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기도 않고도 교회입니까? 기도는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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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기도 않고도 교회입니까? 기도는 통일입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7.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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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가 먼저다-벧엘한인교회 손인식 원로목사
▲ 손 목사는 한국의 니콜라이교회 100개, 해외에 100개를 세우는 꿈을 꾸고 있다. 실제로 그 일은 진행 중이며, 이 일을 위해 은퇴했기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내년 초에는 100개 교회를 순회하며 통곡기도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통일 속 해프닝, 실수 아니다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지금이야 에피소드처럼 회자되는 일이지만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던 시기로 돌아가서 보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던 것 아닌가 싶다.

1989년 11월 9일 동독의 집권당 사회주의통일당의 선전담당 귄터 샤보브스키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우리는 모든 동독(GDR) 주민이 어느 국경검문소에서도 출국을 허용하는 규정을 시행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며칠 전 발표된 여행완화법안을 구체화하는 별다를 것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문장에는 ‘여행’이란 단어가 빠져있다.

한 이탈리아 기자는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를 질문했고, 별다른 준비가 없었던 귄터 샤보브스키는 머뭇거리다 “내가 아는 한 즉시”라고 응답했다. 요컨대 지금 당장 어느 국경검문소 출입도 동독 주민들에게 허용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언론사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헤드라인으로 사실상 오보를 냈고, TV로 생중계를 본 동서독 시민들도 곧바로 베를린장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날 밤 국경검문소는 몰려든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마침내 문이 열렸다. 길었던 분단의 아픔이 끝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통일은 기도의 통일이었습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데는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7년간의 기도운동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해 10년이 넘도록 한반도 통일을 위한 ‘통곡기도회’를 이끌어온 벧엘한인교회 손인식 원로목사는 확신에 차 있었다.

1982년부터 동독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에서 작은 기도회가 계속 열려왔고, 1989년 10월 9일 라이프치히 시민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 10월 16일 월요일에는 23만명, 다음 월요일 23일에는 36만명, 마지막 주일에는 57만명이 동참하는 기도의 불길이 일어났고, 시민들의 통일 열망도 폭발해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동서를 가른 166킬로미터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배경에는 기도가 있었다고 손 목사는 굳게 믿는다.

분단 70년이 되는 우리도 기도하면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 정세에도 변화가 올 것이며, 피흘림 없이 하나님께서 통일을 주실 것임을 그는 강조했다.

 

“통일을 미뤄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준비 없는 통일은 재앙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독일처럼 갑자기 지금 한반도 통일이 온다면 어떡하나?

손인식 목사는 물론 우리가 통일을 준비해야 하고 남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계획일 뿐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호불호를 떠나 통일의 역사성은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통일의 때를 우리가 계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나님이 내일이라도 통일을 주시면 ‘우리 형편을 아시지 않냐’며 미뤄달라고 할 겁니까? 맞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통일 전 동서독 안에서도 통일에 대한 찬반 의견에 나뉘어 있었다. ‘오시’, ‘배시’ 하면서 서로를 비하했다. 그러나 손 목사는 통일이 가진 미래성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이 통일 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유럽연합(EU)을 움직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은 통일이 가져다준 효과라는 주장이다. 남한의 기술력, 경제력 등이 북한의 잠재된 지하자원, 저렴한 노동력, 수많은 관광자원 등과 만나면 또 다른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전문가들이 이 같은 주장을 듣는다면 지나치게 날 것(?)이라고 비평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교회가 전할 수 있는 희망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그는 북한을 위한 세 가지 사역방향을 한국교회에 제안하고 있다. 이른 바 ‘퍼주기’, ‘빼오기’, ‘흔들기’다.

남한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퍼주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를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서독교회가 퍼주었던 것을 보면 우리가 가진 논란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퍼주는 사람들은 인도적, 동정적, 신앙적으로 북한을 돕는 것입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친북이니 종북이니 매도하지 말고 존경하고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빼오기’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온 수많은 탈북민들을 교회가 북송되지 않고 데려와야 한다는 것으로, 교회가 주목해야 할 사역이라고 손꼽았다.

그리고 기도다. 그는 기도를 ‘흔들기’라고 표현했다. 니콜라이교회의 기도운동이 폭발해 하나님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처럼 기도를 통해 250킬로미터 휴전선도 무너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국 니콜라이교회 세운다 ‘통곡기도운동’

손인식 목사가 벧엘한인교회를 시무하며 ‘퍼주기’, ‘빼오기’ 사역에 주력해왔다면, 지금 그는 ‘통곡기도운동’을 통해 ‘흔들기’ 사역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12월 65세의 나이에 조기은퇴를 선언한 그는 근래 들어 하나님께서 자신을 더 강력하게 기도운동에 부르고 계심을 느끼고 있다.

180여명 교회에 부임해 6천명 교인의 이민교회로 성장시킨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부임 1년만에 천명, 2년만에 2천명의 교인들이 몰리는 이유를 그는 알 수 없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사역을 하면서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꾸 북한에 마음이 갔어요. 기독교인이라면 본질적으로 자비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목회 일선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등 10년 동안 120만불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펼친 바도 있다. 간혹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절망의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더욱 기도에 힘썼다.

그리고 2004년 ‘통곡기도운동’을 시작하고 첫 기도회를 개최했다. 성경에서 이민자였던 ‘모세’와 ‘느헤미야’, ‘에스더’ 등 믿음의 선진들이 민족을 구했던 것처럼, 이민자들이 기도하면 남북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2004년 9월 27일 LA에서 열린 통곡기도대회에는 미국 전역에서 목회자만 1600명이 모였다. 2백명이 목표였지만, 수백달러를 지불하고 비행기를 타고 그들은 달려왔다. 9월 28일에는 미국 상원의원 ‘샘 브라운 백’이 미 상원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초였다.

미국에서 ‘북한인권법’ 통과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를 더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 2005년부터 UN은 대북인권결의안을 매년 채택하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도록 북한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기도가 번지고 확산되면 성령이 오시게 됩니다. 각자 강단에서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도의 불길이 연합하면 운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인권운동을 할 때 백인교회의 목사와 평신도들이 운동에 많이 함께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도 이런 운동을 일으킬 수 있어요.”

손 목사는 한국의 니콜라이교회 100개, 해외에 100개를 세우는 꿈을 꾸고 있다. 실제로 그 일은 진행 중이며, 이 일을 위해 은퇴했기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내년 초까지 100개 교회를 순회하며 통곡기도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특별히 오는 8월 15일 오후 4시 ‘분단 70년 한민족 통곡기도대회’를 인천순복음교회에서 개최한다. 그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이 주최하는 가운데, 통곡기도회를 개최해온 지역교회들과 회원단체, 탈북민 목회자, 통일선교사 등이 함께 기도를 모으게 된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일갈했다.

“분단 70년이 됐는데도 제대로 통일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전쟁 없는 통일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면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까? 침묵은 죄입니다. 기도는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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