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새 생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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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새 생명’ 선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12.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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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향남교회 성도 김충효 씨,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으로 첫 신장 기증

“크리스마스 이브에 새 생명을 선물합니다.”

성탄절,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 몸과 삶으로 실천한 이가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인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한 김충효 씨(45세, 경기도 화성).

▲ 예수향남교회 성도 김충효 씨는 수술날에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사진제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 씨는 아내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지 1년이 되던 때 생존시 신장기증을 결심했다. 그리고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기게 됐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박진탁)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으로는 처음으로 순수 신장기증을 실천하는 주인공이 탄생한다고 밝혔다. 신장기증 수술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난 24일 진행됐다.

“아내의 뜻을 이어 이제는 제 생명을 나눕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박선화 씨의 남편이기도 한 김충효 씨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난 2013년 6월 1일, 김충효 씨의 아내 박선화 씨는 갑작스런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급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결국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아내 박 씨가 뇌사상태로 추정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판정을 내렸다.

“아내를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뇌사 장기기증을 고민하게 됐고, 이러한 뜻에 아내의 언니인 처형도 동의해주어서 많은 생명을 살리고 떠날 수 있었어요.”

아내 故 박선화 씨는 지난 6월 15일,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전하고 떠났다. 당시 김 씨는 호스피스 교육 과정을 이수중이었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교육받던 중 본인의 아내를 잃은 것. 김 씨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 자신보다 남겨진 세 아들이 걱정됐다.

막내는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나이었다. 이에 김 씨는 아이들이 엄마와의 이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내의 장례식이 끝나고 난 후, 세 아들과 함께 이별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아이들과 저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제 아내가 5명의 이식인들의 삶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이에요.”

아내가 떠난 지 1년 쯤 되던 지난 6월, 김 씨가 다니고 있는 예수향남교회에서 사랑의장기기증캠페인이 진행됐다. 그리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목사의 설교를 듣고 김 씨는 순수 신장기증이라는 나눔을 결심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살리고 떠난 아내의 사랑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아내는 더 많은 생명을 살렸는데, 저도 할 수 있다면 그 나눔을 이어가야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만성신부전 환우에게 자신의 콩팥 한 개를 기증하며 새 삶을 선물한 김 씨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나중에 제 아들들이 신장기증을 하겠다고 한다면, 저는 기꺼이 응원할거에요. 제 아내도 하늘에서 응원할거고요. 제 신장을 이식받는 분이 앞으로 더욱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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