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공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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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공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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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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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 예따람공동체

미국에서 유학 중인 목사후보생 홍신해만 군이 2015년 6월 11일에 페북에 올린 글이다.

“노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목사후보생들은 자신이 꿈꾸는 목회와 관련한 신학 에세이를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 목사님이 뉴욕에서 목회하던 시절, 나와 같은 한국인 유학생을 담당했던 적이 있단다. 나이는 40대 정도의 여성 신학생이었는데, 신학 에세이 주제가 ‘한(恨)의 신학’이었다고 한다. 에세이에는 ‘한(Han)’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위원회 목사님들이 한국적 상황이라든가 ‘한’이란 개념의 의미를 잘 몰라 매우 난감해 했다고 한다. 결국 위원회 목사님들은 여성신학을 가르치던 한국인 교수님을 초청하여 한 달 간 ‘한의 신학’에 대해 특강을 들으며 공부를 했고, 한 달 간의 공부 끝에야 비로소 그 학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목사님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 학생 덕분에 자신도 공부할 수 있어 참 좋았노라 말씀하셨다. 우리 목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 목사님은 내게 한국인의 ‘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셨는데, 그 이면엔 이런 스토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난 다른 것 보다, 한 외국인 목사후보생의 에세이를 이해하기 위해 목사님들이 강사까지 초빙하여 한 달 간 공부를 했다는 사실에 감명 받았다. 훌륭한 목사님 밑에서 훌륭한 목사후보생이 자라난다.”

처서(處暑)가 지나면서, 정말 신기하게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언제 그렇게 무더웠던 여름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처서는 모기의 바늘이 휘어진다는 절기다.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가을은 기도하기가 좋다고 한다. 김현승 시인의 시구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월력(月曆)이 몇 장 남지 않은 것을 보면서,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하여, 여름 동안 지쳤던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이럴 때,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제 격이다. “이 가을에, 공부를!” 하시죠.

한양대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정민 교수가 다산(茶山)에 대한 글을 썼는데 요약한다.

다산은 강진에서 서당을 차려 가르치면서 아동교육에 대한 글을 남겼다. 격몽정지(擊蒙正旨) 안에 독서일월(讀書日月), 즉 독서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글이 있다. “인생에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은 모두 해야 5년에 그친다. 11세 이전에는 아직 멋모르고, 17세 이후로는 여러 가지 욕망이 생겨나서 책을 읽어도 그다지 깊은 유익함이 없다. 그 중간의 5년이 독서할 수 있는 좋은 기간이다. 하지만 한여름은 책 읽기가 마땅치 않고 봄가을에는 즐기고 노는 것을 온전히 금하기 어렵다. 할 일이라도 생기면 해야 하고 해서, 1년에 100일 정도 읽는 것도 다행일 것이다. 이 500일이 사람에게는 지극히 보배로운 시기다. 이 500일의 시간을 어찌 아끼지 않겠는가? 사람이 12세가 되면 총명과 지혜가 마구 솟아나 마치 여린 죽순이 새로 돋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16세까지 간다.”

가을, 9월이 되면, 교계는 교단들마다 총회가 열린다. 임원선거, 일 년의 결산과 평가, 미래 설계, 정책 결정 등 정말 중요한 총회이다. 그런데 총회풍경은 선거를 마치면 파장(罷場) 분위기다. 중요한 정책들이 몇 사람의 ‘꾼’들에 의해 좌지우지(左之右之)된다. 대다수의 총대원들은 약간 무시하는 말이지만 거수기(擧手機)일 뿐이다. 모든 총대원은 두툼한 총회자료를 미리 받는다. 세밀히 읽어볼 시간이 충분하다. 목사 장로 총대원 여러분, 자신을 16세 지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이 가을에 공부 좀 하시죠. 여러분의 공부에 한국교회의 성숙한 미래가 있답니다. (강 석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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