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출구전략 넘어 ‘선교사 은퇴’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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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출구전략 넘어 ‘선교사 은퇴’ 준비할 때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5.07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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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2014년 방콕포럼 선언문 발표
▲ 지난 7일 서울 선교한국 파트너스 사무실에서는 2014년 방콕 포럼 선언문이 발표됐다. 왼쪽부터 한국OMF 손창남 선교사, 방콕포럼 코디네이터 강대흥 선교사, 선교한국 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

파송된 선교사와 파송 교회나 교단, 단체들이 함께 ‘선교사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의 숫자가 2만 명을 넘어서고,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때에 선교사의 은퇴 준비도 필수라는 것.

강대흥 선교사(방콕포럼 코디네이터), 손창남 선교사(한국OMF), 한철호 선교사(선교한국 파트너스)는 지난 7일 서울 선교한국 파트너스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경기 가평 설악예수마을에서 열렸던 2014년 방콕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에서는 “2만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것에 대한 성취감도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선교지에서 다시 돌아오는 은퇴에 대해서는 거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있다”며 “한국 교회가 선교사들에 대한 공식적 은퇴 준비가 없던 관계로 은퇴는 선교사 개인의 결정이나 교회의 판단에 맡겨진 결과, 바람직하지 못한 은퇴의 사례들도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교를 선교사 허입, 교육, 파송, 사역, 선교지 이양 등의 순서로 된 하나의 순환 주기로 봤을 때 한국 교회의 선교에는 ‘은퇴’가 부재해 하나의 순환 주기가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

실제로 교단 선교부나 선교 단체에서 정한 정년이 도래해도 은퇴 후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어 선교지에 남아 노년을 보내는 경우도 하나, 둘 드러나는 시점이다.

강대흥 선교사는 “점차 선교사 은퇴 쓰나미가 올 것”이라며 “은퇴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파송 교회의 탓도, 단체의 탓도, 선교사의 탓도 아니다. 균형 잡힌 책임의식을 가지고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선교사는 또 “무엇보다 한국 내에 어려운 환경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 어려운 삶을 사는 성도들 또한 은퇴 후 삶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교사 은퇴 문제가 한국 사회의 사회보장제도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말한 한철호 선교사는 “서양의 경우 사회 자체가 ‘은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고, 포용도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자들을 사회가 전적으로 책임지긴 어렵고, 그 준비가 시작된 것도 얼마 안 되었다”며 “선교사 은퇴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이번 포럼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포럼에는 주요 교단 선교부의 총무들과 선교 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했기 때문에 교단 차원, 선교 단체 차원의 은퇴 준비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창남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논의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들을 신앙 공동체의 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유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타 문화 경험이 풍부한 그들의 은사로 이주민 노동자, 다문화 가정을 보다 깊이 이해한 후 사역할 수 있음과 파송을 기다리는 선교사들에게 선교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한 강점이다. 그들이 두 번째 사역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은 선교사 은퇴 문제가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도록 △선교계, 교회, 선교사 등 기독 공동체 전체가 선교사 은퇴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를 위해 노력할 것 △은퇴 문제와 관련된 당면 과제와 장기 방향에 대한 논의 시도가 구체적으로 일어날 것 △은퇴 문제에 대한 선교 공동체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 △선교사 은퇴 성공 케이스 수집 △교단과 선교 단체가 선교사 은퇴와 관련된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낼 것(은퇴 선교사의 호칭, 지위, 책무, 출구 전략 등을 포함) △교회나 후원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신입, 기존 선교사 모두에게 연금 계획이 필요하며 이를 실천할 신탁 기구 신설 모색 △은퇴 후 사역의 영역 확장을 위한 유형별 분석과 개발, 확장을 위해 ‘직종 박람회’를 열 것 등을 제안했다.

이번 포럼에서 다뤄진 내용들은 책으로 발간돼 공론화 되며, 교회의 선교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사 은퇴 세미나를 통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년 방콕포럼의 주제는 ‘선교사의 정신건강’으로 선교사들의 우울증,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로 인한 어려움 등을 다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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