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테러를 공존은 풍요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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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테러를 공존은 풍요를 낳는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11.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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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선교문화원 선교포럼서 외대 임기대 교수 발표
▲ 제8회 백석선교문화원 포럼이 지난 12일 백석대학교에서 열렸다.

백석대 백석선교문화원이 주최하는 제8회 선교포럼이 지난 12일 백석대 목양관에서 열렸다. ‘아시아‧아프리카 문명교류와 선교’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교차와 혼성의 마그레브와 문자에 나타난 지역성’을 제목으로 발표한 임기대 교수는 마그레브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소개하며, 편견은 테러를, 공존은 문화적 풍요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먼저 ‘편견’이라는 영어단어 'Prejudice'가 라틴어 ‘praejudicium'에서 유래했다고 소개하며 “편견이라는 말은 흔히 지식이나 경험 이전에 이뤄진 판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견의 무서움은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데 있다”며 “인종과 지역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 소속 집단에 의해 주입된 특정 개인은 성장해서도 뚜렷한 근거 없이 다른 인종이나 지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갖는다”고 말했다.

타문화 혹은 관습에 대해 야만적으로 보려는 것도 이런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되는데, 편견이 심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대상이나 문화, 그리고 모든 타자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갖는 경향을 보이는 데서 나타난다.

임 교수는 이같은 편견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자본을 독점한 거대 대중매체’의 등장을 꼽으며, “대중매체를 통해 사람들은 욕망을 자극받고 수많은 문화를 향유하면서 기호를 소비한다. 대중매체는 사람들의 사고를 일방적으로 형성시키곤 하는데, 타문화 이해에 있어서도 미디어에 의해 보여진 이미지만을 이해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로 인한 편견의 대표적인 예로 지난 1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샤를리 엡도’사태를 꼽았다. 당시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과 관련된 풍자 만평을 실었고, 알제리 이민자의 자녀인 쿠아시 형제는 샤를리 엡도에 테러를 가해 모두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건 당시 마그레브에 있었다는 임 교수는 “당시 전세계는 ‘내가 샤를리 엡도’라는 표현으로 이슬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당시 마그레브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을 목격했다”며 “그곳에서 ‘나는 무슬림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무슬림들을 보며, 이슬람에는 적어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이 있음에 의아해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이어 “샤를리 엡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우리가 서구적 시선으로 무슬림을 보아왔고, 그들에 대해 폭력적인 집단으로만 매도한 경향이 있었다”면서 “무슬림 풍자에 관한 것도 일정부분 서양인들이 그렸던 무슬림의 세계에 우리가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마그레브 지역의 역사를 소개하며 “이 지역의 역사는 말 그대로 다양성을 품고 있는 지역이며,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마그레브에는 토착민인 베르베르 문화를 포함한 페니키아(기원전 814~기원전 146년), 로마(~429년), 반달(~534년), 비잔틴(~647년), 아랍 이슬람(~1518년), 오스만 터키(~1830년), 프랑스(~1862년) 등 이 지역을 지배했던 여러 이문화가 상호 공존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이런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역사적 과정에서 수용해오고 있다. 임 교수는 “문화의 힘이 내재적인 구조에 있지 않고, 조화와 질서에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지역”이라며 “다양한 문화가 상호 공존하는 이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편견이 적다”고 말했다.

이슬람이 지배문화로 자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종교에 대해 관대한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타문화와 타인종에 대해서는 거의 ‘편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백인과 흑인은 물론, 지중해 특유의 인종까지 뒤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프랑스와 베르베르, 아프리카 문화는 주류인 이슬람과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문화를 키우는 특이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임 교수는 “흔히 마르레브인을 빗대어 ‘머리는 유럽에, 가슴은 이슬람 문화에, 발은 아프리카에 두고 있다’고 표현한다”며 “마그레브는 아프리카의 중심도 아니고, 중동의 중심도 아니고, 지중해의 중심도 아닌, ‘주변지역’에 불과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다양한 색채를 띠며 소통과 열림의 공간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다시 편견과 관련해 “우리는 우열의 관계로 모든 사물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편견은 이렇게 ‘비교’를 통해 사람의 가치관을 달리 갖게 한다”며 “편견은 주체적인 자세로 사람과 세상을 보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체적 시각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단지 타인의 눈길을 욕망하며 살아간다. 타자를 욕망하는 삶은 다수자가 되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혼용하며 사용하는 것이 이같은 욕망의 대표적인 모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이같은 선호는 제3세계 지역에 대한 무지 혹은 편견으로 드러나게 된다”며 “다문화 사회를 말하는 한국의 이주민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이 어떠한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감정이나 태도, 신념의 차원에 있는 편견이 구체적인 행동, 즉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임 교수 외에도 한국외대 장용규 교수와 백석대 장훈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장영규 교수는 ‘스와힐리 문명의 형성과 쇠퇴’를, 장훈태 교수는 ‘코트디부아르 기독교와 이슬람 정착요인’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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