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만인사제주의’ 회복, 종교개혁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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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만인사제주의’ 회복, 종교개혁의 첫걸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10.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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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헤미야·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종교개혁 500주년 앞두고 한국교회의 과제 성찰

현재 한국교회에 ‘만인사제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루터가 주창한 종교개혁의 핵심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국교회 안팎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루터, 한국교회 사제주의를 다시 말하다’라는 주제로 지난 30일 오후 7시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연합포럼을 열었다.

▲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와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이 '루터, 한국교회 사제주의를 다시 말하다'를 주제로 지난 30일 연합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루터가 주창한 ‘만인사제주의’에 대한 의의와 중요성을 다루는 한편 개혁교회로서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어가야 할 루터의 종교개혁에 관한 기본 정신이 제시됐다.

1517년, 종교개혁의 도화선 역할을 한 루터는 교황 중심의 성직주의에 반대하며 평신도들의 가치와 역할을 강조했다. 비록 그가 직접적으로 ‘만인사제주의’를 말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그의 사상은 종교개혁의 신학적 토대가 됐으며 개신교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

특히 루터는 교황, 주교들, 사제들 및 승려들을 ‘영적 계급’으로 군주들, 영주들, 직공들 및 농부들을 ‘세속적 계급’으로 나누는 것은 거짓과 위선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크리스천이 세례를 통해 ‘영적 계급’에 속하므로 직무상의 차이 외에 어떠한 ‘신분’에 관한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배덕만 목사(주사랑교회)는 “루터는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며 직무상의 차이는 존재하나 신분의 차이는 없다고 단언했다”며 “여기에서 루터가 주장한 ‘만인사제직’의 핵심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루터는 교회법이나 전통 대신, 성경과 자신의 교회론에 근거해 교황의 성경 해석 독점권을 비판했다. 아울러 신앙, 이성, 성경, 성령을 소유한 모든 신자들이 동일한 권리와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교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루터의 비판과 주장에 대해 배 목사는 “무엇보다 법이나 관행보다 성경에 근거해서 전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물론 성경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한계는 있지만, 이것은 루터의 종교개혁이 교회사에 전해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루터의 ‘만인사제주의’ 교리는 사제와 평신도를 근본적으로 구분했던 전통을 부정함으로써 교회 내에서 평신도의 가치와 책임을 새롭게 정의했다. 결국 이는 교회의 공동체성 및 평신도들의 주체적 참여를 자극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의 역사는 그의 주장을 문자적으로 이해했던 형제교회들과 여전히 사제중심주의를 지향하는 감독교회들로 양분되어 진행됐다.

배 목사는 “이는 만인사제주의를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더욱이 평신도들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교육과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자칫 ‘만인사제주의’는 교회의 하향평준화와 무정부주의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루터의 만인사제주의를 현재 한국교회에 적용할 때, 우리는 허와 실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황병구 재단본부장(한빛누리)은 성도들이 주체가 되어 ‘만인사제주의의’의 관점에서 평신도 역할을 이해하고 삶의 현장에서 이를 이뤄가기 위해 힘쓸 것을 독려했다.

그는 “성도들의 삶을 참된 영성의 주된 현장이라는 인식과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자부심이 공유되어야 한다”며 “도리어 어쩌면 직업목회자의 일상은 영적 성장의 본류와는 거리가 있다는 자각이 일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제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 “직분이나 신분이 아니라 역할”이라고 강조한 그는 “참된 사제는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전하고 인생을 건져내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직업 목회자와 성도의 구별이 없으며 이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사제”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비그리스도인을 만날 기회조차 없는 직업목회자들보다 성도들이 더 사제에 다가선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렇게 이름도 빛도 없이 진정한 사제의 역할을 감당하는 이는 직업 목회자가 아닌, 성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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