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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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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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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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1856~1950)간 남긴 묘비명(墓碑銘)이다. 오역(誤譯)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인생의 통찰력을 갖게 하는 에피그램(epigram)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실기(失機)한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리라. 세월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메르스(MERS) 바이러스가 나라 안팎에 창궐(猖獗) 하고 있다. 초기대응을 소홀히 한 보건당국이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3주 만에 실제 감염경로인 병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서야 팔을 걷어붙이는 당국의 처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미국은 지난해 메르스와 에볼라 때문에 두 번씩이나 홍역을 치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빛을 발한 것은 전광석화 같은 관계당국의 초기 대응이었다. 첫 환자가 발생하자 미극 대통령은 즉각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외부 일정을 취소하며 확산방역 대책에 몰두했다. 미국 전역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환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해야만 감염되므로 개개인 모두 평상심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기 바란다는 호소문을 즉각 발표하여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질병관리본부(CDC)는 백악관과 협의해 병원 명단, 환자 이름과 거주지를 공개하는 등 초강수로 대응했다. 결국 강력한 리더십과 초기 대응이 적재적소에 적기에 이루어져 초기 일거에 죽음의 바이러스를 잠재웠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평상심이다. 실제 이상의 공포에 휘둘려 스스로 일상경제의 회복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과도한 경계는 삼가고 스스로 방어기재를 활용하고 성숙한 국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한다. 최근 방한한 알리바바의 마윈(馬元) 회장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투자를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파했다. 실수는 두려워하지 않되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다는 철학이다. 언젠가는 ‘1천1가지의 실수’에 대해 책을 쓰고 싶다고 피력한 그의 강연의 맺음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성경에 베드로는 밤이 맞도록 수고하여도 얻은 것이 없는 빈손의 실패의 현장에서도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데로 나아가 다시 그물을 던졌다.(눅5:5) 그물이 찢어지는 만선의 기쁨보다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기쁨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믿음이 된 것이다. 서양속담에 턱수염을 기른다고 철학자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이 있다.(It is not the beard that makes the philosopher)


거듭남이 없는 복음은 허구다. 십자가 없는 복음과 삶의 성화가 없는 강단은 메르스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있는 영적 사각지대와 같다. 영원한 것을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Jim Eliot)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버티는 우리의 자화상 속에서 십자가 높이 단다고 교회가 되는 게 아니고, 교회간판 바꿔달아서 교회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 안수 받았다고 다 목사가 되는 게 아니고 교회 다닌다고 다 천국 가는 게 아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성도다. 십자가는 상징물이 아니고 복음이고 능력이고 생명이다. 천사의 모습을 가장한 사단의 무리들이 교회를 허물고 강단을 점거하고 양떼를 헤친다.


창랑의 물이 맑다면 깨끗한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다면 지저분한 발을 씻는다고 했다. 물 자체의 맑고 탁함에 따라서 소중한 갓끈을 씻을 수도 있고, 냄새나는 발을 씻을 수도 있다. 세상 탓하고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바다의 요정 사이렌(siren)의 매혹적인 선율 때문에 자신을 밧줄로 돛대에 묶고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위기를 극복한 오디세우스(Odysseus)에게는 사이렌 보다 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 수 있는 오르페우스(Orpheus)가 필요한 것이다. 지키지 못하면 안 맡긴다. 목숨을 걸고 양떼를 지키는 다윗에게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맡기셨다. 몸에 맞지 않은 군장을 벗고 익숙한 물맷돌을 취하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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