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정치와 교회, 한마디로 혼란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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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정치와 교회, 한마디로 혼란과 갈등”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12.22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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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언, 지난 17일 한국기독교선정 10대이슈 조사 발표
▲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지난 17일 서울 문학의집에서 ‘한국기독교 선정 10대 이슈 및 사회의식 조사’를 발표했다.

정치와 경제, 통일 등 7개 분야에 대해 2015년 한국기독교가 선정한 주요 이슈들이 발표됐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사장:김지철 목사, 한기언)은 지난 17일 서울 문학의집에서 포럼을 열고, 10대 이슈 및 사회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정치분야 발표에 나선 전 CBS 본부장 민경중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는 올해 기독교가 본 한국정치에 대해 “한마디로 혼란과 갈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과 대국민 소통방식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여야 각 정당의 지도자들 역시 대통령에 비해 뚜렷하게 나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정치분야 10대 이슈 가운데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 ‘크리스천 정치인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인식’, ‘한국교회 목회자의 현실 정치 참여에 대한 인식’의 세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국민은 소통의 리더십을 원한다”

민 교수는 먼저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적이고 미래지향적 안목’, ‘강한 추진력’, ‘소통과 조율의 리더십’, ‘따뜻한 어머니 리더십’ 등 네 가지 형태의 리더십 유형을 제시하고 이 중에 어떤 리더십이 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가장 가까운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민 교수는 “불행히도 이 네 가지 리더십 보다는 5번 항목 ‘이 중에 없다’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목회자 집단 36%, 일반 성도 39.6%가 ‘이 중에 없다’고 답했다.

차기 대통령 리더십에게 가장 바라는 덕목으로는 ‘소통과 조율의 리더십’(목회자 집단 42%, 일반 성도 42.8%)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두 집단 모두 ‘소통과 조율의 리더십’ 다음으로 ‘명확한 국가 비전’, ‘국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목’,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리더십’ 순으로 나타났다.

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현 대통령의 소통과 조율 능력에 국민들이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며 “기독교적으로 볼 때 마가복음 9장 33절의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고 하면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정치인들이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천 정치인 기대 못 미쳐”

이어 ‘크리스천 정치인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거의 예외 없이 국회의원들을 최하위권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도 큰 이변 없이 국회의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거듭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기독교인과 비교해 기독교 정치인이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고 평가한 사람이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이 넘었다. 민 교수는 “도덕성과 신뢰성면에서 기독교 정치인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배시간 목사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평신도와 목회자간에 상반된 입장이 나타났다. 평신도 10명 중 6명은 ‘반대’한 것과 달리, 목회자의 10명 중 8명은 ‘찬성’한다고 답해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 그렇지만 교회가 정당 활동 등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 반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교수는 “한국교회로서는 2016년 총선 정국을 앞두고 깊이 고민해 볼 대목이 보이는 것 같다”며 “교회 내에서 정치 문제를 다룰 때 정파와 정당, 이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극화’와 ‘불평등’, ‘고용’, 등 이미 정치적 색깔을 띠어버린 용어가 아닌 ‘공동체’. ‘성도의 가족화’, ‘궁핍함으로부터의 자유’ 등 교회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갈등 요인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를 통해 하나님 말씀에 따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교회 내에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칼부림 사태로 본 목회자 윤리

종교관련 최대 이슈로는 지난 10월 일어난 목회자 칼부림 사건이 꼽혔다. 종교분야 발표에 나선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이상화 목사는 “한국 개신교는 광복 70년과 함께 선교 130주년을 핵심 주제어로 삼고 통일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나름의 역량을 결집하려고 안간힘을 쏟았지만, 메르스 같은 굵직한 사회적 쟁점과 일부 목회자들의 윤리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노출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목사에 의해 발생한 목회자끼리의 칼부림 사건은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참담한 현실을 보여줬다”며 “재정비리와 교권비리, 성추행, 표절시비 등 목회자에 대한 분노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한국교회 목회자 윤리의식이 돌이킬 수 있는 반환점을 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독단적 교회운영이 문제”

이번 한기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반성도들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윤리문제로 ‘독단/권위적인 교회운영’(37.9%)을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불투명한 재정사용’(35.8%), ‘담임목사 대물림’(12.7%), ‘성윤리’(10.3%) 순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들 역시 열명 중 4명이 ‘독단/권위적인 교회운영’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불투명한 재정사용’이라는 응답도 27%에 달했다.

‘칼부림’에 이어 두 번째 이슈로는 ‘종교인 과세’가 꼽혔다. 이 목사는 “개신교 내에서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2년간의 유예 기간동안 한국교회가 밀도 있는 논의를 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종교분야 이슈로는 △가나안성도 백만 명 시대 △목회자 이중직 △위기의 교회학교 △황폐한 청년 세대 △작은교회운동 △교단장회의 복원 △통일준비 △이슬람의 도전 등이 소개됐다.

 

▲ 김지철 목사

“책임 망각한 교회, 겸손하지 못했다”

“한 해를 마감하고 2016년을 새로 준비하는 오늘, 먼저 기득권에 매몰된 한국교회를 통렬하게 회개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봅니다.”

한기언 이사장 김지철 목사(소망교회)는 이날 발표에 앞서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2015년 겨울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되도록 돕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수고해 온 여러 기관들이 힘을 모았다”며 “여기 모인 글들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내일을 준비하는 데 보탬이 되고 한국 사회가 교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또 “오늘날 한국교회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이 있다. 교회가 성장주의와 물량주의에 빠졌다고도 하고, 교회 지도자들이 명예와 권력을 탐하고 있다고도 한다. 교회를 이탈하는 다음 세대들이 증가하고 있고 가나안 성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하나님이 교회의 목적이어야 하는데, 교회는 하나님을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고 반성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드러내야 할 책임을 망각하고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 겸손하지 못했다”며 “우리의 동역을 통하여 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사회적 공동선을 실현하는 교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개신교 행사로는 이례적으로 정치와 경제, 통일 등 7개 분야에 대한 2015년 한국의 주요 이슈들이 발표됐다. 통일과 정치, 경제경영, 사회문화, 교육, 종교, 언론 순으로 진행된 발표에서 각 분야 첫 번째 이슈로는 △‘8.25합의’에 의한 남북관계 전환(통일)△대통령의 리더십(정치) △기업 윤리 및 갑의 횡포(경제경영) △헬조선-젊은 세대의 불안과 체념(사회문화) △중학교 자유학기제(교육) △목회자 칼부림 사태로 본 목회자 윤리 문제(종교) △신문법 시행령 개정(언론)이 선정됐다.

한기언은 이번 발표를 위해 지난 11월 17일부터 11월 25일까지 9일간 개신교의 평신도 900명과 목회자 100명 등 모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한반도평화연구원과 기독경영연구원, 좋은교사운동, 문화선교연구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등 기독교계 싱크탱크들이 수행기관으로 참여했으며, 리서치 전문기관인 (주)지앤컴퍼니가 설문조사 연구기관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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