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네 발레(carne 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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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네 발레(carne 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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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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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독일에서는 이 시기에 “카니발”이란 축제가 도시 곳곳에서 열립니다. 카니발은, 라틴어로 ‘카르네 발레(carne vale)’ 라는 말에서 왔습니다. ‘카르네’ 는 ‘고기’라는 말이고 ‘발레’는 ‘그만’ 또는 ‘안녕’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카니발’은 직역해 보면 “고기여 안녕!” 그런 뜻입니다. 어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분히 종교적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면 40일 동안 고기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고기를 많이 먹어두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작된 것이 카니발입니다. 대부분의 카니발들은 사순절 시작 3~7일 전에 벌어집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사순절을 준비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가 카니발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보게 되는 카니발의 모습은 과연 예수님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다양하게 꾸민 커다란 자동차 위에서 가면을 쓴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면서 지나가고 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며 그들이 던져주는 사탕을 받고 즐거워합니다.


현대인들은 카니발의 의미에 대해 다음의 세 가지로 답합니다. 첫째는 겨울을 물리치고 새봄을 맞이하는 ‘희망의 퍼레이드’의 의미로, 둘째는 상징물로 가장한 ‘인간의 불안 요소들을 없애고자 하는 염원’의 의미로, 그리고 셋째로는 기성세대에 대한 ‘신세대 저항문화의 표출’의 의미입니다. 이처럼 카니발의 처음 의미는 현대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카니발이 본래의 의미를 잃고 이처럼 성행하는 것은 많은 회사들이나 다양한 단체들에서 홍보나 저마다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행사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카니발의 주인은 이제 더 이상 예수님이 아닙니다. 주인을 잃고, 의미를 잃고, 화려한 겉모습만을 자랑하게 된 카니발은, 사순절을 경건의 훈련을 위한 기간으로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우리에게 사순절은 어떤 의미인지 돌아볼 때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경건의 능력은 없고 신앙의 형식만 요란하게 남아 예수님께로 가까이 오고자 하는 이웃들의 마음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봅시다. 이번 사순절을 앞두고 사순절을 준비했던 카니발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순절을 어떻게 보내야 카니발의 본래적 정신을 지키는 것일까요?
사순절이란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말하며 성도들은 이 기간 동안에 그리스도의 삶, 십자가의 고난, 부활 등을 생각하며 근신하고 회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순절의 시작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금년에는 2월 18일에 시작하여 4월 28일까지가 사순절이 됩니다. 사순절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고난을 당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그를 따르는 제자의 도를 훈련하는 기간입니다. 해마다 사순절이면 부활절을 위해 전진하는 느낌을 가집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에서 시행하는 사순절 프로그램들을 보면 사순절을 마치 뭔가를 성취하려고 달려가는 사람처럼, 그저 부활절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가기위해 거쳐야 하는 그 무엇으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걸어간 고난의 길을 좀 더 천천히, 깊이 그리고 함께 걸어가며 동참하는 동반자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으로 사순절 기간 동안 기도와 성경 읽기, 금식과 절제, 구제와 선행 등이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 구원을 위해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과 십자가 죽음, 그리고 부활을 깊이 묵상하는 경건한 일상을 통해, 복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 죽음과 부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복음서를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평소보다 기도 시간을 늘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니면 새벽 기도회에 나와서 기도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요즘에는 미디어(TV, 영화, 인터넷)금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사순절의 좋은 전통들을 자꾸만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가 전반적으로 이 기간을 기념하여 잘 지키지는 못하는 경우라도, 성도님들 개인적으로 경건의 일상을 통해 저마다의 ‘카르네 발레’의 축제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통해 사순절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고 사순절을 거룩하게 지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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