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경제 격차 엄청난 재앙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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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경제 격차 엄청난 재앙될 수도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7.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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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가 먼저다 ‘대북지원-통일기금 조성’ 시급한 과제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돕지 않으면 남북간의 격차가 계속 커질 뿐더러 특히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의 신체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 문제가 향후 민족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 ‘독일통일기금’ 1600억 마르크, 우리돈으로 약 130조원을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약 1000억유로(약 150조원)를 옛 동독 지역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 정부 올해 예산의 40%에 육박하는 돈을 매년 통일기금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적 가치관 아래 국내에서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 정착을 목표로 통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 독일 한스자이델 재단의 베른하르트 젤리거 사무소장은 “현재 남북의 경제 격차가 통일 당시 동‧서독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한국의 통일 이후 상황은 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 차원에서 미리 통일 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통일 기금은 단순히 통일 후를 대비해 저축해 놓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며 “정부는 국가 부채를 줄이는 등 기본적인 경제구조를 탄탄히 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통일 이후 닥칠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리거 소장의 말처럼 통일 기금은 단순히 통일 이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통일의 과정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정부의 통일 준비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991년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 사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남북협력기금법이 재정되긴 했지만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은 2008년 241억원에서 2009년 77억원으로 줄어든 뒤 2010년부터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연중기획 ‘화해가 먼저다’. 이번 호에서는 통일기금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한국교회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일지 알아봤다.

 

‘통일대박’ 외쳤지만 실상은 ‘글쎄’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했다. 이른바 ‘대북 원칙’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이다. 선언에는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과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같은 해 1월에도 박 대통령은 통일을 화두로 던졌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통일 대박론’의 시초가 되는 ‘통일은 대박’ 발언을 내놓은 것. 박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5.24조치 해제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그간 경색일로이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같은 분위기로 남한 전체가 들썩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은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변화가 없다. 일각에서는 대박은커녕 쪽박을 찰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 정부가 외국의 원조비용으로 쓴 돈은 약 3조 4천억원 가량. 그에 반해 대북 인도적 지원액은 566억원으로 같은 기간 외국에 무상으로 지원한 돈의 1.68퍼센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와 함께 연이은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것이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남북 주민간의 동질성 회복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통일이 닥쳤을 때 양측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 돕지 않으면 미래에 재앙 될 수도
이런 가운데 멀리 통일 후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불과 몇 달 내에 국제적인 지원이 없으면 북한에 초유의 기아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말은 우리 사회의 엄중한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이 지난 4월 펴낸 북한의 식량∙보건 실태와 인도적 지원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도 “북한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도움이 절실한데, 국제사회의 지원은 턱없이 북한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더욱이 작년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국물 부족량이 2014년 89만 톤까지 늘어나고 북 주민 1인당 하루 곡물 공급량이 383g에 밖에 미치지 못하는 등 만성적 식량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영양결핍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통일 후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사랑재단의 김기택 이사는 “북한 아이 중 상당수가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이 아이들을 우리가 품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북한 아이들이 어릴 때 두뇌와 신체 발달에 차질을 빚으면 성인이 돼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며 통일 후 민족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금부터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북한 아이들 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 경험 늘려야 통일 비용 줄어든다
앞서 지적했듯이 정부차원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지속되고 있는 민간 지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굿네이버스와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국내의 대표적인 기독교계 민간구호단체들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길이 막혀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반도 정세가 회복되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굿네이버스는 2008년 85억원이던 대북지원 규모가 지난해 13억 원으로 뚝 떨어졌고 기아대책과 월드비전도 같은 기간 31억원에서 9억원으로, 19억원에서 4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들 단체가 실시해오던 장기적 지속적 개발협력 분야의 지원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개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이들에게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그럴 기회 자체가 많이 사라져 아쉽다”며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서로에게 공포심을 느끼지 않고, 그리워 할 수 있는 통일경험을 늘려준다면 통일이 절로 앞당겨질 뿐 아니라 통일 비용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부담 줄이기 위한 교회 노력은?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통일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며 어느 때보다 뜨거운 기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별히 통일기금과 관련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총회(총회장:이영훈 목사, 기하성 여의도)가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조성하는 안을 결의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은 이영훈 총회장이 제시한 ‘통일을 대비하여 북한 교회재건 및 교육, 문화, 의료시설 건립을 위해 각 교회 1년 예산 중 1%씩 교회별로 적립할 것을 제기한다’는 내용에 전원 동의하면서 안건을 결의했다.

수년 전부터 교계에서 통일기금 1% 조성에 대한 제안이 있어왔지만, 교단 차원의 결의가 첫 번째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이영훈 총회장은 “교회 예산의 1%씩 모아서 통일이 되면 바로 교회와 학교, 병원을 짓는 데 쓸 수 있도록 준비하자”며 이미 본인이 담임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1%예산 적립을 시작했다.

오는 9월 여타 교단 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기하성 여의도의 이같은 결의가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예장합동 증경총회장인 장차남 목사는 “교회 차원에서 통일사업을 진행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총회 결의를 이끌어 내는 것” 이라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예장합동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단들이 통일과 관련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분단 70년의 통일 염원이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우선 대표적인 교단들이 앞장서서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10년 전부터 통일 헌금을 실시, 이를 통해 나진선봉 생리대 공장과 이불공장 및 고아원‧양로원‧빵공장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정성진 목사는 “정부 눈치만 보지 말고 교회는 교회 방법대로 사랑과 자선을 배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또 “현재 북한 안에는 200명 가량의 외국 NGO 인력들이 상주하고 있는만큼 우리가 돕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면서 “물론 통일 후를 대비해 기금을 모으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돕는 것 역시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통일기금이다. 지금 주는 게 통일 후의 부담을 줄이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통일기금의 개념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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