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소설] “돈으로 사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는 상을 차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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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소설] “돈으로 사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는 상을 차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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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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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수라상'

“어르신, 모두 많이 잡수시고 건강하세요. 그동안 홀로 계신 저희 어머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심심치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맘껏 드세요. 고기며 밑반찬 무한 서비스입니다. 하핫.”

여주 댁의 큰 아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어릴 적에는 어눌해서 친구도 없고 놀림도 많이 받던 아들이 폼 나게 인사하는 모습에 여주 댁은 어깨가 으쓱해진다. 윤기 흐르는 얼굴에 적당히 나온 배, 명품 마크가 찍한 점퍼를 입은 것만으로도 아들의 성공이 눈에 보이는 듯싶다.

“오늘 점심은 포식하겠구먼. 아들이 저렇게 돈 잘 벌어 우리 늙은이들 입 즐겁게 해주니 고맙네 그려. 여주 댁은 복 받았어.”

뻐드렁니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할머니가 부럽다는 투로 말했다.

“성공했다고 다 노인을 공경하는 건 아닌데, 참말로 고마운 일이지. 암튼 오늘은 잔칫날이네. 잘 먹겠어.”

회관에 모인 스무 명 정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 마디씩 칭찬을 했다. 여주 댁은 세상 전부를 얻을 듯 싱글벙글거리며 고기 접시를 날랐다.

모두 즐거워하는 시간임에도 강 할머니만은 좌불안석이다. 부녀회장의 독설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자체에서 나오는 돈으로 노인들 밥을 해 주고 있다. 물론 많지는 않지만 사례비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처럼 자식들이 와서 한 끼라도 대접하기를 은근히 종용한다. 일도 줄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녀회장은 노인들에게 당신 차례라며 압력을 하기도 했다. 그런 부녀 회장의 횡포가 마음에 안 들지만 누구도 대항하지 못했다. 노인들은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특식을 먹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기도 하고.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 때 드시고 싶은 것 있으시면 우리 어머님께 귀띔해 주십시오. 정성껏 준비해 오겠습니다."

여주 댁 아들은 점심값 정도는 껌값이라는 듯 허세를 부렸다. 그가 큰소리를 친 뒤 밖으로 나가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배불리 먹고 난 후 오는 허탈감이랄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각기 생각에 잠긴 얼굴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집 자식은 푸짐한 갈비에……. 어느 집 자식은 육개장에……. 탕수육에……. 다들 정성껏 부모 위해 대접하느라 난린데……. 누구는 허구한 날 맨입으로 때우니.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공짜로 얻어먹는 게 창피하지도 않은가. 원."

부녀회장이 강 할머니를 쏘아보며 말했다. 강 할머니는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지만 참는다. 남의 아픈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그녀가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강 할머니는 가슴 깊이 흐르는 서러움에 온몸이 떨렸다. 이런 날일수록 딸이 더욱 보고 싶다.

‘이렇게 살면 뭐해요. 하나님. 이 비루한 삶……. 어서 끝나게 주세요.’

강 할머니는 속울음을 삼키며 기도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왜들 그려? 누군들 자식이 잘 나서 푸짐하게 한 턱 내고 싶지 않은감. 형편이 안 되는 걸 어쩌라고. 너무 그러지들 마쇼.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너무 야박하지 않소."

도회지에 나가 살다 고향에 들어 온 철수 할배가 역성을 들어 주었다. 강 할머니는 울컥 목젖이 아파왔다. 눈물은 참으려니 목구멍에서 꺼억, 소리까지 났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강 할머니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며칠 내린 눈이 할머니의 허리춤만큼 쌓였다. 온 동네가 대형 도화지처럼 온통 하얀 색이다. 할머니의 입김이 하얗게 얼 정도로 날씨가 매서웠다. 칼바람이 온몸을 때리고 도망쳤다. 강 할머니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휘청거리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집으로 들어왔다. 말이 집이지 할머니의 거처는 쓰러져가는 폐가를 개축한 작은 오두막에 불과하다.

커엉컹! 컹.
할머니를 보자 삽살개가 반갑다고 꼬리를 쳤다. 할머니가 마을회관에 나가며 주고 간 개죽은 물론 물통까지 깨끗이 비웠다.

“혼자 노느라 심심했지? 미안하다. 이제 나도 마을회관에 안 나가련다. 집에서 찬물에 밥 한 술 떠먹으면 그만이지. 눈치 밥 안 먹을 테다.”

할머니는 강아지가 자식이라도 되듯 속내를 털어놓았다. 삽살개는 꼬리를 흔들고 할머니의 손등을 핥아주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니 한기가 몰려 왔다. 매캐한 연탄내가 코를 찌른다. 기름보일러는 엄두도 낼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놓은 연탄난로에서 나오는 냄새다. 방바닥이 차다. 냉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삭신이 쑤시고 아팠다. 할머니가 눈치를 보면서도 마을회관에 나간 것은 밥이 아니라, 따뜻한 방바닥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내복에 두꺼운 점퍼까지 껴입었지만 으스스 추웠다. 참다못해 켜켜이 펼쳐 놓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얼굴만 빼곡히 내밀고 낮잠이라도 청하지만, 정신은 새벽별처럼 또렷하다. 폐기처분해야 될 정도로 낡은 텔레비전을 틀었다. 할머니에게 삽살개가 자식이라면, 텔레비전은 친구인 셈이다. 낮이라 재방송 등 허접스런 것들이지만 그나마 마음이 안정되었다. 할머니는 개그맨들의 웃음을 따라 억지로 웃어보기도 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컹! 컹! 컹!
갑자기 삽살개의 울음소리가 높아졌다. 짖는 폼으로 보아 누군가 찾아온 것 같다. 할머니는 끄응, 신음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다.

“내 이럴 줄 알고 쫓아 나왔어요. 남의 말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러다 몸 상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돌봐 줄 사람도 없으면서.”

고 영감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는 강 할머니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고 영감은 도회지에서 김치 공장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희귀병에 걸린 마누라 때문에 모든 걸 날렸다. 공기 좋은 곳에서 살면 마누라 병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황토 집을 짓고 극진히 간호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강 할머니는 마누라 장례식에서 소리 없이 울던 고 영감을 바라보며,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던 날의 아픔이 떠올랐다. 서로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어서인지 고 영감은 가끔 할머니 집에 들러 잔손질이 필요한 부분들을 돌봐 주곤 했다. 전선을 점검해야 할 경우라든가, 서류 등을 점검해야 할 경우 꼼꼼히 알려 줄 때면 여간 큰 힘이 되는 게 아니었다.

“아직도 딸이나 사위한테는 소식이 없어요?”

고 영감은 걱정이 된다는 듯 묻지만, 강 할머니에게는 고문이었다. 할머니에게 딸은 유리병 같은 존재였다. 어려서부터 골골대서 애간장을 끓게 하더니, 결혼을 해서도 평탄치 못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중국에 공장을 세워 물건을 생산해서 판다던 사위가, 남편이 남기고 간 집과 땅 문서까지 가져갔지만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강 할머니를 길바닥으로 내앉혀 놓고 딸네 가족은 잠적을 해 버린 지 5년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중국으로 건너가 재기를 꿈꾼다고도 하고, 남해 어딘가에서 배를 탄다고도 했다. 자식이 뭐라고, 강 할머니는 원망보다는 그저 딸이 살아있기만을 기도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믿으며.

“부녀회장도 늙어가는 처지에 돈 몇 푼 받고 밥해 주는 일이 힘들어서 그러는 것일테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요. 추운데 혼자 있지 말고 회관에 다시 갑시다!”

강 할머니가 딸 걱정에 울적한 얼굴로 앉아 있자, 고 영감이 할머니를 위로하듯 나직이 말했다. 고 영감의 연민 가득한 눈빛을 보자 얼었던 마음이 조금 녹았다. 그래도 회관에 다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녀요. 그냥. 만사가 귀찮아요. 영감님 혼자 가세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요. 이럴수록 스스로를 세워야지. 이러고 혼자 있다 덜컥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고 영감이 끈질기게 강 할머니를 설득했다.

“오늘은 쉬고 싶네요. 고맙지만…….”

강 할머니는 모르는 척 고 영감을 따라 나서고 싶지만, 부녀회장의 말과 눈빛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고 영감이 아쉬운 듯 자꾸 뒤를 돌아보며 나갔다. 할머니는 옹송거리고 앉아 십자가를 향해 기도했다. 기도하는 순간만큼은 가난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기도하다보니 날이 저물고,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 왔다.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양지마을의 최고령 어르신의 생신 잔치가 마을회관에서 있습니다. 점심 드시러 모두 회관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자식들이 내려 와 맛있는 음식 대접한다고 합니다.”

동네 이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졌다. 이장은 아직도 마이크에 대고 안내방송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마을 사람들 또한 이장의 마이크 소리가 안 들리면, 심심할 정도로 중독이 되었다.
강 할머니는 일부러 못 들은 척, 손가방을 챙겼다. 홍천 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쐴 생각이다. 오일장이 서는 날은 아니지만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름을 잊을 수 있다. 회관에 나가 눈칫밥을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강 할머니는 일부러 마을 회관을 비껴 논두렁길을 향해 걸었다. 못난 자식 둔 것도 아픈데, 사람들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건 싫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미끄러운 길을 엉금엉금 기어 내려갔다.

“어딜 가요! 이 미끄러운 길에. 참 나 원. 이장 마이크 소리 못 들었어요.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같이 갑시다.”

스토커라도 되듯 불쑥 나타난 고 영감이 양손을 벌리고 서서 말했다.

“아니. 왜 이러세요.”

강 할머니가 새치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속으로는 고 영감의 관심이 싫지 않지만 일부러 냉정하게 했다.

“오늘은 특히 우리 마을 최고 어르신 생신 잔치니……. 같이 갑시다.”

고 영감은 할머니의 가방을 낚아 채 어깨에 메고,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앞서 걸었다. 할머니는 마지못해 가는 듯 는적는적 뒤를 따랐다.

마을 회관으로 들어가니 생신을 맞은 최고령의 어르신이 한복을 차려 입고 앉아 있다. 아들 며느리가 분주하게 오가고, 부녀회장은 모든 걸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다행히 바빠선지 강 할머니가 온 걸 모르는 눈치다. 한 가운데 잔칫상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회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 누구도 빈손으로 오는 이가 없었다. 축의금 봉투가 아니면, 국수라도 한 봉지 사 들고 와 어르신에게 인사를 드렸다. 강 할머니는 자신의 빈손이 부끄러웠다. 다시 밖으로 나가자니 그 또한 쉽지 않았다. 죄지은 사람처럼 구석에 그림자처럼 앉아 있었다. 자식들이 나와 분주하게 생일상을 차리고 접대를 하는 모습이 부럽다 못해 서러웠다.

“빈손으로 왔으면 일손이라도 좀 도와주면 안 되남? 나도 삭신이 쑤시고 아파도 마을 일이니까 하는 거지. 힘이 남아돌아서 하는 줄 아나 보네. 어쩌면 그렇게 눈치가 없어?”
일을 하기 싫어서라기보다는 왠지 눈치가 보여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부녀회장이 또 직격탄을 날렸다.
“할 일 있음 날 시켜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사람한테 왜 자꾸 그러는거요?”

고 영감이 또 거들기 시작했다. 이 순간 만큼은 고 영감의 역성이 고맙기 보다는 민망스러웠다. 부녀회장의 얼굴이 험악해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니, 저 할망구 남편이라도 됩니까? 사사건건 싸고도네. 그동안 눈꼴 시린 것도 참았는데 할 말은 해야겠네요. 나도 마을 일이니 나서는 거라고요. 쥐꼬리만 한 사례비 받는다고 내가 식모나 되는 줄 알아요? 저 할망구, 늘 화초처럼 앉아 있다 나가는 꼴 못 봤어요? 나 야속하다고 욕하기 전에 처신을 어떻게 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해요. 영감님은 괜히 나서지 말고.”

부녀회장이 무섭게 대들자 고 영감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강 할머니는 땅 속으로 숨어 버리고 싶었다. 바늘방석에 앉아 밥을 먹으면 체할 것 같아, 시끄러운 틈을 타 밖으로 나왔다.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오두막으로 들어오니 삽살개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었다.

“날 반겨주는 건, 너 밖에 없구나!”

강 할머니는 심란한 표정으로 삽살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맥없이 방으로 들어 온 할머니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 같은 정적이 할머니를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벨 소리가 들린 것은.

“여보세요.”

강 할머니는 피죽도 못 먹은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이 없다. 장난 전화인 듯싶어 끊으려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 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다. 강 할머니는 울컥했다.

“어디야? 애들은 잘 지내고? 김 서방은? 중국으로 도망갔다는 소문이…….”
“엄마……. 실은……. 여기 장거리야…….”
“장거리까지 왔으면 집으로 들어와야지. 왜 전화를 걸구 그래? 얼릉 들어 와.”

강 할머니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야말로 맨발로 대문 앞까지 마중을 나갈 참이었다. 그동안 딸 때문에 받은 설움과 걱정은 티끌만큼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 다시 에미를 찾아왔다는 것만이 고마울 뿐이다.

집 앞에 봉고차가 섰다. 차 안에서 사위와 손자가 선물꾸러미를 들고 내렸다. 곧이어 딸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내리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딸은 가방을 팽개치다시피 던지고 강 할머니를 향해 달려 와 품에 안겼다.

“엄마. 미안해. 나 땜에 힘들었지?”
“장모님.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어서들 들어가자고. 길에서 이러지 말고.”

강 할머니를 따라 작은 오두막으로 들어 선 딸과 사위는 한동안 자리에 앉지를 못하고 서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곤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장모님. 지금까지 지은 죄 다 갚겠습니다. 중국 공장에 투자한 것 모두 사기 당하고 베트남에서 다시 일어서느라 연락 못 드렸습니다. 이를 악물고 일했더니 하늘이 도운 것 같습니다. 이제 장인어른이 남기고 가신 집과 땅 모두 찾을 만큼은 된 것 같습니다.”

사위의 말에 강 할머니는 가슴이 벅찼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속으로 열 번도 더 감사 기도를 드렸다.

“엄마, 이렇게 추운데서 사셨구나. 우리 엄마 십 년도 더 늙어 보이네. 내가 죄인이에요. 엄마. 이 참에 서울로 같이 갈래요? 나랑.”

딸의 급작스런 제안에 강 할머니는 놀란 눈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냐, 난 굶어 죽어도 여기가 좋아. 니 아버지 만나 너 낳고 살아 온 땅인데 절대 고향을 벗어나면 안 되지.”
“엄마가 고생스러워서 그렇지.”
“아냐. 이제 니들이 돌아왔으니 된 거야”

강 할머니는 딸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부녀 회장이 퍼 붓던 말이 생각났다.

“저……. 에미야……. 할……. 말……. 이……. 있…….”

강 할머니는 잠시 망설여졌다. 부담을 주어 오랜만에 돌아 온 딸이 다시 도망칠까 두려웠다. 딸이 눈치를 챘는지 강 할머니의 손을 잡고 물었다.

“왜? 엄마. 무슨 할 말 있어요?
“저……. 실은……. 니들도 마을 회관 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 대접해 주면 어떨까 해서…….”
“아. 엄마……. 무슨 말인지 알겠네. 미안해요. 그동안 다른 집 자식들은 자주 찾아왔을 텐데…….나는 한 번도 못해서…….”
“장모님. 걱정 마십시오. 내일 점심 저희가 거하게 쏘겠습니다. 장모님의 얼굴 살려 드리기 위해서라도 임금님의 수라상 못지않게 차리겠습니다.”
“맞아. 다른 사람들은 돈으로 샀죠? 나는 직접 요리해서 대접할게요. 우리가 베트남에서 배워 온 음식 솜씨 발휘해서…….엄마……. 기대해도 좋을 거에요.”

딸과 사위의 호언장담에 강 할머니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아침 햇살 같은 미소와 함께.

박경희 작가
오랫동안 방송 글을 써왔다.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도 창작에 뜻을 두어 <월간문학>에 ‘사루비아’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류명성통일빵집', '분홍벽돌집', '우리의 소원은 통일', '엄마는 감자꽃 향기',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이대로 감사합니다', '천국을 수놓는 작은 손수건' 등 그 외 다수의 책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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