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성경-찬송’, 교회는 아직 갈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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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성경-찬송’, 교회는 아직 갈등 중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4.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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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 하나님과의 소통보다 ‘개인의 편의’ 우선

찬성 - 수천만 톤 종이 주보 줄이는 ‘녹색혁명’

A 장로. 매 주일 아침이면 깨끗하고 단정한 정장을 입고 성경과 찬송을 들고 교회로 향한다. 그러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만나는 풍경은 썩 유쾌하지 않다. 스마트폰 하나만 달랑 들고 오는 젊은이들 때문이다. 요즘은 30대는 물론 40대 집사들까지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들여다본다.

B 집사. 지난해 연말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했다. 이사 후 교회에 등록하고 목사님의 심방을 받고 깜짝 놀랐다. 심방을 온 목사님이 성경 찬송도 지참하지 않고 태블릿 PC 하나만 들고 온 것이었다. ‘외부 업무 때문에 나갔다가 우리 집으로 바로 온 거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함께 온 권사, 집사님들과 교회에서 만나서 왔단다. 목사님은 태블릿 PC로 찬송과 성경을 들여다 보면서 심방을 했다.

스마트폰용 성경 찬송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어느 교회에서건 스마트폰을 꺼내 성경을 찾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아직 못마땅해 하는 불편한 시선 또한 상당하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 문화선교연구원(원장:임성빈 교수)이 급속히 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독교의 미디어 문화 담론 및 바람직한 교회 예배 문화 형성을 위해 ‘예배 중 스마트폰 사용’을 주제로 온라인 찬반 토론을 벌였다. 소망교회 미디어 담당 조성실 목사는 반대 의견을, 미국 시카고 기쁨의교회 김주용 목사는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 스마트폰 예배는 이제 예배의 일상

스마트폰 사용에 찬성한 김주용 목사는 “교회와 예배, 믿음 생활이 SNS로부터 멀어지고 담을 쌓는 것만으로 종교성을 지킬 수 있는지, 특히 예배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신앙과 믿음을 지키는 경건의 방법일까?”라며 SNS와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며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경을 기록한 ‘책’ 자체가 예배의 경건성을 상징할 수 없으며, 어떤 종류의 성경을 지참했는가 보다 어떻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전달 매체가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목사의 주장. “초대 교회 때 두루마리에서 코덱스 성경으로 전환됐던 것처럼, 말씀의 전달 도구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신앙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면서, 예배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는 것은 이제 예배의 일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윌로우크릭교회 또한 몇 년 전만 해도 예배 중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하던 예배 참석자들이 예배당 밖으로 나가서 예배를 드렸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SNS의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예배 참석자를 수용하고 있다며 시대의 흐름임을 강조했다.

녹색 교회 또한 스마트폰 앱이 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 김 목사는 미주 중앙일보가 지난 2010년 10개 한인 교회의 주보 발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10개 교회가 연간 찍어내는 주보의 무게가 최소 146톤에 달하며, 그 가운데 대부분의 교회가 재활용 방침 없이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 녹색 교회로의 전환이 가능함을 역설했다.

종이 주보를 없애고 교회 인터넷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카페 등을 활발하게 운영한다면 굳이 종이 주보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SNS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예배시간에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예배의 실천이며, 환경문제에 대한 설교 한 편보다 주보를 줄이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보와 예배 순서를 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김 목사는 말한다.

# 예식의 일부가 아니라 편의의 도구로 전락

소망교회 미디어 담당 조성실 목사는 “다음 세대들이 접할 첫 번째 책은 종이가 아닌 디바이스일 것이며, 그들에게 성경책은 ‘수많은 어플 중에 하나’가 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미디어에 대한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대부분의 교회는 예배당 전면에 대형 스크린이 있고, 설교가 본당과 각 부속실로 실시간 중계되며, 성경책과 찬송가는 화면 자막으로 제공되는 시스템. 조 목사는 “이런 시각 중심의 예배가 예배의 본질인 ‘하나님과의 소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성도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가 예배의 본질이 아닌 성도들의 편의를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한 교회가 미디어를 ‘예식의 일부’가 아닌 ‘편의의 도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스마트폰은 예배를 드릴 때 성경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메모와 녹음이 가능할 뿐 아니라, 언제든지 기록한 내용을 다시 찾아 볼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한 도구이지만, 하나님과의 소통보다 개인의 편의를 우선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이며 다시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는 주장이다.

미디어 예배 속에서 핫 미디어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예배에 참여하는 성도들을 더 시각 중심적으로 만들고 단일 감각의 지배는 전체 감각의 마비로 이어져 예배는 더 단방향으로 흐르고 성도들은 더 수동적이 된다는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이제 교회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도구로서의 미디어’ 이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인식하는 ‘환경으로서의 미디어’ 이해로 넘어가기를 소망한다”고 말하고, “교회가 편의를 넘어 하나님과의 소통을 위한 예식을 지키고 가꿔나갈 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예배의 터전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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