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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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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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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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종교개혁자 루터의 오른팔이며 그의 후계자라 불리는 신학자 필립 멜랑히톤(Philipp Melanchthon)은 당대의 천재 중 한명이었다. 그는 1518년, 21세의 젊은 나이로 루터가 재직하던 비텐베르크 대학의 헬라어 교수로 초빙되었다. 사람들은 젊다 못해 어린데다 외모도 볼품없던 그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멜랑히톤의 교수부임설교를 듣고 반대자는 모두 사라졌다. 그 설교 제목이 유명한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였다. 멜랑히톤이 말하는 근원이란 성경의 원전(原典), 즉 히브리어와 헬라어 성경이었다. 멜랑히톤은 우리가 바른 신학과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선 원전을 연구하여 성경이 본래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고 힘껏 외쳤다. 그의 외침은 종교개혁자들에게 전파되어 ‘성경이 말하는 참된 믿음으로 돌아가자’는 종교개혁의 구호가 되었다.

얼마 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이하 IS)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으로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IS는 지난 2월 4일 인질로 잡고 있던 요르단 공군 소속 마즈 알카사스베흐 중위(26세)를 산채로 화형시켰다. IS는 자신들이야 말로 알라의 가르침인 ‘코란’을 준행하는 자들이라 자칭하고 있다. 하지만 수니파 이슬람 최고 권위의 코란 해석기관인 이집트의 ‘알아자르’는 화형은 코란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일본의 작가이며 철학자인 사사키 아타루는 “어떤 종교이든 근본주의자들은 사실 그들의 경전을 읽지 않는 자들”이라고 말했다. 근본주의자들은 항상 경전의 일부만을 극단적으로 확대해석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코란을 연구하는 자들은 입을 모아 ‘코란의 핵심은 샬람(평화)’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코란을 숭배하는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은 샬람이 아닌 지하드(성전)를 들고 나왔다. 근본주의자들이 경전을 읽지 않는 탓이다. 코란은 ‘읽다(이크라)’에서 나온 말이다. 읽어야 할 경전을 읽지 않고 ‘부분발췌’만 한 자들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들이 그토록 숭배하는 예언자 무함마드도 기독교인의 목을 자르진 않았다. 하나님께서 참수당한 콥틱기독교인 21명의 영혼을 받으셨으리라 믿는다.

한국교회가 위기다, 라는 말이 들려온지도 10년이 훨씬 넘었다. 그리고 언제나 해결책은 ‘근원으로 돌아가자’, ‘성경으로 돌아가자’였다. 그런데 그 성경은 어떤 성경인가? 하나님의 자기계시인 온전한 말씀인가? 아니면 내가 읽고 싶은 것만 부분발췌해서 뽑아놓은 것은 아닌가?

얼마전 열린 연세대 100주년기념 포럼에서 숭실대 김회권 교수는 한국교회의 문제 중 하나로 ‘신학의 위기’를 꼽았다. 한국의 개신교신학이 교회현장에서 유용한 실천신학으로 편중됨에 따라 성경에 나오는 풍성한 신학적 쟁점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신학이란 나무가 뿌리(성서신학), 몸통(조직신학), 열매(실천신학)으로 이뤄져 있다고 배운다. 그런데 따먹기 좋은 열매만 취한다면 그 나무가 건실히 설 수 있을까?

미국의 감리교 신학자이며 목회자인 토마스 오덴(Thmoas C. Oden,1931~)은 목회자가 건강하고 바르게 서기 위해선 예배인도자로서, 목회의 행정가로서, 말씀의 선포자로서, 성도들의 목양자로서 목회자의 전인적 영성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것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목회자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교회는 통전적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는 온전한 성장과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 현시대에 속한 자로서 하나님의 뜻을 회중에게 어찌 선포할지 고뇌하는 예언자의 신학과, 애통하는 성도들의 간구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제사장의 신학이 함께 서있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한국교회가 돌아가야 할 ‘근원’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크게 힘써 모세의 율법 책에 기록된 것을 다 지켜 행하라 그것을 떠나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수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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