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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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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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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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 / 예수로교회

바야흐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와 행사가 나라 안팎을 달군다. 우리민족이 걸어온 영욕의 지나온 발자취가 실로 고난의 가시밭길이었기에 남다른 감회가 우리 모두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광복 70년의 역사는 한국교회와 함께 한 가시밭에 핀 백합화와 같다. 역사의 위기는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게 다가 온다고 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마련이다.


인생도 칠십이면 고종명(考終命)이라 했는데 이제 광복 70주년의 역사를 되새기고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사회전반의 정방위적인 개혁과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녕하지 못하다.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안녕 질서는 행복의 울타리고 기쁨의 둥지다. 안보가 불안하고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가정의 균열이 생기고, 마음이 피폐해지면 기쁨을 상실한 마음의 끝자락에는 쾌락만이 맴돈다.


자유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제2의 한국전쟁을 불사하는 적군들이 엄연히 우리 앞에 현실로 존재한다. 요즘 사회상이 정치가 부패의 통로가 되고, 기업이 공익을 소홀히 하고, 음란문화가 창궐하고, 양심이 마비된 패륜범죄가 일반화되고 있다.


세월호는 분명 한국호의 침몰이었음에도 “반드시 달라질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게” 함께 울며 맹세한 우리의 다짐이 무디어진 오늘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총체적 국가 안보의 보안장치와 사회전반의 구조정이 절실하다.(restructuring) 정치가 어수선하면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가정이 허술하면 웃음이 사라지고, 몸을 다스리는 것이 분잡하면 정기가 흩어진다고 했다.


일찍이 노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지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治大國, 若烹小鮮) 작은 생선을 지질 때는 장을 빼지도 않고, 비늘을 벗기지도 않고, 휘젓지도 않으니 이는 모두 부서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 했다.


이제 교회가 민족의 상흔을 치유하고 용서와 화합의 새로운 장을 개막하는 경종을 울려야한다. 다음세대가 다른 세대가 세워지지 않도록(삿2;10) 복음으로 재무장하여 새로운 도약의 영적 발판을 우리가 스스로 마련해야한다. 네 탓 내 탓, 끝없는 변명과 합리의 거짓부렁은 이제 그만두고, 요나처럼 이 모든 풍랑이 나의 연고임을 자복하는 회개와 각성의 눈물이 교회의 터가 되어야한다.


삶의 터전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비틀거리는 세파에 시달린 영혼들에게 성경이 답이라고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윽박지르기 전에, 각각의 소위를 살펴 삶이 답이라고 위로하고 보듬어 주고 품어야한다. 말 신앙이 아니고 몸 신앙 말이다. 심각한 복음으로 정죄의 사슬에 묶이지 않게 하고, 예수님의 은혜를 누리는 행복한 복음을 나누자.


신앙은 살아온 경험(biography)이 삶의 모본(script)이 되어 다시 자신의 삶을 결정짓게 하는 믿음이다. 밥벌이의 지엄함을 알지만 결코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어제와 내일에 흩어진 세속의 가시들을 맨몸으로 뒹굴더라도 오늘의 향기로운 기도와 찬송이 어둠을 견디는 생명의 복음이 되도록 강단을 살리자.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태리의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에는 후원(後園)에 가시 없는 장미를 잘 가꾸어 보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성 프란체스코가 젊은 수도사 시절에 자신의 욕정을 없애 달라고 장미 가시덤불 위에서 맨몸으로 구르면서 기도하였는데 그가 죽은 후에 그곳에 피어난 장미들에는 가시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랑과 자유는 그 상처를 허락해야 한다.(Jean Paul Sartre)


이제 혼란과 환란의 질곡을 살아온 한국교회의 새 시대를 열어갈 다음세대의 새 원동력을 장착할 때이다. 인위적인 몸짓을 헌신이라고 포장하지 말고, 성결과 정직으로 순교의 눈물을 회복하자. 지금 한국교회는 안녕하지 못하다. 복음이 세속에 물들고 성도가 세상이 밀리고 강단이 맘몬에게 밀리고 있다. 두려움 없는 은혜와 감사 없는 은혜와 하나님 없는 행복이 오염된 복음이다. 세속의 가치관이 교회의 신앙관으로 변질되고 있다. 엘리야처럼 엎드려 얼굴을 무릎사이에 넣자. 아! 광복 70년! 가시밭에 핀 고고한 백합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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