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성소침탈, “재개발지역 교회는 밀면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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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교회 성소침탈, “재개발지역 교회는 밀면 밀린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1.11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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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총회 8일 기자회견, 한국교회 차원 공동대응 요청…“조합과 시공사 약속 지키라”
▲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일교회 성소규탄과 재발방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매연과 소음 속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힘든 사람들도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가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믿음도 더 허락해주시고요.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길 위에서 예배를 드릴 것입니다.”

도시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용역들에 의해 훼파된 삼일교회의 우 모 장로는 지난 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나님이 이 같은 고통을 주신 이유를 고민했다면서 감사의 제목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삼일교회의 다른 한명의 권사는 억울한 마음에 재개발사업 시행사인 삼성물산 사옥 앞에서 일주일 2~3번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면서 “문제해결에 대한 약속을 시행사가 지켜야 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본지는 지난주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소재한 삼일교회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강제 철거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삼일교회가 40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예배당이 용역들에 의해 침탈돼 강제철거 된 때는 지난 11월 18일. 교회가 철거된 이후 30~40명 교인들은 통일로에 인접한 보도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아가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 

▲ 지난 11월 강제철거 이후 삼일교회는 야외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강제철거 당시 법원 집행관들은 교회 성물과 성구를 강제로 드러내고 내부시설을 부쉈다. 전날 17일 조합측은 교회와 협상을 진행됐고, 이 자리에서 강제철거는 없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40년간의 목회 자료와 역사기록마저 폐기돼 사라지고 말았다.

강제철거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한다. 지역교회라면 어느 교회나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단과 교파를 떠나 연대가 요구되고 있다.

며칠 후 조합장은 강제철거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미 늦었다.

삼일교회와 교회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최부옥 목사)와 서울노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 전체 차원의 공동 대처를 요청했다.

기장 교회와사회위원장 김경호 목사는 “담임목사도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하게 용역들이 막은 채 철거를 진행하고 모든 기물을 압수해간 것은 중대한 성소침탈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수십년간 예배를 지속해온 성전은 교인이 얼마인지를 떠나 공교회이고 성전”이라고 전했다.

또 “시공사의 책임 있는 임원들이 총회를 방문해 사죄하고 빨리 예배처소를 마련해 원상복구하 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핑퐁게임 하듯 책임을 미루며 이행하지 않고 지연시켜왔다”고 비판했다.

기장 총무 배태진 목사는 “세계적 기업이 한 약속임에 지켜질 줄 알았지만, 밀면 밀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약속을 파기하기를 되풀이 해왔다. 약속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면 시공사와 조합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빠져나갔다”면서 “무엇보다 헌법 명시된 종교의 자유가 심대하게 침탈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배 총무에 따르면, 기장총회는 연합기관 차원의 특별위원회 설치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시국기도회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에도 협력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삼일교회 사태가 시작된 건 지난 2011년, 녹번제1구역제2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다.

통상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 지역사회 내 종교시설, 학교 등은 존치하거나 대체 토지를 제공되거나 또 다른 경우는 다른 지역에 부지를 마련돼 왔다. 재건축 기간에는 본래 활동을 지장을 주지 않도록 임시 활동처까지 제공됐다.

서울시가 2009년 발표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 지침에서도 “종교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되도록 검토하고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존치에 준하는 이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사업기간 동안 종교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일시장소를 마련하고 이전비용 등은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보통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삼일교회는 대토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단계부터 조합원으로 분류되면서 현금 청산자로 지정됐다. 삼일교회는 대토 대상임을 분명히 표명하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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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교회가 2011년 재개발조합측에 내용증명으로 보낸 '존치' 의견 공문

011년 9월 7일 삼일교회가 조합측에 내용증명으로 보낸 공문에 따르면 “현 위치에 존치되기를 원하나, 현 위치 존치가 어렵다면 현 개발지역 내에 이전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표명했다. 같은 해 3월에도 공람의견서로 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기장 서울노회 대책위 이건화 목사(집행위원장)는 “삼일교회는 조합설립 인가가 나기 전부터 은평구청에 존치 입장을 통보하고 대토 대상자임을 알렸다”며 “하지만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 신청을 할 수 없고 대토 신청도 무시당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조합측은 삼일교회를 대토 대상자로 구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 부지의 지목이 ‘종교부지’가 아닌 ‘대지’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40여 년 전에는 ‘종교부지’라는 지목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개발조합측과 시공사 ‘삼성물산’, 은평구청의 지나친 횡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재개발조합측이 삼일교회에 보낸 공문에는 교회 부지가 종교부지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분양신청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종교부지' 지목이 없어 상당수 오래된 교회의 지목은 여전히 '대지'로 등록돼 있다.

이건화 목사는 “서울시의 상당수 교회는 지목이 대지로 돼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삼일교회를 대토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무리한 처사”라며 “노회와 기장 총회가 나서 세부대응에 나선 이후에야 조합측은 2015년 8월 협상단을 꾸린 후 설계사의 잘못으로 대토 대상에 빠지게 됐음을 사과했다”고 밝혔다.

기장 서울노회장 박승렬 목사는 “재개발조합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교회의 땅을 빼앗을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또 최소한 중립적이어야 할 관공서가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작은 교회들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한국교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8월 이후 조합측과 협상단계에서 진전이 없지는 않았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삼일교회측에 따르면 “협상 끝에 마음에 들지 않은 땅이지만 대토를 결정하고 합의서를 쓰는 단계에까지 갔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산됐다”며 “시공사 삼성물산의 개입으로 무산된 것으로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의 삼일교회 강제철거는 지난 8월 명도소송에서 패소된 데 따른 것으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삼일교회 하태영 담임목사는 “일반인 조합원들의 대부분은 1심 패소에 항소해 기각됐지만 현재 법원은 대토 대상자로 보고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판사가 양측이 협의해 결과를 가지고 오라고 한 것이 그런 이유다”면서 “이런 상태인 데도 조합원 명부에 따라 강제집행이 이뤄진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주장했다.

하 목사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하루 전에 가계약을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기대도 있다”면서도 구두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전례에 비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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