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없이 연금없다… ‘전문성’, ‘투명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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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없이 연금없다… ‘전문성’, ‘투명성’ 관건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11.10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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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주요 교단 연금들 (하)...목회자 연금제도 점검 시급

수금률 등 조정 합의 관건

투자 ‘전문성’ 공정하게 적용

‘준법감시인’ 도입 검토해야

목회자 스스로 ‘개인연금’ 가입 필요

연내 개정을 목표로 현재 국회에는 사학연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8월 개정을 마무리한 공무원연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학연금도 변화해 형평을 맞추겠다며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사학법인들의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정부의 보험료 부담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연금 고갈 위기 앞에 개정이 불가피함에는 이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내년 5년간 보험료를 월급의 7%에서 9%로 올리고, 보험금은 20년에 걸쳐 평균 10.5% 감액하자는 것, 연금지급 연령을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진을 미루고 있지만, 국민연금 역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군인연금도 매년 1조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금 고갈이라는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목회자 연금(은급) 역시 제도적 변화를 피해가기는 어려운 실정. 지금의 연금 구조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연금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 은퇴 목회자들을 위한 연금이 고갈 위기에 놓여 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개편과 전문성,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금 구조 개편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기금운용 주체와 납입자, 수급자가 수급률을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해 조정하는 것이다. 

예장 통합의 경우 9월 정기총회에서 수급률 조정에 대한 결의가 있었지만, 수급자회는 이에 반발해 소송으로 번진 상황이다. 현재 운용주체인 이사회가 확정되지 않아 법원은 판단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기장총회는 수급률 조정에 있어 다른 접근을 보였다. 5년마다 법인 컨설팅을 받고 있는 기장총회는 이를 근거로 지급액과 불입금 등에 대한 조정을 시도했다. 지급액을 줄이지 않는 대신 불입액을 늘렸고, 목회자 개인 부담 대신 교회 부담금을 늘린 것. 컨설팅 자료와 가입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접근 방법으로 본인과 교회 부담비율이 3:7으로 맞추면서 큰 거부감 없이 수급률을 조정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말 입법의회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회은급부담금을 2.0%로 결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기존 본부 부담금 가운데 0.2%를 은급부담금으로 지원하도록 하기로 함에 따라 은급부담금은 기존 1.5%에서 2.2%에 이르렀다. 

예장 고신의 경우 은급납입금은 평균보수의 20%에서 22%로 상향조정 하고, 은퇴은급금은 평균 보수액의 70~100%에서 63~90%로 하향조정 했다. 교단들의 이런 시도가 장기적으로 기금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 ‘전문성’ 확보해야 한다
기독교계에서는 주식투자를 투기로 생각해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식은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이자 기업의 재생산을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평가절하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총신대 전 총장 정일웅 박사는 얼마 전 한국실천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교회 재정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편으로 주식투자를 제안한 바 있다. 

정 박사는 다만 “연금 등이 주식에 투자할 때는 분명한 기준을 설정하고, 투자기업을 선택할 때 수익만을 우선하지 말고 사회적 공익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대다수 교단 연금과 은급재단은 현금자산으로 보유하면서 부동산과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하거나 가입자, 일반기업들에 대출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식’에도 일정 비율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주요한 투자 결정은 교단 내 평신도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가운데, 운영위원회의 결정을 이사회가 승인하거나, 이사회 자체 선에서 내리고 있다. 
규모에 따라서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기금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보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전문성 확보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예장 통합총회가 이번 정기총회에서 기금을 전문 금융기관에 맡겨 운용키로 한 것도 더 안정된 기금운용 구조를 원한 연금 가입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단총회와 갈등 상태인 구 연금재단 이사진들은 총회 결정에 반발하고 있지만, 신 이사진들은 금융기관 컨소시엄의 제안을 받아 심사한 후 기금을 맡을 전문기관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제도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대부분 연금(은급)재단들은 정기적으로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나 컨설팅을 받으면서 향후 연금 운영 방향을 위한 도움을 받고 있지만, 관련 분석보고서가 실제 투자에 적용되고 있는지는 다른 부분이 없지 않다.  

주목할 점은 전문 금융기관에 위탁 운영을 하든,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든 최종 결정은 이사회가 한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기금 운용 ‘안정성’을 위한 구조와 투명성을 확보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의 최호윤 회계사는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결정하고, 별도로 운영위원회를 두고 관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이사회가 얼마나 합리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투자 전문가들과 의논한 내용을 결정에 반영하는가 하는 데 있다”며 절차적 공정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 회계사는 또 “일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관행들이 교회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연금이 투기성 자본이 아니라면 투자 의사결정을 한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도 투명성 확보의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단 결정 내용에 투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요소가 있는 만큼 1주일 이내 혹은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금 가운데서는 분기별로 수익률 평가를 꼼꼼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는 가입자들도 있어 이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수익률 보고서에는 일반적으로 수익률 분석에 활용하는 기준들을 적용해, 숫자에 어두운 가입자들을 속이는 일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연금 운영에 개입돼 비리를 저지른 인사들에 대한 분명한 시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독립성 확보된 ‘준법감시인제도’ 필요
금융권에서는 일반화된 ‘준법감시인’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것도 투명성 강화의 한 방편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준법감시인’은 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금융회사들이 법령을 준수하고 건전한 경영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준법감시인은 독립성이 확보된 가운데 내부 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자에 대한 조사, 내부통제기준 문제점과 미비사항 시정 건의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준법감시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실제 모 교단 연금재단은 준법감시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된 부실투자를 막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준법감시인을 선임하더라도 재단 내 특정인사와 연루돼 있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배제해야 금융자산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교역자 스스로 노력도 중요
그러나 연금 손실을 걱정하는 것이 부러운 교역자들도 있다. 한국교회 교단 가운데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단, 10여 곳. 제도가 있는 교단 중에서도 연금 납입을 하지 못하는 농어촌교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도 상당수다. 또 대다수 작은 교단들은 연금제도 자체가 없다. 

퇴직금 제도가 없는 곳은 없지만, 은퇴 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목회자는 얼마나 될까. 일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작은 교단 중에는 퇴직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그 이상의 노후복지를 고민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규모의 경제학 때문에 이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 교단 실무자는 토로하기도 했다. 

어쩌면 한국교회 안에 자리한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교단 차원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의 연구와 동행이 요구된다. 

또 목회에 전념하다 보면, 노후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지 실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역자들이 많다. 흔히 은퇴보장 3단계를 흔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이야기하는데, 퇴직연금이 어렵다면 적은 금액이더라도 개인연금에 서둘러 가입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개인연금의 경우 한 해라도 빨리 가입하는 것이 연금 수령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당장의 실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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