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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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겁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7.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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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A 프로그램위원장, 대한성공회 김기리 사제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지난 5월 21일부터 26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됐던 제14차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선택을 했다.

‘더불어 함께 사는 하나님의 세상’을 주제로 5년 만에 열린 CCA총회는 아시아 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열망이 다른 때보다 높았다. 그러한 자리에서 새 프로그램위원장으로 대한성공회 김기리 사제가 선출된 것이다.

▲ CCA 신임 프로그램위원장으로 선출된 대한성공회 김기리 사제

CCA 회원교단과 단체에서 대의원 40여명을 파송했던 한국교회로서도 의외의 과정과 결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인선위원회가 애초 추천한 후보 대신에 총회 일정 마지막 날 김 사제로 프로그램위원장이 결정된 것이다. 총대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선택이었다.

프로그램위원회가 중요한 이유는 CCA가 다음 총회 때까지 향후 5년간 CCA의 비전과 철학을 구체화하는 일들을 주관한다는 점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구 구조를 축소하는 헌장 개정이 이뤄져 프로그램위원회가 갖게 될 무게감은 더 커진 상황이었다. 헌장 개정에 따라 중앙위원회가 없어졌다.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기리 사제는 CCA가 자신을 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은 아시아교회가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자 기회라고 봤다.

“한국교회를 우호적으로 보는 국가의 교회나 그렇지 않은 국가의 교회나 지금 한국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아시아교회의 여러 분들이 오셔서 적극 돕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진심을 느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교회를 견제하는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시아교회가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별히 이번 CCA 총회 현장에서는 아시아 신학과 이슈가 아시아교회 안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이 많이 제시됐다. 또 청년 역량강화와 지도력 개발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김 사제는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아시아교회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5월 열렸던 CCA 정기총회에 참석한 한국교회 대의원들이 기념사진으로 함께 했다.

‘사라세한’(인도네시아어로 토론)에서 아시아신학, 이주노동자 문제, 차세대 리더십, 자연재해 등 다양한 주제로 심도 깊게 토론했던 내용들을 실제적으로 적용되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세계교회를 향해서도 아시아의 이슈를 더 강력하게 주창하자는 요구도 녹여내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와 군축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일본교회와 필리핀교회가 의제에 함께 목소리를 내주었습니다. 나라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입장에 차이가 있지만, 소통한다면 이 역시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서로 이슈를 공유하지 않았던 한계를 극복해야죠.”

특히 이번 CCA 총회에서는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아시아교회의 관심과 역할을 더 모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선언문 등이 채택돼 세계교회가 향후 8년간 남북 분단을 극복하는 데 협력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 CCA총회에서 다시 한 번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의 평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가 채택됐다.

개회예배 때는 남북한 교회가 지난 4월 부활절을 맞아 발표한 공동기도문을 참석자 전원이 함께 낭독하는 감격적인 시간도 가졌다.

김기리 사제는 ‘처음’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깊다. 김 사제는 처음으로 CCA 회의에 참석해, 프로그램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또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첫 여성사제’이며, ‘첫 부부 성직자’이기도 하다.

김 사제가 국제무대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에 대한성공회를 비롯해 많은 한국교회의 선후배들의 축하와 격려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가족들은 앞으로 사역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서울대에서 은퇴한 아버지 김문환 교수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선배이자 친구로서 김 사제에게 많은 조언을 해줄 것이다. 어머니와 하나 뿐인 딸에게는 미안함이 많다. 시무하는 교회와 교인들이 이해하고 협조해준 데 대한 감사도 그는 잊지 않았다.

그의 임기는 10월 12일 열리는 첫 실행위원회 때부터 시작된다. 부담도 크다. 하지만 20명의 프로그램 위원들과 함께 아시아 교회들이 제안해오는 프로그램들을 잘 선택해 제대로 추진해가겠다는 각오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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