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게 받은 사랑의 빚, 이제 갚을 때입니다”
상태바
“넘치게 받은 사랑의 빚, 이제 갚을 때입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2.06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전쟁 전후 다양한 NGO 설립, 수혜국에서 후원국이 된 ‘유일한’ 나라

한국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해버린 1953년의 서울. 우리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3년간의 전쟁이 지나고 총성은 멈추었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치열한 삶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2천만의 남한 인구 중 절반은 20세 이하였으며, 매일 최소한 여섯 명의 아동과 아기가 버려졌다. 그러던 중, 지구 반 바퀴 너머에서부터 온정의 손길이 전해졌다. 각종 구호물자와 식량이 보급되면서 절망이 가득했던 이 땅에 새로운 ‘희망’이 싹텄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베푸는 나라로 변모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큰 성장과 발전으로, 오늘날 많은 수혜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

▲ 한국이 수혜국일 당시의 사진. 컴패션 설립자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한국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컴패션 제공)

#세계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 

전쟁 전후 한국에서는 수많은 NGO 단체들의 활동이 시작됐다. 일시적인 구호로 끝난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양육과 교육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할 한국의 미래를 지원했다.

이들 단체의 공통점은 ‘한 생명’을 향한 작은 관심과 사랑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1952년 겨울, 미군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한한 에버렛 스완슨 목사는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얼어 죽은 어린아이들의 시신을 트럭에 싣는 장면을 목격했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한국 어린이들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며, 그들의 후원자가 되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 25개국 약 120만명의 빈곤국 어린이를 양육하는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컴패션의 첫 시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NGO로 발전한 월드비전도 ‘어린 생명’에 대한 관심이 초석이 되어 시작됐다. 전쟁의 포화 속에 찾아온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 목사는 거리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보면서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전문구호기관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를 위해 그는 1950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무실을 열고 교회를 중심으로 모금을 시작했다. 이후 한경직 목사와 함께 한국의 전쟁고아들과 과부들을 도우며, 본격적인 구호활동에 돌입했다. 

1953년부터 1979년까지 ‘양친회(養親會)’ 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세계적 아동구호단체 플랜 인터내셔널의 한국위원회 플랜코리아는 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 굶주림과 추위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전 세계 후원국들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구호를 시작했다. 

#사랑의 터 위에 세워진 나라 

컴패션을 통해 1952년부터 1993년까지 41년 동안 10만여명이 넘는 한국의 어린이들이 양육 받았다. 일대일 결연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가족, 교회 단위로 한국의 고아를 후원했다. 후원자와 결연을 맺은 한국의 어린이는 성경공부, 의식주 지원, 정기 의료검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컴패션의 오랜 수혜국이었던 한국은 1993년 경제 성장 등의 이유로 수혜국이 아닌, 후원국으로 활동하게 됐다. 

월드비전은 1950년부터 60년대 말까지 식량과 교육, 건강관리, 직업훈련을 지원함으로써 어린이 개인을 직접 돕는 방식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20여년의 구호 활동으로 어린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1970년대에 이르러 식수, 위생·보건, 교육, 소득증대, 주민 역량 강화 등의 지역개발사업을 전개했다. 마침내 1991년 10월, 국제본부를 통해 받아온 외국 원조를 받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했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각 국에서 전달된 후원금으로 매년 2만 5천여명이 넘는 한국의 어린이들을 도왔다. 이후 우리나라가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자 1979년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다. 17년이 지난 1996년, 한국의 OECD가입을 계기로 후원국이 되어 오래 전 받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 전 세계 50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은 후원자 수가 5천여명에 못 미쳐 옵저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수혜국 졸업한 한국, 이제는 후원국으로


세계 각국의 도움을 받던 나라가 도움을 받던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불과 20년 만에 후원국이 됐다는 것은 가히 기적 중의 기적이다. 한국에 변화의 조짐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며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1988년에는 올림픽을 치를 만큼 경이로운 발전을 이뤘다. 

세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원조를 시작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받았던 나라가 주는 나라가 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어느 선진국보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빈곤의 덫에서 벗어났지만, 기억해야 할 사실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는 각종 재난과 가난, 그리고 전쟁의 폐허 속에 고통 받으며 사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는 “절망이 가득한 전쟁의 폐허 속에 한 사람의 순종에 의해 사랑의 잔치가 열리게 됐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을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라며, “수혜국에서 후원국이 된 유일한 사례인 한국은 전 세계 어린이들과 수혜국의 희망”이라며 받은 사랑이 ‘나눔’을 통해 전 세계 곳곳으로 흘러가길 기대했다. 

▲ 도미니카공화국 컴패션어린이센터에서 어린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컴패션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