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서 교수가 쓰는 -이라크지역 기독교유적과 인류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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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서 교수가 쓰는 -이라크지역 기독교유적과 인류 문화유산
  • 승인 200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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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고대문명이 살아 숨쉬는 요람
지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는 인류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다. 지금부터 약 6천년 전 이 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문명은 이집트, 인도, 중국 문명과 함께 고대 4대 문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구약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어서 성경 역사의 중요한 무대 중 하나가 되는 땅이다.

오늘날 이라크는 한반도 면적의 두 갑절이 된다. 그런데 국토의 약 70%는 메마른 사막과 험란한 산악지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나머지 1/3되는 땅은 비옥하고 기름진 땅이다. 창세기 2장에 기록된 ‘에덴 동산’도 이 곳에 위치해 있었다고 추정될 정도로 좋은 땅이다.

이 기름진 땅이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두 강 사이의 지역이다. 고대 희랍인들은 이 두 강 사이의 비옥한 땅을 ‘메소포타미아’라고 불렀다.

‘메소’(사이)와 ‘포타모스’(강)라는 말이 합해진 글자 그대로 ‘두 강 사이의 지역’이라는 뜻이다.

지도를 펴보면,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이라크 국토의 중간 부분에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땅이며, 그 나라에 중심부분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전투도 모두 메소포타미아 지역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비옥한 땅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특별히 남부지역은 천혜의 기름진 땅이다. 구약성경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을 ‘시날 평지’(창 11:2)라고 부르고 있다. 이 시날 평지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의 문명이 일어났다.

이 지역에서 인간들은 나무 열매를 따먹고 강의 물고기를 잡는 수렵단계를 벗어나, 정착해서 농사를 짓고 수확하는 농업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그 지역은 광활한 평야에 땅이 비옥하고 두 강이 흘러 물이 잘 공급되고, 기후가 일년내 따뜻하다. 농업 문명이 일어날 수 있고 천혜의 조건을 갖춘 땅이다.

그러나 두 강은 주기적으로 범람했고,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개사업이 필요했다. 관개사업은 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야 하는 대규모 공동작업이었다.

이런 대규모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왕(王)이 등장했고, 왕을 중심으로 한 도시국가(city-state)가 형성되었다. 주전 3천년대에 와서는 시날 평지에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생겨났다.

‘에리두’, ‘에레크’(우르크), ‘라르사’, ‘라가쉬’, ‘니푸르’, ‘기스’, ‘우르’ 등이었다. 도시국가들이 발전하면서 행정의 필요에 따라 기록을 위한 문자가 생겨나게 되었다. ‘쐐기문자’(설형문자)라고 불리는 새로운 문자의 사용은 인류 문명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인류 역사를 선사(先史) 시대에서 기록을 남기는 역사 시대로 전환시켜 준 것이다. 이렇게 메소포타미아 남부지역 시날 평지에서 일어난 고대 문명을 수메르(Sumer) 문명이라고 부른다.

수메르 문명의 중심에 도시국가 ‘우르’가 있었다. ‘우르’는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이 태어난 고향이다. 현재 이라크 전쟁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나시리아’ 바로 근접한 곳에 ‘우르’가 위치했었다.

아브라함 시대로 추정되는 주전 2천년 경이 ‘우르’를 중심으로 한 수메르 문명은 최전성기였다. 당시 ‘우르’의 왕 ‘우르남무’는 인류 최고(最古)의 법전인 ‘우르남무 법전’을 만들었다. 이것은 ‘함무라비 법전’보다도 적어도 2백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우르남무 왕의 업적으로 지금까지 ‘우르’에 남아있는 유적 가운데 거대한 계단식 탑이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이 계단식 탑은 지구라트(Ziggurat)라고 불리며, 전면의 길이가 60m에 이르며 현재 21m 높이 부분까지 남아 있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다. 창세기 11장의 기록대로, 진흙벽돌을 정교하게 쌓았고, 진흙벽돌 사이에 사용한 역청은 4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바벨탑의 모습을 추정케 하고 있다.

필자가 ‘우르’를 찾았을 때 놀랐던 것은 ‘우르’에 지구라트를 비롯해서 4천년 전의 왕궁터, 왕들의 묘실 등 엄청난 역사적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라크 군대가 이 유적지를 중심으로 군사장비를 갖춘 군사지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인류 문화유산을 전쟁의 방패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모든 전쟁은 파괴적이다. 더구나 오늘의 전쟁에서 사용되는 화력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하다. 민간인들을 포함한 많은 희생자가 생기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가슴 아픈 일이다.

한편 이번 전쟁은 메소포타미아 지역 내에 있고 수많은 인류 문화유산을 파괴시키고 훼손시킬 위험이 크다. 전술한대로, 메소포타미아 남부지역은 수메르 문명이 꽃피었던 곳이며, 곳곳에 인류 문화유적이 남아 있어 지역 전체가 역사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북부지역은 주전 13세기부터 당시 세계를 제패했던 앗시리아(앗수르) 제국의 땅이다. 앗수르 제국의 수도였던 콜사바드, 아슈르, 칼라, 니느웨 등에는 지금도 엄청난 유적들이 남아 있다.

모두 인류 문화유산들이다. 최근 대규모 공습이 이루어진 ‘모술’ 근처 지역에 이들 앗수르 제국의 왕궁도시들이 밀집해 있다.

주전 7세기 후반, 바벨론 제국은 앗수르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패권자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바벨론 제국의 수도는 ‘바벨론’이었다.

바벨론 제국을 대표하는 느부갓네살 왕은 예루살렘을 함락시켜 유다 왕국을 멸망시켰고, 솔로몬 성전을 불태워 파괴했고, 유다 백성을 포로로 잡아갔던 왕이었다.

그는 제국의 수도 ‘바벨론’에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가 되는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만들었다.

오늘날 사담 후세인은 바로 느부갓네살 대왕의 뒤를 이어 과거 바벨론 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개인적 관심을 갖고 느부갓네살 대왕의 ‘바벨론’ 왕궁을 복원하는 데 힘을 써왔고 많은 부분이 현재 복원되었다.

이러한 많은 인류 문화유산들이 이번 전쟁으로 파괴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전쟁시 문화유적이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1954년 ‘헤이그 협약’이 맺어졌고 현재 103개 나라가 조인을 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과 영국은 아직도 ‘헤이그 협약’에 조인을 하지 않고 있다. UN 산하기구인 UNESCO를 비롯해서 세계 문화유적을 보호하기 위한 기구인 ICOMOS(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에서는 미국과 영국에 대해서 이번 전쟁에서 ‘헤이그 협약’을 준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최근 100명의 세계 최고 지성인들이 전쟁 중의 이라크 내 문화재 보호를 위해 강력한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라크는 고대 문명의 요람지이기 때문에 엄청난 문화유산들이 발굴도 되기 전에 전쟁의 폭격으로 영원히 파괴될 위험에 있다고 경고했다.

UNESCO와 ICOMOS, 그리고 지성인들의 목소리가 전쟁의 포성 가운데 얼마나 크게 울려 퍼질런지는 알 수 없다. 공의의 하나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뜻 가운데 전쟁이 하루 속히 종식되기를 기도한다.

/연세대학교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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