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에서 유가족이 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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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에서 유가족이 될 수만 있다면..."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4.0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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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고난주간 팽목항 찾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위로해...위로예배와 세족식, 도보순례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교회가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과 지역교회협의회, 한국YWCA 전국연맹, 한국YWCA전국연합회는 2일 성목요일과 3일 성금요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발을 씻기며 한국교회가 이들의 진정한 이웃이 될 것을 다짐했다.

특별히 2일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목회자들이 슬픔이 큰 유가족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식을 거행했다.

이날은 서울 광화문에서 52명, 이곳 팽목항에서 4명의 부모들이 해양수산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한 때여서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숙연했다.

위로예배에는 단원고 2학년 반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가 증언자로 나서 한국교회가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 씨는 “사고 당일 배가 이상하다고, 선생님이 움직이면 배가 더 기운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통화한 게 마지막이 됐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고 했는데 ‘나가’ 단 한마디만 했어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엄마를 찾았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심경을 전했다.

▲ 실종된 딸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며 호소하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

또 “지금 실종자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실종자를 유가족으로 바꿔달라는 단 한마디이고, 제일 아픈 단어가 조은화 세 글자이다”며 “실종자 9명이 인간 존엄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 마땅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발 선체를 인양해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위로예배 설교는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이 전했다.

김 총회장은 “초대교회가 박해 받던 때에도 왜 죽어야 하는지 하나님은 왜 우리를 버리시는 질문해야 했다. 그것은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의 상황과 같다”며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깊은 은총을 보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 총회장은 “아직도 침묵하는 하나님으로 인해 당혹해 하고 있지만, 아픔이 큰 만큼 하나님의 위로도 클 것으로 믿는다”며 위로하고 9명의 실종자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참석자들은 성만찬을 들고, 희생자 부모들을 안아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 희생자 가족들이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제대로 된 실종자 수습,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위로예배 후에는 팽목항 분향소 옆에 마련돼 있는 유가족 숙소에서 교계 지도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다영 양 아버지 김현동 목사, 임예원 양의 어머니 김금자 사모를 비롯한 학부모 다섯명이 동석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 시행령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김현동 목사는 “가족뿐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도 진실이 밝혀지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사위 주요 실무 요직에는 규명대상인 해수부의 직원들이 파견되고, 정부가 조사해온 자료 범위에서만 분석하도록 하는 시행령안으로는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최근 일방적으로 배보상 관련 기준을 만들어 발표했지만, 이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와 있는 유가족들을 돈 몇 푼 받으려는 부모로 만들어 능멸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종교계가 정부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나서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현장에는 교회협 황용대 회장, 김영주 총무, 성공회 유시경 신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원교단과 단체들이 협의해 힘을 보태기로 하고 우선은 현장에서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한편, 팽목항 방문단은 이날 낮에는 ‘실종자 완전 수습’, ‘세월호 온전한 선체 인양’, ‘세월호 참사 진실 진실규명’이 적힌 조끼를 두르고 팽목항까지 10킬로미터를 침묵하며 도보로 순례했다. 

▲ 이날 참석자들은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진도 석교삼거리에서 팽목항까지 10킬로미터를 도보로 순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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