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채씩 교회 지어주는 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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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채씩 교회 지어주는 목사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1.11 18: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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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대신 농어촌선교회, 네번째 건축봉사 현장 르포
▲ 예장 대신 농선회의 '교회지어주기' 사역이 진행되고 있는 충남 공주시 우성면 보흥리에 위치한 보흥교회.

“김 목사님 거기 좀 다시 손봐야겠어. 그리고 이 목사님은 망치 좀 가져다주세요.”

충남 공주시 우성면 보흥리에 위치한 보흥교회(담임:김용순 목사) 새성전 건축현장이 아침부터 떠들썩하다. 이곳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 농어촌선교회(회장:엄용식 목사, 농선회)의 네 번째 ‘교회지어주기’ 활동이 한창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11일)은 총 11주가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공기의 중반인 5주차 첫째 날이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2박3일간을 합숙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건물은 어느 정도 외형을 갖추고 있었고, 지붕 위에서 방수와 단열을 위한 아스팔트 싱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 4번째 현장인만큼 목사들의 숙련도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대부분의 작업을 뚝딱 해낸다.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다 한 눈에 봐도 위험해 보이는 지붕공사지만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 분위기는 말 그대로 ‘후끈’했다.

목사들은 멀리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소리를 높여가며 작업에 임했다. 허름한 작업복에 먼지 범벅인 안전화까지, 평소의 ‘말끔하고 점잖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넘친다.

이날 작업에는 총 8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했다. 대게가 50대인 이들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무거운 건축자재를 번쩍번쩍 들면서 능숙하게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평소에 적게는 6명, 많게는 10명이 넘는 인원이 작업에 참여한다. 지난주에는 이들이 섬기는 교회 성도들도 직접 현장을 찾아 함께 작업에 참여했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총무 이수일 목사(흰돌교회)의 손발이 분주하다. 다른 목사들은 이 목사를 향해 “일을 많이 시킨다”며 “악덕업주”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 목사는 만면에 웃음을 띤 얼굴로 “교단에 많은 상비부서들이 있지만 우리만큼 실제 사역에 열심인 부서를 찾기 힘들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사역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서 관계에 소홀한 것은 결코 아니다. 매주 2박3일을 함께 합숙하다보니 각자 자녀의 연애사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오후 6시 작업이 끝나면 매일 뜨거운 기도회가 진행되고, 이후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목회 정보도 주고받고, 상담까지 이뤄진다.

농선회 창립맴버인 김학천 목사(생명샘교회)는 “함께 땀을 흘리면서 유대감이 깊어지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진정한 기도의 동지들이 생겼다”면서 “일하는 시간보다 이후의 합숙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목사들은 함께 승합차를 타고 3분 거리에 있는 구교회 건물로 향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곳은 임시 ‘현장식당’으로 변신한다. 보흥교회 최경자 사모는 이날도 노릇노릇하게 구운 돼지고기불백과 꾹꾹 눌러 담은 공기밥, 싱싱한 채소를 일꾼들에게 대접했다. 최 사모는 “준비한 건 없지만 많이 먹으라”면서 “낡은 교회당을 목사님들이 직접 무상으로 지어주셨다.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게 눈 감추듯 점심을 먹고 믹스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새도 없이 어느새 오후 작업이 시작된다. 최고령인 정운구 목사(새힘교회, 72세)는 가장 먼저 지붕에 올라 작업에 나선다.

▲ 농선회 최고령인 정운구 목사(새힘교회, 72세)는 5미터 남짓의 높은 지붕위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노익장을 뽐냈다.

정 목사와 인터뷰를 위해 함께 지붕 위로 올라갔다. 높이 5미터 남짓의 지붕이지만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주변을 돌아보자 정작 목사들은 여유로운 눈치다.

특히 정 목사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이곳저곳 위치를 옮겨가며 본인이 맡은 작업을 감당하고 있었다. 다른 농선회 목사들에게 “사역 갈 때 나이 많다고 빼놓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정 목사는 “이 일을 하다보면 젊은이가 된 것처럼 큰 기쁨이 샘솟는다”며 “지미카터 대통령이 은퇴 후 집 지어주는 사역을 했던 것처럼 나도 이 일에 계속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건강을 허락해 지켜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들의 ‘교회지어주기’운동은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됐다. 강원도 화천군 문화마을교회를 시작으로 충북 제천의 장선단비교회, 경기도파주의 중앙교회 예배당을 이들이 손수 지었다. 건축자재의 구입부터 어지간한 시공은 직접 한다.

▲ 예장 대신 농선회 소속 목사들은 매년 1채씩 '교회지어주기' 사역을 감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총무 이수일 목사는 본인들의 작업에 대해 “돈으로 환산하면 3천500만 원가량”이라고 추정했다. 이렇게 임금에 대한 부분이 절감된다 하더라도 재료비를 비롯해 공사 전체를 진행하려면 필요한 재정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농선회 소속 목사들의 회비와 교단의 지원금, 비정기적인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날 만난 목사들은 “어려운 농어촌 교회를 위한 좋은 사역이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면서 “한국교회가 이 일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이수일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 농어촌선교회 총무 이수일 목사 인터뷰

농어촌선교회와 교회 지어주는 사역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수일 목사(이하 이 목사)-농어촌 목회자들과 사모들에게는 의존적인 면, 그리고 도시를 향한 비판적인 의식들이 가슴의 멍처럼 남아있다. 이런 것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개혁하자는 취지에서 15년 전에 농선회가 처음 발족했다. 이런 운동의 결과가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회 지어주기 사역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밖에 회원교회 지원사역과 목회자 자녀 교육비 지원, 일년에 한차례 열리는 목회자 부부 수련회, 사모 위로회 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교회지어주기 사역은 2012년에 강원도 화천의 한 교회를 방문한 일이 계기가 돼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수혜 대상이던 화천의 교회는 당시 11년째 건축이 중단됐던 교회였는데 현장에서 보니 정말 참혹했다. 어떻게 도울까 하다가 단순히 성금을 전달하려던 것이 교회 건축으로 선회하게 됐다. 교회 규모가 매우 큰데다가 당시 우리 목사님들도 숙련도가 높지 않아서 작업이 많이 힘들었지만, 건축을 마치고 나니 보람이 무척 컸다. 이후 매년 교회 하나씩 하나님 앞에서 봉헌하자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교회 지어주는 사역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이 목사- 가장 어려운 점은 선교비 조달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나눠서 감당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이밖에도 건설 현장이 멀면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 쉽지 않다. 그런데 목사님들의 공통된 견해는 이 사역이 목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비단 설교를 할 때도 간증의 형태로, 예화의 형태로 사용하게 된다더라.

분명 3일동안 건물을 짓다가 가면 몸은 피곤한데 일종의 영적인 충만함을 느낀다.

사실 건물 짓다가 너무 힘들어서 목사님들이 탈진하는 경우도 두어 차례 있었다. 그래도 다들 기쁨으로 한다. 한 여름에 뙤약볕에서 지붕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목사님들이 자조섞인 푸념처럼 한 이야기가 있다. 이 일이 우리의 주업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언제든지 교회로 돌아가면 되는데 평신도들은 이게 삶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모두 눈시울이 불거진 기억이 있다. 성도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성도들이 이렇게 벌어서 헌금하는 거구나. 이렇게 지쳐서 예배당에 나오는구나 느끼게 됐다.

평신도들의 애환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일종의 현장감도 생겼다.

현재 건축과 관련된 목사님들의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 목사- 숙련도를 A,B,C,D로 나누면 지금은 한 B정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반 숙련공이라고 보면 된다. 우선 우리의 팀웍이 매우 좋다. 그렇지만 실수도 많다. 먼저 할 일을 나중에 하기도 하고 그 바람에 생기는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

기계를 다루는 일들은 아무래도 위험할 때가 많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의욕은 많은데 숙련되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 목사- 교회를 지어드리면 해당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성도들이 눈물로 감사를 표한다. 교회들이 연약해서 2-30명 수준에서는 자체 공사가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목사들이 인부의 모습으로 와서 두어 달을 섬기니까 거기서 감동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우리들로서는 그 자체가 보람이다.

앞으로 사역의 비전은?
이 목사- 함께 하는 목사들이 앞으로도 이 사역에서 자기를 배제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곤 한다. 그만큼 이 사역에 대한 애정이 크다. 모두들 몸과 마음이 닿는 데까지 일 년에 한 채씩은 하나님 앞에 올려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우리 농선회를 통해서 이런 부가가치와 보람을 함께 누리면 좋겠다. 우리 교단 뿐 아니라 각 교단이 함께 사역을 공유하고 한국교회 전체로 이런 움직임이 퍼져나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랑을 하나 하자면 우리는 돈 천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자체 감사가 두달에 한번 열리고, 철저한 재정 투명성을 첫 번째로 생각한다. 우리에게 일을 맡겨준다면 얼마든지 깨끗하게 사역을 해낼 자신이 있다. 많은 지원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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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 2016-01-22 07:06:01
귀한분들 좋은일 선한일 복된일 건강 돌보시며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