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숲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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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숲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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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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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목사 (동네작은교회)

1952년 12월 4일에도 영국 런던의 안개는 짙었다. 기온까지 내려가 낮에도 영하에 머물렀다.

800만 런던 시민의 석탄 사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지면 근처의 대기 온도가 상층보다 낮은 기온역전 현상이 일어나면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는 지면 부근에 그대로 머물렀다. 바람마저 불지 않았다.

매연(smoke)과 안개(fog)가 합쳐진 스모그(smog)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시내를 두껍게 뒤덮었고 재앙이 시작되었다. 템스 강에서는 증기선이 정박해 있던 배를 들이받았고 기차와 자동차가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길 잃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을 따라 집을 찾아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짙은 안개에 익숙한 런던 시민들은 스포츠 경기 취소 여부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러는 사이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연기 속에 있던 아황산가스가 황산으로 변해 생명체의 호흡기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엿새 뒤 바람이 불어 스모그를 몰아낼 때까지 런던에서는 호흡기 장애로 4000여 명이 사망했다. 그 뒤 만성 폐질환으로 8000여 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자연현상이 인간의 부주의한 부산물과 합쳐질 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대한민국의 겨울 하늘 또한 녹녹치 않다. 눈이 내리고 난 후 눈이 녹은 자리엔 짙은 색의 흙먼지가 뒤덮여 있는 것을 볼 때 마다 그것들이 내 코와 입으로 드나든 다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인지 않는 것이다.

자연 그 자체는 인간에게 유익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주만물을 인간에게 유익과 즐거움과 축복의 선물로 주셨다. 그러나 그것을 관리하고 가꾸어야 할 인간이 욕심과 이기심과 경쟁으로 인해 축복의 재료들과 은혜의 도구들을 생명을 빼앗는 재앙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재앙은 누구보다도 인간 스스로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간이 사회와 조직, 국가라는 거대 체계를 만들어 갈 때 하나님은 자연의 생태계와 같은 생명과 사랑, 평화의 공동체를 세워 주셨다. 그것이 바로 가정과 교회이다. 가정과 교회는 인간의 조직 사회에서 숨을 쉬게 하고 회복을 경험하게 하고 쉼을 누리게 하는 공동체이다. 가정과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품인 사랑과 거룩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며 안전망이다. 다시 말해 나무와 풀, 꽃과 시냇물로 이루어진 숲이 거대한 시멘트의 도시에게 생명의 숨을 쉬게 하듯이 교회와 가정은 세속사회에서 숨을 쉬고 목을 적시게 하는 생명의 공동체인 것이다.

숲에는 다양한 나무와 풀과 꽃과 수많은 동식물이 함께 어울려 산다. 숲은 그 자체로 경이롭고 놀랄 만큼 만물의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다. 도시가 그 숲이 없으면 안 되기에 우리는 공원을 만들고 녹지를 조성하고 가로수를 심고 있다. 우리들의 삶도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는 숲이 필요하다. 거룩을 체험하고 정직이 도도히 흐르며 사랑이 승리하는 거룩한 숲이 있어야 한다. 교회와 가정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자본과 경제중심의 가치관, 무한 경쟁과 물질만능의 질서는 우리를 숨막히게 하는 스모그이다. 경제가 늘 우선시 되는 이 사회에서 잃어버린 한 마리 양에게 가장 큰 가치를 두는, 작은 자 한 사람과 어린 아이 한 영혼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교회와 가정이라는 거룩한 숲이 가꾸어져야 한다. 숲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맑은 바람으로 인간의 잿빛 스모그가 쫓겨나고 치유와 회복이 시작되듯 유기적이고 생명력있는 교회와 가정들이 든든히 세워질 때 이 땅에는 거룩한 바람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람은 바로 거룩한 숲에서 불어오는 하나님의 숨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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