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심화 … “근본주의적 신학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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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심화 … “근본주의적 신학관 경계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7.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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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의 평화 위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해야할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는 요원한 일일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서는 처절한 피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UN이 민간인 피난처로 지정한 학교가 포격을 당하면서 수십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지속되는 유혈 충돌에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천명을 넘어섰으며 10만 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더욱이 피해를 입은 사상자들 중에서는 7~80%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60년간 지속된 분쟁으로 영토를 잃은 팔레스타인 민족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으며,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 문제는 이러한 중동 분쟁의 원인이 단순한 군사적 무력 충돌을 넘어 구약성서를 뿌리에 둔 유대인들의 민족주의 운동(시오니즘)이라는 점에서 종교 갈등으로도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오니즘에 따른 이스라엘의 침공 논리 주목해야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은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미국과 협력해 이스라엘 국가를 팔레스타인에 수립해 억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 사건과 한반도 분단이라는 우리나라의 비극적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김용복 원장(아시아 태평양 생명학연구원)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사태는 지정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민족해방, 민족통일, 세계평화운동이라는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와도 긴밀히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구약성서에서 여호수아가 가나안 족속을 점령 멸절했던 종교적 패러다임에 뿌리를 두고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자는 논리로 침공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시오니즘을 바탕으로 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논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팔레스타인 민족은 영국의 식민정권에서 이스라엘 국가 건설의 과정에 이르는 체계적인 인구 분산 정책의 희생자들로, 민족 공동체 형성을 부정당하게 되었다”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국가 이데올로기로서의 시온주의를 줄기차게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팔레스타인 민족의 절반은 West Bank, 가자지역, 이스라엘 시민 동예루살렘 등지에 분산되어 있다. 또 절반은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칠레 등 해외에서 피난민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디아스포라 현상이 아닌 서방 제국주의 국가와 이스라엘의 계획적이고 강제적인 팔레스타인 민족의 인구 분산 정책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의 구체적 역사는 영토 분할 정책이 아니라 영토 합병정책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민족 공동체를 합병하려는 것으로 팔레스타인 민족을 식민화하고 국적 없는 시민들로 전락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의 중심권을 쥐고 있는 중동지역의 최강국인 이스라엘과 제대로 된 군대도 갖춰지지 않는 팔레스타인과의 대결은 ‘고래와 새우의 싸움’이라는 말로 흔히 비유되고 있다. 단순한 양비론으로 몰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에서다.

박성원 목사(세계개혁교회 전 사무총장)는 “가자 침공 외에도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저질러온 팔레스타인에 대한 모든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반인륜적 행위”라며 “지금까지 진행돼온 팔레스타인 지역 잠식 과정을 보면, 이 시나리오는 제국의 지정학 게임이 계속되는 한 결코 멈춰 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단적 세대주의, 친이스라엘 운동 경계해야

그렇다면 성경은 정말로 이스라엘의 이러한 침략 논리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대표회장)는 어떠한 정치, 종교적 이념으로도 생명을 죽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으로 모든 생명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오늘날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 및 종교적 이념의 차이로 갈등과 증오와 대결로 치닫는 것”이라며, “흑인이나 무슬림들은 모두 함이나 이스마엘의 후손들로 저주를 받은 자들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자의적인 성경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목사는 친 이스라엘 신학의 바탕 위에 펼쳐지는 선교 운동은 중동, 이슬람권에 평화의 복음을 심기보다는 분쟁을 심화시킨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에게 있어서는 앗수르와 바벨론을 비롯한 이방을 증오하고 대결하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예수님은 예외였으며, 구약성서의 하나님도 이들을 긍휼히 여기셨다”고 말했다. 또한 “역사적, 인종적, 정치적 이스라엘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사도 바울, 사도 요한의 가르침에도 위배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정형남 선교사(요르단)도 성서적 예언 성취의 장은 지정학적인 의미의 예루살렘이 아닌, ‘새 예루살렘’이라며 지나친 이스라엘 중심적 시각에 대한 경계를 요청했다.

정 선교사는 “안타까운 일은 세대주의에 기초한 기독교는 실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유대교와 함께 그림자만을 붙잡고 유대교의 이슬람과의 싸움에 휘말려 유대교 편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성경 예언 성취의 주인공은 야곱의 혈통적 후손들인 이스라엘이며, 그 성취의 장은 예루살렘으로 대표는 가나안 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성경예언 성취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성취의 장은 예루살렘으로 대표되는 가나안 땅만이 아니라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는 온 세계”라며 지정학적인 의미의 예루살렘이 아닌, 새 예루살렘의 의미를 이해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 기반의 ‘예수 운동’ 일으켜야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이 할 일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아랍 영토에 대한 점령을 멈추고 세계 평화와 정의가 이 땅에 이뤄지도록 기도하는 일이다.

김용복 박사는 “세계의 모든 민족들이 충만한 생명을 누리는 평화의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라며 “그리스도인이 먼저 정의를 기초로 생명을 풍성히 하는 예수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팔레스타인 민족 자결과 독립운동과 연대하고 서로 배우며, 교류하는 세계 평화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국내에서도 중동지역의 평화를 위해 전쟁의 종식을 촉구하는 기도회와 시위 등의 평화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YMCA, 한국YWCA, NCCK를 주축으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평화 한국 그리스도인 네트워크(KCNPP)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국 그리스도인이 세계의 모든 기독교인들과 연대하여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과 서아시아지역의 평화를 위한 활동과 기도 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공습으로 희생당한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침공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또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탄압 속에 군 감옥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돕기 위한 도서 지원 캠페인 ‘팔레스타인 어린이에게 희망을!’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2000년 이래로 약 8천 명의 어린이들이 구금, 기소되었으며 매년 5~600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군사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한 채 끌려가고 있다. 한국YMCA 생명평화센터에 문의(02-754-7891)할 수 있으며, 한국기독교청년회(농협:056-01-104546)를 통해 후원 가능하다.

이윤희 사무총장(한국YMCA)은 “우리의 이웃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이들이 생명과 평화의 씨앗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의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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