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안식년? 이제는 ‘자가용’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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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안식년? 이제는 ‘자가용’ 타세요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2.2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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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선교사들에게 차량 빌려주는 ‘굿웨이 선교회’
▲ 굿웨이 선교회 대표 김대근 목사가 차량 앞에 섰다.

선교사들의 안식년. 고국을 찾는 기쁨과 함께 슬며시 다가오는 것은 어디서 머물지, 어떻게 다닐지 등의 사소한 일이다. 이들을 위해 여러 교회나 선교단체들이 운영하는 ‘선교관’이 있어 편안한 쉼을 쉴 수 있지만, 오래간만에 찾은 대한민국의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몸이라도 건강하면 버스, 지하철을 옮겨 타며 다녀볼 만도 한데, 행여 몸이라도 아프면 눈 앞이 캄캄해진다. 행여 연약해진 몸을 회복하러 귀국한 선교사라면 이야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인에게 신세를 지는 것도 한두 번이고 값비싼 택시비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선교사들을 위한 ‘착한’ 선교단체가 있다. 선교사들에게 저렴한 값으로 차를 빌려주는 ‘굿웨이 선교회’다.

‘굿웨이’를 소개합니다
굿웨이 선교회는 뜻 그대로 선교사들이 좋은 길로 다니길 바라는 마음에 지어진 이름이다.
굿웨이 선교회 대표 김대근 목사는 “예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사역을 할 때, 아내가 아파 귀국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가장 부담되던 것이 택시비였다”고 고백했다.

렌트카를 빌리자니 값이 상당했고, 당장 어디서 차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거동이 어려운 아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어린 자녀들과 동행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귀국 후 하나님 앞에 어떤 사역을 해야 하는지 구하는 기도를 드릴 때,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지금의 굿웨이 선교회의 사역이다.

“처음 사역의 뜻을 세우고,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많은 돈을 가진 사람도 아닌데, 여러 대의 자동차로 운영을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처음엔 쓸만한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는데, 한 순간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매장으로 찾아가 곧장 두 대를 계약했습니다.”

분명한 필요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던 것은 비용 문제. 그래서 중고차를 살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고국에서 선교사들을 바라보는 모습 때문이었다.
“선교사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모금이다 보니 간혹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도 물론 그런 시선을 느껴봤죠. 사람들이 사용하다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전달 받은 일도 많았습니다. 그게 기분이 나빴다거나 싫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저는 그만큼 힘들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분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굿웨이, 출생배경
굿웨이선교회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여름이다. 그때 출고한 차량이라 아직까지도 차에서는 광이 난다. 매번 차량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을 때는 손수 실내와 실외 세차를 잊지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을 드리자는 그 마음의 연장선에 있는 일들이다.

차량을 들여다보니 김 목사의 세심함도 엿볼 수 있었다. 혹여 길을 헤맬까 ‘네비게이션’과 고속도로를 편안히 통과할 수 있는 ‘하이패스’, 안전을 위한 ‘블랙박스’ 기계도 들여놓았던 것. 무엇보다 그는 안전과 관련된 부분들을 꼼꼼히 챙겼다.

김 목사는 “선교사 시절, 오래간만에 고국을 찾았을 때 느꼈던 불편함을 생각했다”며 “그 때 느꼈던 불편함을 하나 둘 없애려다 보니 지금의 편의용품들이 갖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차량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단지 편안함을 위함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

“한 번은 차를 선교사님이 묵으시는 선교관으로 가져다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들어왔어요. 원칙은 직접 와서 수령해가는 것이었는데, 그날은 차를 가져다드리러 갔죠. 도착했는데 웬걸요 거동이 불편한 선교사님이셨어요. 무릎이 아프셔서 걷기 힘든 분이었죠. 그때 느꼈습니다. 이 일이 굉장히 필요한 사역이구나.”

아직 1년이 되지 않은 사역이지만, 거의 하루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요청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용할까.
차를 빌리기 전 확인받아야할 것은 차를 빌리는 대상이 ‘선교사’가 맞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그리고 선교사가 맞는지 기본적인 확인 후 동의서와 신청서를 작성한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하루 삼만 원.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차량을 빌릴 경우 금액은 더 저렴해진다. 이 금액을 제외하고는 유료도로 이용 요금과 기름 값만 부담하면 된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굉장히 고민 많이 했어요. 선교사들이 돈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너무 저렴하게 책정했는지, 초반에는 할부금 갚아나가는 것도 어려웠어요. 지금은 다행히 찾아주는 분들이 늘어서 자동차보험, 차량 유지비, 자동차 할부금까지 딱 맞아떨어져요. 하나님 은혜죠.”

지금 굿웨이가 대여해주고 있는 차량은 총 2대. 하지만 거의 혼자 운영하다보니 이마저도 버겁다. 그래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섬기는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큰 교회가 이런 사역을 했으면 싶어서 여러 교회에 가서 제안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 하셨어요. 필요에는 공감하시면서도 많은 돈이 든다는 사실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셨던 거죠. 사역이 커지길 원하는 마음은 없어요. 그보다 선교지에 내가 복음을 전하고 고생하는 선교사들을 품는 마음이 더욱 커졌으면 좋겠어요.”

선교사들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김 목사지만, 정작 그의 자동차는 없다. 이동할 일이 생기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개인 자동차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는다는 것. 당장은 이 사역을 하고 있지만, 그는 다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 선교를 하는 것이 꿈이다. 수년간 그 곳에서 살며 배운 언어와 문화를 이대로 두긴 아쉽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제 길은 하나님만 아시죠. 지금은 이 사역을 맡기셨으니, 따르고 순종하겠습니다.” 

- 굿웨이 선교회 차량 이용방법.
귀국 후 바로 선교회에 연락해 차량 이용을 신청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최소 1주일 전 이메일(goodwaymission@gmail.com)이나 전화(070-8690-9481)를 통해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에서 차량 인수를 원하는 경우도 별도의 문의가 필요하며, 최소 하루, 최장 3개월까지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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