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제 정략적 이용 '안돼'
상태바
통일문제 정략적 이용 '안돼'
  • 승인 2003.05.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설이 확산되면서 한반도가 긴장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인 북한연구가들이 ‘북한 위협’에 대한 한국교회의 분열된 양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교회의 분열 양상은 남북관계가 대결·갈등에서 화해·협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에 잠복해 있던 보수와 진보 세력간의 이념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부터다.

기장, 기감 등을 비롯한 일부 진보성향의 목회자들은 ‘북한 위협은 없다’고 주장한 반면, 전쟁을 통하여 북한 위협을 체험했고 북한의 ‘위장 민족주의’에 속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전쟁세대의 목회자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한미 동맹’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이런 목회자들의 분열된 모습으로 인하여 교회 내 전후 세대는 민족자존을 앞세우는 반미정서에 쉽게 공감했고, 기성세대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고 유석렬박사(외교안보연구원)는 분석했다.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서부연회 주최로 개최된 북한 정책협의회에서 유석렬박사는 ‘우리의 대북정책과 남남갈등’이란 주제를 통해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 간의 입장 차이를 이같이 분석했다.

유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진보적 입장을 갖고 있는 목회자들은 ‘선공후덕’ 즉 우세한 쪽이 먼저 양보함으로써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안심시켜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력이 우세한 남쪽이 먼저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줄 것은 줌으로써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는 북한 지도부의 불안심리를 완화시켜 줘 남쪽에 대한 뒤늦게나마 어느 정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견해가 한국교회 깊숙이 파고들어, 북한에 대한 ‘선제적 양보’가 많이 취해져 미료와 양곡, 의약품 등은 물론 여러 경로를 통해 적지 않은 미화가 들어갔으며 서울을 방문한 북한 종교지도자들에게도 적잖은 선물이 주어졌다.

그러나 북한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도록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남측에 ‘오만무례’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최근 북한은 미국과의 핵 협상 과정에서도 남북관계를 좌우하고 때로는 남측에 주저 없이 모욕을 주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퍼주기식’ 일방적 시혜를 줄이고, 북의 비위를 건드릴까 눈치를 보기보다는 북에 대해 할 말은 당당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국과 관련 한국교회 또한 분열된 양상을 띠면서,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더욱 극단적 대결로 치닫게 했다는 것.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허문영박사(통일연구가)는 남북나눔운동이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된 세미나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 통일문제가 분단 58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진 구조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극우 또는 극좌적 극단주의는 도움이 안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박사는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관용의 정신이 결여되고, 통일문제가 정략적으로 이용될 때, 자유민주주의는 훼손되고 민족의 운명은 어두워진다고 충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