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편하게 오장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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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편하게 오장을 다스린다
  • 승인 2003.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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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목과에 속하는 숭어는 동해와 서해, 남해에 모두 분포하고 일본과 중국의 연안, 그밖에 태평양과 대서양의 온대와 열대지방의 해안에 널리 서식한다. 숭어는 바닷물고기이지만 새끼일 때는 민물 또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에서 살다가 크면 바다로 내려가는 습성이 있다.

성장이 빨라 부화해서 만 1년쯤 되면 몸길이가 20㎝쯤 되고 2년쯤 되면 30㎝, 그리고 5년쯤 되면 50㎝쯤 되고 5년이 넘어야 비로소 숭어가 된다.

숭어는 물고기 중 방언이 제일 많기로 유명한데 이 방언은 대부분 숭어의 성장에 따라 붙여진 이름으로 덜미, 동어, 글거지, 애정이, 미렁이 등 무려 100가지가 넘는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어린것은 모치, 작은 것은 등기리라 하였고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는 수어라 하였다. 몸에는 비교적 큰 둥근 비늘이 덮여있으며 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를 가장 많이 먹고 그밖에 새우나 게, 각종 해조류를 모래뻘과 함께 먹는다.

그래서 먹이를 부수기 위해 위벽이 주판알과 같이 되어 있는데 이것을 ‘숭어의 배꼽’이라 하여 진미로 여긴다.

숭어는 다른 생선보다 비교적 값이 싼 편이며 기름지고 씹히는 육질의 맛이 매우 뛰어나다.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며 비타민 A, B2, E, 칼슘, 인, 황, 철분 등이 고루 함유되어 있어서 만성 위염, 야맹증, 동맥경화증인 사람과 병후의 회복에 좋다.

동의보감을 보면 숭어를 먹으면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百藥에 어울린다고 하였다.

특히 궁중의 진상품으로 유명한 어란은 숭어의 난소를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돌로 눌러 보기 좋게 모양을 만든 후 하루에 몇 차례씩 참기름을 발라 가며 그늘에서 20일 이상 말린 것으로 건란 또는 치자라 하여 진미로 삼았다. 그러나 산란을 마친 여름 숭어는 육질에 수분이 많아지고 게다가 흙 냄새마저 풍겨 생선 맛을 제대로 아는 식도락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우리 나라 연안에서는 주로 봄에 담수가 스미는 바닷가에서 산란을 하는데 이때가 되면 숭어는 눈꺼풀에까지 기름기가 잔뜩 끼어 앞을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므로 큼직한 찌에다 날카로운 낚시바늘을 여러 개 달아 낚는 훌치기 낚시만으로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숭어잡이의 절정을 이루는 5, 6월이 되면 동해안 곳곳의 방파제에는 낚시꾼들로 붐비게 된다. 낚시 외에도 숭어를 잡는 토속적인 방법이 많이 있는데 독살이라고 하는 돌담을 쌓아 밀물에 든 고기를 썰물 때 걷어내는 방법과 독살을 놓을 자리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친 다음 잡는 '개매기'라는 방법이 있다.

또 바다 가운데 숭어가 지나갈 길에 그물을 쳐 놓고 배 서너 척이 그 주위를 돌면서 장대로 물을 툭툭 치면 놀란 숭어 떼가 그물에 걸리게 된다. 일명 ‘그물몰이’라고 하는 이 방법은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전남 진도군 앞 바다에서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숭어를 잡는 방법은 봄철에 눈이 먼 숭어 떼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물빛이 붉게 변하는데 이를 보고있던 사람이 발견하고 ‘후려라’하고 소리를 지르면 바다 길목에 나가있던 배들이 그물로 숭어 떼를 둘러싸고 건져 올리는 ‘숭어들이’다. 물빛만 보고 고기를 잡을 수 있다니 얼마나 정확한 눈인가?

천국은 마치 바다에 치고 각종 물고기를 모는 그물과 같다.(마 13:47)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막 1:17) 하신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도 유능한 어부가 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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