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필요하지만 관심은 없어 … 준비없는 통일은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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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필요하지만 관심은 없어 … 준비없는 통일은 '재앙'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5.02.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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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분단 70년, ‘화해’가 먼저다 - ① 다가올 통일, 과연 대박일까

한국사회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분주하다. 통일부와 외교부 등 국가 주요부서는 지난 19일 ‘2015년 통일준비’ 업무 계획 보고에서 “통일을앞당기고, 더 나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바로 통일 준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광복 70주년에 거는 기대감은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연말 ‘한반도 평화통일 1만 교회 백만인 기도운동’이 창립됐고, 새해를 여는 첫 날에는 ‘한국교회 평화통일 신년기도회’까지 열렸다. ‘70’이라는 숫자를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 해방에 비유하며, 올해 ‘통일’을 향한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에 교회가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정말 우리 사회는, 그리고 교회는 ‘통일’을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 남북 격차가 심화되고, 수년째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통일’이 온다면 한국 사회가 수용할 수 있을까. 남남갈등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고, 무엇보다 ‘이념갈등’의 족쇄를 벗어던지지 못한 기독교가 통일만 된다면 갈등을 넘어 용서와 화해를 이룰 수 있을까. 본지는 ‘통일’이 구호로 남발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통일로 가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남북통일에 앞서 남남갈등의 해소, 더 좁은 의미에서 기독교 안에서의 ‘용서와 화해’가 없이는 평화와 통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통일 준비의 일환으로 ‘용서와 화해’, 그리고 회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본다.  <편집자 주>

▲ 지난 1월 1일 임진각에서 열린 ‘한국교회 평화통일 신년기도회’에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통일을 간절히 기원했다.

국민의 92% 분단 이후 출생...남북 이질감 점점 커져
일치해야 할 교회 분열로 얼룩, 용서와 화해 향한 ‘회개’ 시급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전 소식은 우리 민족에게 ‘광복’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한국교회는 “8.15 해방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해방은 절망 속에 희망이었고, 기독교계로서는 무너진 교회를 재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마디로 민족의 해방은 “한국교회의 해방”이기도 했다. 기독교 역사학자 이만열 교수는 “일제의 압제로부터 가장 혹심한 탄압을 받았던 한국교회가 민족 해방과 함께 신앙의 자유를 획득하게 됐다”고 기독교의 입장에서 해방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하나님의 선물’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냉전시대의 아픔은 한반도를 둘로 가르는 폭력을 휘둘렀다. 일본의 항복 후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의 남쪽은 미군, 북쪽은 소련군이 점령했다. 미군은 38도선 이남에 대한 통치권을 행사하는 군정(軍政)을 실시했다. 해방 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집단의 갈등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초래했고, 신탁 찬반의 거센 이념과 열강의 대립 속에서 결국 한반도는 6.25 민족상잔의 비극에 처하고 말았다. 해방의 기쁨이 분단의 아픔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갈라진 민족의 허리는 좀처럼 하나 되지 못한 채 70년이라는 슬픈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7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의 나이로 치면 ‘드물다’는 뜻의 ‘고희(古稀)’를 맞이하고 만 것이다.

# 현 상태의 통일은 ‘재앙 중의 재앙’

분단 70년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최근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통일의 때가 가까이 왔다”는 말이다. 기도의 힘을 조금만 더 보태면 하나님께서 통일의 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통일을 정말 원하고 있을까? 한국교회에도 통일은 대박일까?

통일전문가인 백석대 주도홍 교수는 “현 상태에서의 통일은 재앙 중의 재앙”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념 갈등을 근간으로 하는 남남갈등의 극대화와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 수년째 이어진 남북교류의 중단은 통일을 이루기에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

이와 같은 분석은 지난해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통일포럼에서도 나왔다. ‘통일준비를 위한 과제와 전략’에서연구원 측은 “준비 없는 통일은 우리에게 대박이 아니라 혼란과 자칫 재앙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통일’이 됐을때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통일 자체에 아예 무관심한 국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통일평화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5.8%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 정도는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 시기에 대해서는 ‘여건이 성숙될 때’라는 응답이 61%였으며, ‘현 상태 유지’가 19.2%, ‘통일에 관심 없음’이 7.4%였다. ‘가능한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12.4%에 불과했다. 통일은 필요하지만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통일의 주역이 될 다음세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통일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공동 조사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일의 필요성’에 53.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26.1%는 “보통”, 19.7%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세대의 절반이 통일이 필요하다고는 답했지만 이 역시 추상적인 응답에 그치지 않는다.

통일부는 “우리 국민의 92%가 분단 이후 출생한 세대로 남북 주민 간 이질성이 심화되는 한편,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만큼 ‘통일’은 구호일뿐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라는 숫자 앞에서 사회와 교회 모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통일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의 무관심과 남북 이질감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통일이 올 리 만무하다는 것. 남북 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통일을 위한 ‘신뢰’가 쌓이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남북 간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연말 통계청이 국내외 북한관련 통계를 수집해 발간한 ‘2014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북한이 138만원으로 남한 2천870만원에 비해 20.8배의 차이를 보였다. 무역 총액은 무려 146배의 차이가 났다. 눈에 보이는 격차를 넘어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 통일의 교훈을 강조하는 주도홍 교수는 “서독과 동독도 10배 이상의 경제적 차이가 났다. 그러나 동독은 차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 체제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교류’로 동서독 친인척 방문이 가능했고, 서신을 교환했으며, 서로의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었다. 비교할 수 있었기에 자신들의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동독은 사회주의 안에서도 가장 잘사는 나라였지만 북한은 현재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며 “통일에 앞서 남북 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남한과 북한은 서로를 적(敵)으로 규정하고 총부리를 겨누고 있으며, 5.24긴급조치 이후 북한에 대한 지원도 전면 금지됐다. 사실상 교류가 중단된 것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노력도 우리 사회는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남남갈등의 가속화, 여전한 이념 대립과 분쟁 등은 통일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용서와 화해’로 갈등시대 종식해야

한국교회는 통일운동에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이지만 ‘추상적’ 통일운동을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통일이 도적같이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막상 도적같이 도래한 통일 이후의 한국과 기독교에 대해서는 준비가 전무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이념의 갈등으로 분열된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되려는 노력이 없이는 ‘통일 기독교’를 이룰 수 없다.

이만열 교수는 “신앙의 자유를 의미했던 해방이 한국교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방이 가져다 준 신앙의 자유는 곧 해방 전 교파 교회의 모습을 다시 회복시켰고, 일제 말 강제로 묶였던 ‘일본기독교 조선교단’도 다시 교파의 환원과 분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신앙의 자유가 자신들의 파쟁적인 욕구를 억제하고 선한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데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 이어 이만열 교수는 “한국 기독교는 반공의보루로서 이데올로기적 분단에한 주역을 맡았다”며 “6.25의 민족상잔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민족의 상처를 싸매면서 사랑과 일치를 불어넣어야 할 교회가 더욱 갈등하고 싸웠다”고 비판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 이윤재 목사(분당한신교회)도 갈등의 해소가 최우선적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통일을 위한 전제는 남남갈등의해소다. 우리 안의 화해가 없이 통일을 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도 ‘용서와 화해’를 공생의 주요한 방법으로 꼽았다. 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참회나 용서, 그것을 통한 화해 등 인간 본래의 고귀한 성품을 발현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회개와 용서를 통한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데서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민족적 과제로 주창되어 온 남북문제에서도 회개와 용서는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는 개념”이라며 “역대 정권이 반공 반북 정책으로 통치기반을 형성한 것부터 시작해, 미국과 일본이라는 국제 세력과 공조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부정함으로써 분단의 역사를 이어온 것도 회개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도홍 교수도 “70년은 자랑할 역사가 아니다. 70년 동안 분단국으로 싸우고 하나 되지 못한 것을 각성해야 할 때”라며 “올해 한국교회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부끄러운 사실을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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