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단기선교에도 치명타… 장기화시 ‘결단’ 필요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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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단기선교에도 치명타… 장기화시 ‘결단’ 필요할지도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6.1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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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피현상’이 가장 큰 문제… 선교 의미 퇴색 우려

“입국 거부 가능성 낮지만 한국인 입국심사 까다로울 것”

“메르스 창궐한 나라 선교팀 반길 리 만무… 현지 선교사 역할 중요”

“현지인들의 인식 과장됐든, 아니든 공포심이 발휘된다면, 선교팀이 가봤자 아무 의미 없을 수도”

▲ 단기 선교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그 가운데 예수의 사랑이 전해지는 것이다. 메르스의 확산이 올해 단기선교에서 현지인들과 한국 선교팀의 만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교회연합봉사단

최근 뉴욕타임즈가 한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만평을 게재할 만큼 국내에 불고 있는 ‘메르스 공포’는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7일 기고된 뉴욕타임즈의 만평은 '한국에서 메르스가 발생하다'라는 제목으로, 그림에는 휴전선을 감시하던 북한군 병사가 김정은을 닮은 상관에게 “탈북자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그림 한쪽에는 가방을 든 탈북자들이 숨어 들어오는 모습이 담겼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되돌아갈 정도로 한국의 '메르스 공포'가 심각하다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실제로 국내 메르스 감염자 및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해 16일 현재 감염자수 총 154명, 사망자수 19명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한국 내 메르스 확산은 여름 단기선교를 앞둔 교회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회마다 선교 준비 모임을 취소‧연기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선교지 현지의 우려다. 현지인들이 ‘메르스가 창궐한 나라’에서 온 선교팀을 만나는 자체를 꺼려할 수도 있다는 것. 현지인과 선교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선교사들은 메르스로 인해 단기선교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까지 진단하고 있다.

입국 거부 당할까? ‘확진‧의심환자 아니면 걱정 No’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A교회. 오는 7월 필리핀 단기선교를 계획하고 있는 이 교회 청년들 사이에서는 최근 ‘메르스 때문에 선교를 못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메르스가 유행하는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 현지 정부가 입국 자체를 차단할지도 모른다는 것. 처음에는 장남삼아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선교팀의 걱정은 날로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교팀의 걱정처럼 현지 정부가 한국인의 입국을 막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이민관련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MK의 문상일 변호사는 “한국에서 메르스 환자들이 생겼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뉴스가 CNN과 BBC등을 통해서 전 세계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호주나 홍콩, 태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입국 시에 공항에서 한국인들을 좀 더 경계하거나 심사를 까다롭게 볼 수는 있으나, 의심환자 또는 확진환자가 아니라면 입국거절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너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외교통상부 출입국 담당 관계자 역시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입국을 금지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담당자는 “다만 메르스 감염 증상이 보이는 사람이나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경우 격리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며 “해당 국가의 메르스 대응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현지의 한국 대사관으로 문의하라”고 조언했다.

메르스 종주국, 중동지역 선교는 안전한가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라는 병명에 ‘중동’이라는 지역명이 포함된 만큼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선교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근 중동 국가인 UAE와 카타르가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을 주의하라고 권고하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되긴 했지만, 중동이 메르스의 진원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

위기관리재단의 김진대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중동 지역으로 선교 가려는 사람이 있겠느냐”면서도 “그래도 가야 한다면, 농장 및 동물(특히 낙타)과의 접촉을 피하고,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단기 선교여행을 떠나기 보름 전부터 국내에서 감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해당 국가에 들어가서 격리조치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 해야한다”며 “도리어 현지에 가서 한국 사람이 메르스를 옮기고 올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현지에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대책을 미리 세우고, 해외 공관 연락처 등 비상시 연락망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현지인들의 거부감이 가장 큰 문제

앞서 언급했듯이 뉴욕타임즈와 BBC, CNN 등 국제적인 언론을 통해 한국의 메르스 확산 소식은 전세계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기피하는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특별히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나가는 선교팀에게 ‘한국인 기피현상’은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당장 다음 달에 한국의 단기선교팀을 받는 대만의 한경우 선교사(GMS)는 한국과 대만 언론을 유심히 살피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대만이 지난 2003년 사스로 홍역을 앓았던 만큼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현지에서의 사역과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선교사는 “매년 선교팀이 오면 ‘한국인의 밤’이라는 행사를 열고 현지인들을 초청해왔는데, 올해는 사람들이 오기를 꺼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그래도 기도 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6월 말까지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만큼의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선교한국의 이대행 상임위원장은 “외부에서는 아무래도 뉴스를 통해 이 상황을 확대‧집중해서 보기 때문에 더 큰 문제로 볼 것”이라며 “그런만큼 현지인들과 선교팀을 연결하는 선교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장은 또 “현지인들의 인식이 과장됐든, 사실이 아니든 공포심이 발휘된다면, 선교팀이 가봤자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선교사들이 현지의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의미 없는 선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해외 단기선교 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 선교단체들이 여름 수련회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메르스가 선교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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