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핫 이슈’ 떠오른 ‘난민’ 국내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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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핫 이슈’ 떠오른 ‘난민’ 국내 상황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10.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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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시리아 난민 800명… 교회 역할 주목
▲ 요르단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에는 갓난아이들도 적지 않다. 아기들은 출생신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출처 :유엔난민기구)

터키 남부 해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시리아의 꼬마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시리아 난민사태는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세계인의 염원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도 800명에 가까운 시리아 난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금껏 난민에 대한 경험이 전무 했던 까닭에 여전히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나그네들의 벗’으로서 교회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난민사태의 배경
시리아 난민사태의 주 원인은 장기화 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있다. 2011년부터 계속되어 온 시리아 내전의 배경에는 정치, 경제, 종교, 외교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2011년 3월 알 아사드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분노한 국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것이 내전의 시초가 됐다. 정부는 시위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을 넘어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탄을 쏘는 등 무리한 진압에 나섰고, 양측의 충돌은 정부와 반정부군의 내전으로 확대됐다. 내전은 정치적 갈등을 넘어 시아파 계열의 정부군과 수니파 계열의 반정부군의 종교적 대결 양상을 띠면서 시아파 국가들과 수니파 국가들의 합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이슬람국가(IS)가 가세하면서 시리아는 그야말로 전쟁의 포화 한 가운데 놓이게 됐고, 그곳에 살던 시리아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유엔난민기구는 4년 가까이 이어져온 내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최소 760만명의 시리아인이 국내를 떠나 떠돌고 있다고 발표했다. 피난민들은 인근 레바논과 터키는 물론이고 유럽과 호주, 캐나다, 심지어 한국으로까지 생사를 건 이동을 감행하고 있다.

목숨을 건 피난길
문제는 피난길에 오른 이들 가운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난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난민기구(UNCHR)의 통계에 따르면 내전의 장기화로 시리아 전체 인구의 절반인 1160만명이 국내외에서 피난민이나 난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터키와 레바논 등 인접 중동국가로 피한 시리아인은 지난 7월 기준 400만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터키 정부가 국경을 실시 개방하자 이틀 만에 약 6만명이 넘는 난민이 순식간에 몰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난민이 급증하자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한 터키 정부는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지역을 모두 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국경을 몰래 넘고 있으며, 거액의 돈을 받고 열악한 차량에 난민을 몰아넣고 옮기는 브로커도 판을 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으려던 시리아 난민 71명이 냉동 트럭 안에서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꼬마 난민 쿠르디와 같이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8월 26일 스웨덴 경비선이 리비아 해안에서 구조한 난민선에서는 질식사로 숨진 51명의 시리아 난민이 발견되기도 했다.

난민수용 현황
시리아 난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유럽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난민 추가 수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영국이나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수용에 따른 부담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리아와 인접한 이스라엘의 경우 난민 수용은커녕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30km에 달하는 이 장벽 건설이 아프리카 출신 난민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유입을 막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국내 시리아 난민 상황은?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난민사역을 하는 기독NGO 피난처(대표:이호택)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도 총 768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피난처의 이재린 간사(소송담당)는 “시리아 난민 이슈가 대두되면서 지난 한달 동안 언론기관으로부터 취재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오늘만 해도 어떤 분이 시리아 난민을 돕고싶다며 현금과 의료생계비 부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면서 “난민의 존재를 알게 되고 관심이 늘어났다는 측면에서는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의 시리아 난민 768명 가운데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140여 명은 불법체류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나머지 619명은 인도적체류허가자 지위를 획득했다.

인도적체류허가난민이란 난민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서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인도적체류자는 난민과 비슷한 지위를 갖지만 취업 등에 제약이 따른다. 난민과 인도적체류자 모두 가족 초청의 권리나 자녀 등 가족 보호의 권리, 의료보험의 권리를 갖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간사는 “우리나라의 난민 관련 제도는 일본의 것을 본뜬 부분이 많다”며 “우리나라 만큼 난민 지위 획득이 어려운 일본의 경우에도 난민과 인도적체류자에게 의료보험의 혜택을 주고있다”고 설명했다. 피난처는 앞으로 난민과 인도적체류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피난처는 올해 초부터 시리아 사태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인권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회의 역할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나섬공동체 대표 유해근 목사는 “지난 한달 동안 난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실제적인 변화는 없었다. 지금껏 난민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한국사회에서 난민문제는 사실상 ‘남의 일’이었다”면서 “한국교회가 나그네를 섬기는 교회의 사명을 기억해 이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또 “난민 문제는 2015년 가을에 일어난 일시적인 일이 아니라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반짝 이슈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섬공동체는 지난해 6월 이란 난민 출신 이호잣 선교사를 시리아 인근 T국으로 파송했다. 파송한 선교지로부터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전해들은 나섬공동체는 이 선교사로 하여금 난민사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 목사는 “이호잣 선교사는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데, 1년 4개월만에 10명이 넘는 세례자를 배출했다. 이것은 엄청난 일”이라며 “이 사례는 한국교회가 난민사역에 눈을 떠야할 이유를 강력하게 대변한다. 우리가 선교라고 하면 교회 세우고 세례 주는 전통적인 개념만 생각하는데, 그것을 뛰어넘어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사역하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 교회의 선교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나섬공동체는 내년부터 터키와 그리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리아 난민 사역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유 목사는 “세계적인 난민 문제는 하나님이 주신 선교적 과제이자 기회”라며 “교회가 빨리 눈을 뜨고 이 일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피난처의 이재린 간사는 서울의 온누리교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난민 1대1 멘토링’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난민들이 한국에 온 것은 하나님이 목적이 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이들에게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본국에 돌아가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많은 교회가 이런 프로그램에 동참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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