁨이요, 즐거움이라는 것. 그는 “첫째도 예쁘지만, 둘째 셋째도 예쁘다. 백 명의 자녀를 낳아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며 “그렇지만 하나로는 외롭다. 아이들에게 형제를 만들어주는 것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이자 최고의 친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자녀에게 흘려보낸다는 의미도 있다. 그는 “자녀를 낳느냐, 낳지 말아야 하느냐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나의 부모세대가 그러했듯이 내가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김목화·손동준·정하라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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