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맛집’으로 소문난 베들레헴교회, 비밀 레시피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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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맛집’으로 소문난 베들레헴교회, 비밀 레시피는 뭘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7.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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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냉면 나눔으로 지역사회 섬기는 베들레헴교회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아로니아’ 묘목 무료 배포
‘냉면 육수 레시피’ 선교용이면 언제든 무료 제공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 꼭대기가 보이는 도토리 나무가 빽빽한 이 곳이 과연 도심인가 싶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둘러싼 이 곳에 베들레헴교회(담임:강태평 목사. 010-8964-8835)가 있다. ‘냉면 맛 좋은 교회’로 소문난 교회. 기자가 찾아간 지난 5일에도 이 냉면을 먹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교회 마당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30분 거리에서도, 폭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교회가 냉면집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한정판’. 5월부터 10주 동안 매주 토요일만 무료로 제공된다.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30분 거리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다. 교회 마당에 펴 놓은 파라솔과 의자가 30분 전부터 꽉 찬다. 이후에 오면 먼저 온 사람들이 다 먹고 자리를 비울 때까지 꼼짝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발길을 돌리기에는 묘하게 잡아 끄는 냉면맛이 허락하지 않는다. 맛집의 유혹이 여기에도 있기 때문이다.

# 섬김은 섬김으로만 끝나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바로 옆.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도심지다. 그런데도 교회로 찾아가는 길은 참 불편했다. 편리함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베들레헴교회는 여간 불편한 곳이 아니다. 교회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좁다 못해 그냥 시골길 같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기자도 교회 입구를 찾지 못하고 두 바퀴를 돈 다음에야 찾았다. 도토리 나무 숲 우거진 공터, 그 곳에 베들레헴교회가 있었다.

이 곳까지 30분을 걷거나 차를 타고 찾아온다. ‘교회에서 주는 냉면이, 그것도 공짜로 주는 냉면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은 바로 무너진다.

“작년부터 와서 먹었어요. 다른 냉면집도 많이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깔끔하고 맛 난 데가 없어요.” 걸어서 30분 거리의 루터대학교 근처에서 왔다는 임순례 할머니(86세)의 말이다. 이막내 할머니(78세)도 거든다. “나는 이것 먹고 싶어서 토요일만 손꼽아 기다려.”

이런 말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용인 지역에서 꽤 유명한 냉면집으로 많은 돈을 벌었던 진은주 집사. 잘 나가는 냉면집 사장이었다.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냉면 제조 기술로 한 때 하루에 몇 백만 원씩 벌면서 이 지역에서는 누구나 아는 냉면집을 운영했다. 그러던 그녀가 만드는 냉면이니 오죽 맛있겠나.

베들레헴교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아로니아냉면. 냉면 장인의 육수맛이 일품이다.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 정도 맛이면 8~9천 원 값을 지불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선교 헌금조로 얼마라도 받아도 되지 않겠냐”는 말에 강 목사는 손사래를 친다. “섬김은 섬김으로 끝나야지 대가를 바래서는 안 됩니다.”

매주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인원은 150여 명. 이 사람들 모두가 베들레헴교회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충분히 욕심을 품었을 만 하다. 그러나 강 목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우리 교회로 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맛있게 드시고 가십시오. 모자라면 더 드십시오”라는 말만 한다. 전도에 혈안이 된 교회가 보기에는 ‘눈 먼 고기’를 놓치는 꼴이다. 그래도 강 목사의 말은 한결같다. “다음 토요일에도 또 와서 드십시오. 조심해서 가십시오.”

강 목사의 말대로 12시가 되기 전부터 교회 마당에 벌여놓은 파라솔 의자가 꽉 찼다. 어르신들을 더 기다리게 할 수 없어 30분 전부터 배식이 시작됐다. 30여 명의 베들레헴교회 성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면을 삶아 헹구고 그릇에 담아 고명과 양념장을 올린 뒤 육수를 붓는 과정이 서툴지가 않다. 섬김에 하나가 된 마음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이다.

# ‘아로니아’ 묘목, 주말농장 아이템으로도 인기

가장 중요한 것이 육수. 진 집사가 하루 전 직접 장을 본 다음 3시간 동안 우려내고 2시간을 식혀서 만든다. 공짜로 주는 냉면이라고 준비가 소홀하거나 재료를 빼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가 더 들어간다. ‘아로니아잎’. ‘아로니아(aronia)’ 나무의 잎을 이용해 육수를 만든다.

이 아로니아 나무는 강태평 목사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 개척 교회와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의 재정 자립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무료로 보급할 예정이다.

‘블랙초크베리’로도 불리는 아로니아는 기적의 열매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건강 열매. 항암 효과가 탁월하다는 안토시아닌의 함유량이 베리류 과일 중에서 가장 높고, 블루베리의 5배 이상이다. 이 외에도 폴리페놀과 탄닌, 카테킨 등의 뛰어난 약용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액 순환과 면역력 증진, 치매 예방, 눈 건강 증진, 피부 미용, 당뇨병 개선에도 탁월하다.

강태평 목사가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아로니아.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는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에 비해 5배나 높다.

지난 1월에는 충북 단양군이 차세대 전략 특화작물로 아로니아를 집중 육성하기로 하고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경남 의령군에서도 농업인들의 새로운 소득사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아로니아 보급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검증돼 보급과 재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아로니아를 소개받은 강 목사는 묘목 6백 그루를 3백 만 원에 구입해 길 건너 8백 평 대지에 심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 목사가 말 그대로 그냥 심은 것이다.

“이 나무는 생명력이 참 강합니다. 묘목을 잘라서 땅에 박아만 놔도,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죠. 이 나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1년 전에 심은 나무들인데 한 그루도 죽지 않고 이렇게 잘 자라났습니다.”

당시 강 목사가 심은 묘목은 6백 그루. 정말 한 그루도 죽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잘 자라다 못해 벌써 열매가 맺히기까지 했다.

“이런 장점을 가진 나무이기에 목회자들이 키우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나무를 심을 땅만 있다면 묘목은 모두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강 목사가 직접 심어 1년 동안 키운 6백 그루의 아로니아 묘목. 건강하게 자라나 벌써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땅이 없어도 가능하다. 건물 옥상에서 화분 형태로 키우는 방법도 있다. 화분 형태의 재배 방법은 도시 농부들 사이에서 최근 각광받는 방법. 도시 농부들의 경우 이 방법을 이용해 옥상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기도 하는데, 아로니아도 이 방법으로 재배가 가능하다. 영하 40도 혹한에서도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도 가진 나무다.

“아로니아를 재배하면서 할 일은 별로 없어요. 나무를 심은 다음 일 년에 두 번 거름을 듬뿍 주고, 제때 풀을 뽑아주면 그뿐이에요.”

“한 번 심어놓으면 20년 정도 수확이 가능한데, 아로니아 한 그루에서 2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하는 강 목사는,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척 교회와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에게 아로니아 나무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적당한 넓이의 땅이 있으면 가장 좋다. 묘목을 심은 다음 봄에 하얗게 피어나는 꽃은 관상용으로도 충분한데다 가을이면 빨갛게 물드는 단풍도 일품이어서, 도시 교회 성도들을 위한 ‘주말 농장’ 아이템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강태평 목사는 아로니아 묘목뿐 아니라 냉면 육수 레시피도 공개할 생각이다. 영업용이 아닌 선교용, 다른 지역 목회자들을 위해서다. “주는 것이 남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전도요 선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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