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대안교육 사명자들의 나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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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교육 사명자들의 나눔터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1.1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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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기독교 대안학교 컨퍼런스 열려… ‘부르심, 그 두 번째 소명’ 주제

1월에 찾은 대전 침례신학대학교는 방학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이 드문드문하다. 캠퍼스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가 이곳에서 ‘기독교 대안학교 컨퍼런스’가 열리는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적힌 주제는 ‘부르심, 그 두 번째 소명’.

전국 각지에서 기독교 정체성에 바탕을 둔 대안교육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현장이라 들었다. 조금 더 교정 깊숙이 들어가자 꽤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기독교 대안학교의 열정 한가득

우리나라에 기독교 대안학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1998년 전후인 약 15년 전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상당수 대안학교는 기독교 계열이다. 그리고 그 학교들이 뜻을 모아 한국기독교대안교육연맹(이하 기대연)을 결성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연맹에 소속된 학교는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75개교, 학생 수는 약 6,900명에 이른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기도하며 달려가는 교직원은 1,551명이다. 이들 학교가 일 년에 한 차례 모이는 기독교대안학교 컨퍼런스는 교제와 정보 교류의 장이자 서로를 격려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기대연이 침례신학대학교와 고신대학교와 함께 개최한 제15회 기독교대안학교 컨퍼런스는 교육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는 교사들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겪은 경험과 학생들의 사례를 공유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체 집회장 앞에는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 전시회가 마련돼 교사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컨퍼런스에서는 20여 종류의 다양한 선택특강이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독교대안학교에서의 통일교육, 생활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진로소명교육 등을 비롯해 교육과정 재구성 워크숍, 하나님 중심 과학교육, 학교안전과 행정관리, 미국 기독교 대안학교 사례연구, 공동체 형성 프로젝트 등 주제도 다양하다. 강의실마다 전문가들의 말 하나라도 놓칠세라 교사들의 눈에 빛이 난다.

특히 전 일정에 걸쳐 진행된 ‘기독교대안학교 설립 전문가 과정’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설립 전문가 과정에서는 기독교 대안학교의 현직 학교장들이 강사로 나서 대안학교 설립과 학교운영 및 방향 등에 대한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전체특강에서 두레자연교등학교 임태규 교장은 “최근에 등장하는 수많은 변종과 유사 기독교대안학교가 대안교육의 운동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며 “기독교 대안학교들은 지금 반드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 교장은 “기독교대안학교는 세상교육과 경쟁하거나 수동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학교가 아니”라며 “교육일반의 세속문화를 배제하거나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 대안을 모색하면서 소통하고 상생하는 학교가 돼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학교 시정명령, 선정기준 문제있다”

컨퍼런스 강연 중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교육은 이튿날 오전 진행된 참가자 전체모임으로,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안학교 법제화와 관련한 논란이 다뤄졌다.

교육부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안학교들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 지난해 7~8월에는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각 지방교육청으로 하여금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기대연 소속 중 경기도 지역 네 곳이 시정명령을 받은 학교에 포함됐다.

하지만 교육부가 무분별한 대안학교에 대한 대책에 나섰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교 점검기준과 이후 취한 시정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밀알두레학교 정기원 교장은 “교육부는 ‘연간 교육비 천 만원이 넘는 학교’, ‘외국어(영어) 중심의 학교’, ‘외국 학교의 졸업장 수여 학교’ 세 가지를 기준으로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대상 선정 기준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교장은 “연간 교육비가 천만 원이 넘는 학교를 문제 삼은 것은 공교육 학교의 교육비와 비교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우며, 관계기관은 천 만원을 기준으로 정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013년 지방교육재정 분석 종합보고서를 보면, 공교육 학교급별 학생 1인당연간 교육비는 6백~7백만 원 사이이다. 여기에는 사교육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학교 교육비가 천만 원이라 하더라도 기숙사비와 입학금, 급식비, 예탁금 등이 포함돼 있으며, 대안학교 학생들이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교육부 점검 기준은 형평성에 어긋난 측면이 있다. 더 세부적으로는 급식의 경우 일반식인지, 유기농식인지에 따라 비용 차이가 날 수 있다.

또 정 교장은 “외국어(영어) 중심학교를 시정명령 대상으로 정하는 것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는 대안학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조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라남도의 한 대안학교는 영어 수업시수가 주당 5시간에 불과한데도 학교이름이 국제학교를 표방하고 있어 외국어 중심학교라며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대연은 최근 대안학교와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큰 틀의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과 합리적 소통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개선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안학교 인가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점을 개선해 달라며, 학교 운동장을 확보해야 하는 기준을 임대나 MOU 방식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기대연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잘못된 시정조치가 일선 대안학교들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동료들을 보면서 사명을 확인합니다”

기독교 대안학교라 하더라도 지역이 다르고, 학교적 상황과 특성도 다르다. 그렇지만 컨퍼런스에서 오면 교사들은 기독교 신앙교육을 함께하는 동료애를 느낄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전라북도 진안의 ‘시냇가의 심은 나무 학교’에서 선교사 자녀들을 교육하고 있는 손희준 교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컨퍼런스에 방문했다. 손 교사는 “대안교육의 사명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적잖게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와서 기술적인 강의 외에도 부르심에 대한 확신과 사명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막 개교 일 년이 된 경기도 화성의 ‘우리기독학교’의 최은주 교사는 동료교사 7명과 처음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최 교사는 “생활지도 강의를 통해 아이들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사소한 문제라도 대화로 이끌어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며 “특히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이 기독교 신앙교육에 열정을 가지고 있음을 보면서 소망을 갖게 된다”고 만족해했다.

기대연 신임대표로 선출된 원호상 목사(경북 김천 드림국제학교)는 “기독교 대안학교는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고, 그 사람이 다음세대를 이어가도록 하는 취지에서 세워진 교육기관”이라며 “학부모들은 기독교적 교육과 교육 대안성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여러 요소를 충분히 검토한 후 대안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대연은 연맹 실행이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학교 설립배경과 과정, 운영형태 등의 자료를 검토해 새로운 회원학교를 받아들이고 있다. 또 연맹에 속한 교육학자의 검증과 GAA 등의 평가방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회원학교와 관련된 정보는 홈페이지(www.casak.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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