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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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2)
  • 운영자
  • 승인 2014.04.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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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언에 봄이 왔다. 소생언 식구들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다. 창조의집의 불탄 자리에는 신축 건물의 골격이 완성되었다. 공사 현장 사무실에서 소생언 식구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창조의집이 불탔을 때는 앞날이 캄캄했습니다.”
주도원이 말했다.

“우리에게 화재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는 시금석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진선린이 말했다.

“작은 산 하나를 넘었다고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소생언의 번영은 우리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모두 침묵 한 채 진선린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화재사건의 원인은 소생언의 존재에 대한 지역사회와 갈등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그 갈등을 치유하지 않는 한 언제 또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소생언이 지역사회와 화해하는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소생언에서 생산해 사용하고 남는 농산물을 시중에 판매하는 것을 중지하고, 그 대신 우리 지역에 있는 정신병원에 무료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창조의집 화재사건에 대한 피의자들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도 제출토록 하겠습니다.”

소생언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HD정신병원에 공급하기 시작한지 1년 후였다. 병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환자들을 위한 수요예배가 있었다. 수요예배가 끝났을 때 한 환자가 선린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저는 정신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사람입니다.”
유필선이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있습니까?”

“아무도 나의 진실된 말을 진실로 받아주지를 않습니다.”

진선린은 당황스러웠다.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닐지 망설였다.

진선린은 과거 수사관으로 있을 때의 육감을 가지고 그를 주시했다. 사람의 눈은 그 사람의 거울이다. 진선린은 유필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

“유필선 씨,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세요.”

그는 선린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고 있었다. 진선린이 그의 눈을 정면으로 한 동안 주시했다. 그가 진실과 허위, 어느 쪽을 말하는가를 알기 위해서였다.

“저는 9년간을 나의 삶을 상실한 채 지내왔습니다. 지옥이라는 곳이 죽은 다음에 가는 곳이 아니라, 이곳이 바로 저에게는 지옥이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죽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혀가 뒤틀리고 눈이 경직되며 머리가 톱질하는 것 같은 고통이 옵니다. 차라리 교수형에 처해 순간의 고통으로 죽는 편이 더 나을 것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죽을 수 없다면 살아서 이곳을 나가게 해달라고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의 눈은 그가 말하는 것이 진실임을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는 하나의 가식이 없음을 진선린을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필선이 물었다.

“제가 어떻께 해야 이곳에서 나갈 수 있습니까?”

“국가인권위원회에 권리 구제를 요청하거나 정신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의하면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퇴원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유진선은 부유한 가정에서 7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나의 유년시절은 행복했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국립 S대 체육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서울 소재 중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출산을 위해 퇴직했다.

그러던 어느날 예고도 없이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생모 오서순과 둘째 언니 유일순은 그가 사둔 땅 100평을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119를 호출해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것을 시작으로 아버지가 남긴 상속 재산 포기를 위해, 유 씨의 소유로 되어있는 지하상가 2동을 뺏기 위해 정신병원에서 정상으로 판정되어 나올 때마다 다시 재입원을 시켰다.

3차례나 정신병원을 옮겨가면서 9년간 정신병원에서 억류되었다. 생모가 언니와 함께 유 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재산이 탐나 저지른 법죄행위이며 물욕 앞에서 인륜을 저버린 처사였다.

유필선은 진선린을 보자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그에게 하소연했다.

“내가 왜 이런 고난을 받아야 합니까?”

“성경에 이런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행하는 헛된 일이 있나니 곳 악인의 행위대로 받은 의인도 있고 의인의 행위대로 받은 악인도 있는 것이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요약하면 악인으로 말미암아 의인이 고난을 당하고 의인으로 말미암아 악인이 잘 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저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숙고하라’는 말을 유의해야 합니다."

유필선은 지난 일들이 꿈만 같았다. 지난 세월이 길고 긴 악몽과도 같았다. 환자가 아닌 환자가 되어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병원 직원들이 명령대로 따르는 일 뿐이었다. 그들이 하는 행위는 모두 합법이라고 주장하였고, 유 씨가 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인정되었다. 법을 준수해야 할 곳이 법의 사각지대인 것 같았다. 그는 병원에서 주는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실로 옮겨졌고 간호사가 그에게 강제로 주사를 놓았다.

진선린을 만난 후 유필선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살던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몇 년째 사람이 살지 않아 온 집안은 먼지였고 여기저기 거미줄까지 있었다. 당장 사용할 가재도구와 그릇조차도 별로 없었다. 퇴원 후 3일째 되는 날 그의 언니가 그를 찾아왔다.

“어떻게 병원을 나왔니?”

“나 건강이 회복되어 나왔어.”

“집 보증금은 받았니?”

“그걸 왜 내게 물어?”

“그걸 받아 내게 주면 안 되겠니?”

유필선은 언니가 집 주인과 함께 정신병원을 찾아와 보증금을 쓰겠다고 난리를 피우던 때가 생각났다.
“언니,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내 소유의 지하상가를 내가 병원에 있는 사이 나도 모르게 처분하고 이제 그것까지 달라고 하면 경우가 없지 않아요?”

“내가 지금까지 너를 돌보아 주었잖니?”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집어넣는 것이 돌본 것입니까? ”

“너 배은망덕하구나? 다시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하겠다.”

“또 그런 짓을 하면 나를 감금한 감금죄 정범으로 처벌받을 것을 각오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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