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통일운동이 부진한 이유는 ‘보수화’가 아닌 ‘비전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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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통일운동이 부진한 이유는 ‘보수화’가 아닌 ‘비전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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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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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구 목사(색동교회, 화해통일위원)

목회자의 입장에서 현재 교회가 직면한 평화통일운동에 대해 살펴보자. 이전 30년을 돌아볼 때 지금은 사회 전반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 열정, 의지가 가장 침체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남-북 정부 간 교류협력이 긴밀한 때와 지금처럼 8년 째 단절된 상태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과연 교회의 통일운동이 활성화된 적이 있었던가?  부끄럽게도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예배와 기도회조차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 채 지속하지 못했고, 교회언어와 고유한 상징으로 표현해내지 못하였다. 외부적 환경과 제약을 뛰어 넘기 위한 교회다운 도전과 순교적 헌신도 찾아보기 어렵다. 북의 파트너십도 발전적 관계를 도모하기에는 너무 무기력한 상대였다.


결과적으로 교회는 그리스도인의 평화통일에 대한 감동을 지속하고, 통일감수성을 내재화하고, 열정을 축적하며, 참여를 확대하는 일에 실패했다. 이제는 왕년의 기념비적 사건을 기념하는 일에도 역량이 딸린다. 소수의 개혁적 목소리조차 사회적 의제마다 동원되다시피 하니, 통일운동은 6월 또는 8월에만 반짝이다 말뿐이다. 반복된 집단 선언이나 진정성이 부족한 서명운동도 더 이상 약발이 없다.


‘개신교회의 보수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착각이다. 고래로 교회가 보수적이 아닌 때가 있던가? 교회는 항상 진보적 의제에 대해 경계심이 많았고, 남남갈등으로 대표되는 이념분쟁 역시 반공주의 교회가 촉발한 측면이 크다. 대부분 교회는 교회성장(존립)과 무관한 사회문제에는 무심한 것이 솔직한 변명이다. 기독교통일운동에 빈곤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목적의식과 비전의 부재다.


기독교 통일운동이 뿌리내리지 못한 까닭은 한마디로 우리 자신의 미성숙함 때문이다. 그 결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기도와 예배의 생활화, 신앙운동화가 부재할 수밖에 없다. 교회는 지난 70년간 지속된 분단현실과 70년 이상 반복된 통일염원을 너무나 가볍게 취급해왔다. 분단과 통일에 깊이 없는 성찰, 죄책 없는 습관적 자성,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행사치레는 평화통일운동과 이에 따른 신앙고백을 화석화시켰다.


‘소명의 부재’였다. 우리 교회는 평화통일운동을 회의와 대회, 선언에만 머문 채 이를 신앙화, 대중화하는 소명작업을 하지 못했다. ‘결과’로서 통일만 구두선처럼 외쳤을 뿐, ‘과정’으로서 평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에는 무관심과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평화통일에 대한 대박은커녕 염원조차 식어버린 지금, 그런 자유로운 꿈이 사라진 오늘이 두렵다. 상상력조차 사라진 교회와 사회적 현실이 암담하다. 열심히 부르던 ‘우리의 소원’은 이미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오늘,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교회로서 최소한 교회다운 기본적 소양’이다. 지난 70년 분단세월이 우리에게 많은 위기를 가져다주었다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열린 기회를 줄 것이다. 특히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에 신실하게 참여하는 것은 누구보다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평화통일운동은 구호나 이벤트, 통과의례의 제의가 아니다. 예배와 생활, 신앙과 윤리, 내적 경건과 외적 행실이 일치라는 신앙과 삶의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진실한 자기 고백으로서 회개가 필요하다. 단절된 죽은 상징이 아니라 관계하는 생생한 상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형편과 처지에 따라 일회적 구호활동이 아닌 생활과 연계된 구체적인 대안들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길에서 기득권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원수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분열된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여 교회일치를 모색할 때 한국교회는 조금씩 새로워 질 수 있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변호사 노릇을 해야 하고,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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