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정치적 도구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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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정치적 도구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로 접근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5.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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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이루기 위한 선결 과제, 북한 인권 문제

“교화소에서 매를 맞다 못해 자살하려고 바늘을 삼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을 더 잔인하게 죽이려고 물을 한 모금도 안 주고 말려 죽여요.” 

2013년 압록강을 건너 탈북한 이모 씨는 북한 교화소에서 경험했던 일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뜨개질로 하루 평균 7벌의 옷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하면, 매를 맞고 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바늘을 삼켜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 문제로 대두되어 왔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보고서에서는 “오랫동안 국가 차원에서 ‘상상을 초월한 잔혹한 범죄’가 북한 정권의 묵인 하에 자행되어 왔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이 증언을 통해 밝힌 인권 탄압 실태는 참담한 지경이다. 광복 분단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평화통일을 논의하기 위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논의 중 하나가 북한 인권 문제다. 북한 인권 개선이 없이는 남북을 하나로 묶는 민족 공동체의 형성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고난당한 자의 이웃이 되어야 할 교회가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공의로운 통일한국을 성취하기 위한 민족적 역할과 위치를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보고서에서는 “오랫동안 국가 차원에서 ‘상상을 초월한 잔혹한 범죄’가 북한 정권의 묵인 하에 자행되어 왔다”고 밝혔다.

#독재체제 유지 위해 인권 탄압 정당화

최근 미국 선교단체 오픈도어스는 기독교 신자들을 박해하는 50개 국가 가운데 북한이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1년 연속 종교 박해국가 1위를 차지해온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단행하면서 김 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주체사상’을 주입하고 있으며,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행위를 심각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탄압은 물론이거니와 극한의 굶주림으로 인한 생명권 침해, 표현의 자유 억압, 이동의 자유 침해, 고문 및 비인간적 대우 등을 수많은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북한 인권 침해 현상은 북한 체제의 정치적 지배구조, 사회적 차별구조, 경제적 분배체계와 같은 구조와 정책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인권 침해 형태도 국가기관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형태부터 관료들의 개별적이고 일상적인 형태까지 다양하다. 
특히 북한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체제에 대한 불충성을 이유로 북한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수용하는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부분이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는 북한에는 다섯 개의 정치범수용소가 있으며, 약 12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수감돼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수감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거치거나 자신의 형량에 대한 고지와 같은 기본적인 적법절차조차도 받지 못한다. 수감자 본인 외에도 연좌제를 적용해 수감자의 가족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포함한 삼대에 걸친 친족들을 수용소에 수감하는 일도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체포, 취조, 조사과정 등에서 심한 폭행과 고문을 당하며, 수감자들 중에서 특히 정치범들은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독방에 수감된다고 한다. 

#탈북해도 강제북송 악순환 되풀이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북한에 극심한 식량난이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백만 명이 아사(餓死)하자 굶주림에 처한 북한 주민들은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접경국인 중국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 현장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과 활동가들에 의해 북한 주민들의 참상이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렇게 탈출한 북한 주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경제이주자’로 간주해 강제로 북송하기에 이르렀다. 이송된 탈북민들은 정치범수용소에 연행돼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다행히 강제 송환은 피한다 할지라도 여성과 아동들은 인신매매 당해 강제 결혼에 이용되거나 각종 범죄에 노출돼 처참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에게서 출생한 아이들은 중국에서 합법적인 지위를 보장받기도 어려워 또 다른 인권 사각지대를 생성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유엔은 북한의 식량위기 사태에 관해서 1995년 유엔 인도지원국(UNDHA)을 통해 대북 긴급지원을 시작했고, 1997년에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에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유엔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채택했으며, 안전보장 이사회(안보리)에서도 정식 안건으로 논의했다. 올해에도 유엔 총회는 유엔 제3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2004)과 일본(2006)에서도 일찌감치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국제적 무대에서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VS 관계 개선이 우선 

반면 당사국인 한국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계에서는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놓고 여야가 극명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 많은 문제가 얽혀 있어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경우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단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북한인권법’은 2004년 12월 8일 대한민국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위한 국제 캠페인을 연 것을 기점으로 2005년 제 17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하며 전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의 세부 내용과 관련해 여야가 입장 차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박근혜 정부에서는 여당이 북한인권법을 다가올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현재 여러 안을 통합한 2개의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북한 인권에 대한 접근은 한국 교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나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구로 진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생존권 중심의 기아문제로, 보수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는 자유권의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양분돼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접근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NCCK는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한 반면 북한 인권문제는 함구했으며, CCK는 북한 민주화 및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도, 정부의 명분 없는 대북지원은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의식 고취해야

이러한 양분된 시각과 접근은 북한 인권 상황의 실질적 변화보다는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오히려 북한 인권 개선에 있어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당리당략과 정파의 이해를 초월해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타협해서 본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대화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법’의 제정에 관해서는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해 정치적 이유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며,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 증진을 위해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그 피해 당사자인 북한주민들의 편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인권법’의 제정보다는 남북 정세를 고려한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성훈 목사(P4AN 대표)는 “사실상 북한 정권과 대화 없이 북한을 변화시킬 뾰족한 방법은 없다. ‘북한인권법’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미래를 위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인권법 제정은 북한과의 대화를 차단할 수 있어 지혜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윤은주 이사장(뉴코리아미션)은 “북한은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인권 의식이 아닌 자기 나름대로의 북한식 인권을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결국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근본적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그는 “북한 사회가 엄격히 통제된 상황에서 이를 외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 스스로의 결정과 의식 고취가 있어야 한다”며 “교회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주민이 스스로 권리 주장을 하고, 눈을 뜰 수 있게끔 북한의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은 교회가 ‘희망’이다

이처럼 북한 인권 개선 방법을 둘러싼 국내의 논란이 ‘남남 갈등’과 분열의 역기능적 소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의 통일을 목표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물적 인적 자원을 갖춘 교회는 정의와 진실에 근거한 평화와 조화를 이루는 중재자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서보혁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는 “북한 인권문제를 빌미로 북한을 공격하고 흡수 통일의 근거로 삼는 것은 천박한 사고로서,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남북교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한국교회는 이념, 돈, 권력을 우상시 해온 과오를 회개하는 한편 동족을 포용하고 도우며 화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한과 국제사회의 갈등을 고려할 때 교회는 화해에 역점을 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자 많은 물질적 지원을 했다.

2001년 평양과학기술대학교를 세워 북한 젊은이들의 교육을 지원했으며 병원과 빵 공장을 세워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어떠한 정치적 이념 논리를 넘어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헌신과 사랑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성경적 사랑과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마음의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베드로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는 북한 인권문제가 개선되고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때다. 이는 북한의 주민들이 주체사상에서 벗어나 신앙의 자유를 얻고 모두가 예수를 믿고 구원받는 기회를 얻기 위함”이라며, “이 나라가 거룩한 통일한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는 더욱 깨어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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