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죄인이라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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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죄인이라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5.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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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형사 이야기
▲ 틈 날 때마다 말씀카드를 보며 말씀으로 무장하는 박현천 형사. 오늘날 사회 속에는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주어야 할 소외계층이 많이 있다. 박 형사는 이들을 위해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며 살고 있다.

관악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박현천

청소년의 달을 맞아 청소년 선도에 힘쓰는 한 경찰관을 소개받았다. 인터뷰를 부탁했더니, 본인은 이미 매스컴을 많이 탔다고, 자기보다 더 좋은 분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관악경찰서 강력계 형사인데요, 그분이 현장에서 선도해야할 청소년들을 제게 많이 연결시켜줍니다, 그분을 취재해보세요.” 소개받은 전화번호를 눌렀다. 강력계 형사라니, 뭔가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 긴장감을, 통화 연결음이 단박에 깨뜨린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강력계 형사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CCM 통화 연결음이 끝날 즈음에 박현천 형사와 통화가 이루어졌다. 인터뷰가 있는 날,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경찰서 강력계실을 들어갔다. 팀원들은 출동 나가고 인터뷰 때문에 박 형사가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처벌보다는 선도하는 방향으로

“요즘에는 청소년 범죄율이 성인보다 더 높은 추세입니다. 강력계는 주로 살인, 강도, 절도, 강간, 공갈 등, 이런 범죄를 수사하는 곳인데, 예전에 비해, 청소년 비율이 매우 높아요. 강도는 점점 더 세지고, 연령대는 더 낮아지고 있어요. 만 13세 미만을 형사 미성년자라고 해서 아예 처벌을 안하는데, 이제 그 연령대를 10살로 내려야하지 않느냐, 하는 논의가 있을 정도니까요.”

올해 2월, 청소년 셋이 대로변에 있는 전자담배 대리점을 털다가 박 형사 팀에게 검거됐다. 대담하게도 훔친 골프채로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절도한 이들을 검거하고 보니 겨우 중학교 3학년생들. 최근 전자담배가 많이 팔린다는 뉴스를 듣고 돈이 되겠다 싶어서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조사를 받는 애들의 태도를 보면 더 답답해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돈이 필요해서 그랬다는 겁니다. 처음 절도를 할 때는 그렇지 않거든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반성하죠. 그런데 이렇게 몇 번 같은 죄를 저지르면 대담해져요. 어린 아이가 벌써 전혀 죄의식을 못 느끼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죠.”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 처음엔 볼펜 하나 훔치는 것도 두근거리던 아이들, 나중엔 더 큰 것을 절도하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하다. 이것이 무조건 구속시키는 것보다 선도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 관악경찰서 서장님도, 수사과장님도 그래서 가급적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피의자가 검거되면 그 사안이 경미하거나 동일 전과가 없을 때에는 청소년선도위원회를 열어 최대한 처벌하지 않고 훈방하도록 합니다. 대신에 선도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꼭 참석하도록 해서 재범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사실은 이건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해결해야할 사건과 업무가 쌓여있다. 법대로 조사해서 송치해버리면 끝이다. 원칙대로 처리하면 쉽고 편하다. 그러나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나이에 강력계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입건되면 평생 기록에 남는다. 어린 나이에 인생을 포기할 수도 있다. 더 나쁜 것을 배워 돌아올 수도 있다. 이들을 긍휼히 여긴다면 과정이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범죄자로 만나는 기독교인들

“청소년 범죄 문제에 있어서 가정도 참 중요합니다. 지난 번 유명했던 봉천동 여중생 살인사건 피해자들도 겨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입니다. 가출해서 서울에 왔는데 숙박할 곳이 없죠. 그래서 여자아이들은 성매매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주변에 청소년 쉼터 같은 곳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부모님들이죠. 가출은 청소년 때에 누구나 한번쯤 할 수 있어요. 문제는 집에 돌아갔을 때에 돌봐줄 부모님이 없다는 거죠.”

실제 수사해보면 대개 문제 되는 청소년들의 가정은 결손가정이거나 맞벌이 부부다. 자녀들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가정이 많다. 결국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줄 수 있는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 많은 교회가 바로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 형사가 처음부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면서 점점 더 크리스천의 의무를 생각하게 됐다. 이전에 당직 폭력팀에 근무할 때엔 대개 술 취해서 싸우다가 경찰서에 검거된 이들을 맡았다. 술 취한 이들을 조사하다 일이 끝나면 그들에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나중에 만나 식사도 하고 교회에도 몇 번 인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계속 지속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학교 폭력을 담당하는 이백형 경위를 통해 청소년 선도에 저도 협력하게 된 겁니다. 그분들도 크리스천이고 교회 교사예요. 신앙적인 도움을 통해 아이들을 잘 선도하고 있는데, 제가 강력팀에서 직접 문제 청소년들을 많이 접하게 되니까 그분과 잘 협력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신앙생활하기에 편하지 않다. 주일을 맘대로 지킬 수 없는 여건도 그렇지만, 편히 말 못할 사정도 있다. 범죄자들을 조사해보면 기독교인들이 많다. 술 취해서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조사하다 보니 10명 중 네 다섯 명은 기독교인이었다. 교회 다닌다고 하고 예배는 참석하지만 실제 삶의 모습은 전혀 기독교인 같지 않는 이들을 현장에서 많이 만난다.

이뿐 아니다. 매년 한 두 번씩은 교회 안에서 서로 싸우는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매일 같이 한 교회 교인들이 상대방을 고소 고발한다. 목사가 나를 때렸다, 장로가 나를 때렸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소란이다. 이런 모습이 일상인 경찰들에게, 교회 나오라고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늘 서다

“처음엔 전도를 좀 해보려고 했습니다. 크리스천의 최대 사명이 전도 아닙니까. 그런데 이같은 사정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온전한 크리스천의 삶을 못살고 있으니까, 전도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나 사실 여기처럼 많은 영혼을 구할 수 있는 데가 없거든요. 경찰서야 말로 마지막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그렇게 못해서 늘 아쉬움이 남지요.”

경찰 생활을 한 지 8년이다.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함께 시험 공부하던 사람들이 늘 하던 말이 있다. ‘운칠기삼!’ 그때 그는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센 경쟁률을 볼 때마다 절로 이런 고백이 나왔다. 정말 시험은 내 실력으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걸 하나님께 맡깁니다. 시작도 끝도 하나님께 맡깁니다.

“제 실력에 비해선 생각보다 빨리 붙었어요. 하나님의 은혜였죠. 그동안 어려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변사 사건을 매일같이 본다는 겁니다. 대부분 죽을 나이가 아닌데 죽은, 그것도 비참하게 죽은 사람들이죠. 업무니까 할 수 없지만 그건 참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깨닫습니다. 태어난 건 순서가 있지만 가는 건 순서가 없다고요.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오늘이라도 가야하는데,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죠. 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인을 보내드릴 때도 최선을 다해 보내드리려고 하고요.”

박 형사의 모니터 아래에는 모퉁이가 닳은 말씀카드가 쌓여있다. 2백장 정도 되는 말씀 카드를 거의 외웠다. 잊어 먹을 만하면 다시 또 외운다. 요즘엔 아침에 출근해서 큐티를 한다. 말씀을 읽고 묵상한다.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 이런 저런 유혹도 많고 길을 잃기 쉬운 일들을 하다 보니, 매일 말씀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의 전화벨이 울린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팀장님의 호출이다. 인터뷰가 거의 끝났다고 보고하는 박 형사. 이제 그도 출동이다. 오늘 어떤 범죄자를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그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이 세상의 모든 길 잃고 방황하는 영혼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의 품에 돌아오기를 오늘도 그는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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