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적 방법으로 전쟁의 방화벽 높여야

조동준 교수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운영자l승인2015.12.22 22:00:58l1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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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에 관한 기독교의 관점은 신약시대에 들어오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기독교는 하나님을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영적 존재가 아니라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구원하는 영적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가 세상의 권력에 의하여 탄압을 받던 시절, 사도들과 교부들은 정교분리 상황에서 전쟁과 평화에 대한 관점을 재조정하였다. 이후 로마의 기독교 공인, 이슬람으로부터 성지 회복, 종교개혁 등 중요한 역사적 변화를 반영하면서 전쟁과 평화와 관한 기독교의 관점이 변화하였다. 전쟁과 평화에 관한 기독교의 관점은 기독교 평화주의, 정전론, 성전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 기독교는 로마의 박해 속에서 평화주의와 무저항을 주장했다. 기독교 평화주의는 비폭력과 무저항으로 세상을 이김으로써 또는 세상의 악함을 인내하여 하나님의 섭리가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기독교 평화주의에 평화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섭리가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비폭력과 무저항이 궁극적 평화를 앞당긴다고 주장한다.

정전론은 로마의 기독교 공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독교의 정전론은 국가 권력과 교회가 밀접히 연결된 상황에서 평화에 관한 기독교의 가르침과 기독교를 국교로 삼는 정치공동체의 안보를 조화시키기 위한 지적 활동의 산물이다. 기독교 정전론은 폭력적 방법으로 세상의 악을 제거함으로써 또는 세상의 악에 대하여 군사적 대응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려고 한다. 즉, 제한된 폭력적 대응이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이다.

성전론의 원형은 광야시대에 여러 차례 나타난다. 광야시대와 가나안 정복 시대 전쟁은 하나님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통로였다. 기독교에서 성전 개념은 세 가지 계기로 힘을 잃었다. 첫째, 성지를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 실패하였다. 둘째, 종교개혁기를 신교와 구교 간 전쟁이다. 셋째,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대부분 기독교 국가에서 정교분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국가가 기독교 성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평화를 이루는 여러 방식 중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사람 간 관계에 관한 믿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퀘이커교도처럼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 “내부 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형제와 자매이기 때문에 무기를 휴대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하나님의 무조건적/선택적 사랑으로만 타락한 인간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하나님에게 속하지 않는 악인을 대상으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요더처럼 세상에 있는 악한 세력도 하나님의 섭리를 이룩하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무저항 평화주의가 그 믿음에 부합한다. 반면, 사람이 우주적 교회에 있으면서 동시에 세상에도 속한다고 믿는다면, 사회의 공공선을 위한 폭력 사용을 용인할 수 있는 교리적 해석 공간이 생긴다. 이처럼 평화에 관한 관점은 교리와 교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독교 교리와 교단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예방전쟁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는 거의 모든 기독교인이 동의한다고 보여진다. 기독교 현실주의/정전론을 가장 넓게 해석하면 선제공격까지, 가장 좁게 해석하면 최소 억지까지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비폭력적 방법으로 전쟁의 방화벽을 높이는 노력에는 거의 모든 교단이 동의한다고 보인다. 교단간 합의가 이루어지는 지점에는 연합해 평화를 이루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점에서 각자 평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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