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사회 속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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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사회 속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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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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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출간한 책‘피로사회’는 3주 만에 판매 부수가 1만 권을 돌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을 특징하는 ‘○○사회’란 제목의 책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투명 사회, 단속 사회, 분노 사회 등 여러 책의 제목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경쟁으로 인해 지쳤고, 소셜네크워트서비스(SNS)의 과다한 이용으로 인해 오히려 피로를 호소하고 있으며, 가상공간에만 적응된 청소년들은 현실생활에서 원활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집에만 머무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올해 2월 10.9%에 달한 뒤 두 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를 ‘지니계수’라고 한다. 이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이 심각함을 뜻한다. 작년 11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53로 아시아 28개국 중 5위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소득세)를 자료로 할 경우가 지니계수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경제 호황기가 지나고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전례 없는 위기가 닥아오고 있다. 국민은 힘들고 지쳤으며 정치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이 사건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현장에서 도망쳤고, 그 이후에라도 사건을 수습해야 하는 자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동안 천하보다 귀한 304명의 생명이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곧 ‘불신사회’란 제목의 책이 출간될 것 같다. 책임자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가 사망한 사람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2일 일어난 상왕십리 2호선 지하철 추돌사고는 이런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승객들은 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 문을 열고 탈출했다.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은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가 남길 가장 심각한 후유증을 ‘불신과 허무주의’라고 대답했다. 국가를 믿지 못하는 국민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는데, 이런 사회는 공공성과 공동의 가치를 세우지 못한다. 결국 사회가 급격히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 때 우리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바로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의 선을 지키며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의 신교와 구교 사이에 일어난 ‘30년 전쟁(1618-1648)’이 끝난 뒤 남은 것은 고아와 과부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루터교회는 영적 영향력과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교회와 사회에 새롭게 한 사람들은 헤르만 프랑케(August Hermann Francke)를 비롯한 ‘경건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고아원을 세웠고 자신들이 직접 교육을 담당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경건주의자들이 운영하는 기관을 통하여 거듭났고 복음의 씨앗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사회가 무너질 때마다 그것을 지켜온 수많은 믿음의 선조들을 생각하자. 오늘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극복하는 그리스도인들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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