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하나님의 은총 받아 먼저 십자가를 지는 한국교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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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하나님의 은총 받아 먼저 십자가를 지는 한국교회 돼야”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1.2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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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교단, 연합기관 등의 분열과 개교회 속의 갈등은 모두 사랑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수가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하나’라고 고백했던 이들의 문제 원인은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한 김영주 목사는 “가장 중요한 기본, 기초를 기억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편집자 주>

다름 수용 못해도 마음 담아 듣는데서 소통과 치유 일어날 것
교계 시국선언은 하나님의 정의, 평화 가치 따른 ‘신앙고백’
통일 문제, 세계교회와 함께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노력해야

- 2014년 새해 한국 사회와 교회를 향한 소망을 먼저 말씀해주시죠.

지난해 우리는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모습,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 경쟁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늘 뒷전에 설 수밖에 없는 소수자와 약자들의 모습, 아직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 민족의 모습에서 아파하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았습니다.

새롭게 밝아오는 2014년은 모든 아픔들이 치유된 세상,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기를 바랍니다. 일하고자 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기쁨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세상, 약자와 강자라는 대립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는 마음을 나누는 세상, 그리고 민족이 화해하고 하나 되는 세상이기를 소망합니다.

- 지난해 WCC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되면서 한국 교회는 참으로 많은 내홍을 겪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 상처를 끄집어내어 상대를 비난하고 할퀴는 반대운동들이 일어났었는데요, WCC 총회를 둘러싼 한국 교회의 갈등에 대한 교회협의 입장과 총회 후 ‘치유’의 대안을 듣고 싶습니다.

총회를 반대한 집단이나 교단과의 관계 형성, 관계 회복은 외면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치유의 대상은 분명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 일하는 사람, 정의를 세우기 위해 일하는 사람, 평화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덧입혀진 왜곡된 시선이고 소외일 것입니다. 신학의 차이, 교회 전통의 차이로 발생한 갈등과 충돌이라면 간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하겠지만, 무조건적 무비판적 일방적 공격은 수용할 수 없습니다. 비록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지만 마음을 담아 듣고자 하는 데서 소통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치유가 일어날 것입니다.

- 사회적으로 교회협은 국정원 대선 개입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반대를 일방적으로 보면서 ‘불통’의 문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문제와 소통과 화해의 방법을 말씀해주시죠.

아마도 교계 일부 진영에서는 교계의 시국선언을 불편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종교가 정치에 참여한다고 비판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정치적인 색깔이나 이념의 대치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에 성경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가치는 진보ㆍ보수를 떠나 함께 고백해야 할 신앙고백입니다. 비록 삶의 양식과 행동의 양식은 다르다 하더라도 이 신앙고백은 공동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의가 무너지고 평화가 깨어진 곳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가치를 선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진정한 소통과 화해, 상생을 위해서는 접촉점이 필요합니다. 그 접촉점은 옳고 그름을 먼저 판단한 후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판단이 다르다 하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해 주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합의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일은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이 합의의 과정을 만들어 가다 보면 좀 더디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그 과정을 거쳐야만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게 될 것입니다.

- 목사님께서는 오랫동안 한국 교회 연합활동에 참여해 오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 교회는 사분오열 되어 있고,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채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연합운동의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오늘날 한국 교회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외면하고 세속적인 욕망을 정당화하여 기독교다운 정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면서 정작 따르지는 않는 교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가슴 아프게 절감하며 역사와 사회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회개를 바탕으로 공공성을 확립하는 주체적인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공공성을 향한 공동의 과제를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서(엡 1:22-23) 교회들이 협력하고 공존하며 다양한 차이를 존중하는 연합과 일치를 이루는 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는 안으로는 예수 살기 공동체로 거듭나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공공적 가치를 스스로 실현하고 재정ㆍ교육ㆍ목회자 수급ㆍ교회 세습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자구ㆍ자정 능력을 확립해야 합니다. 또한 다원적 일치와 약자의 편에 선 공공적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진보와 보수가 모두 함께 하는 대연합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이 일을 위해 교회협은 어떠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먼저 한국 교회에 진보와 보수가 있는가 하는 사실부터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의 분열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언어가 바로 진보와 보수입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도 그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 진보, 보수로 나누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연합을 위해서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스스로의 색깔을 존중하되, 상호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각자의 역사성을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확대 재개편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교회협은 평화통일에 대한 오랜 기도도 이어왔습니다. 지난 연말 북한 지도부의 변화가 일어났고, 지금도 북한은 불안한 상황입니다. 평화통일의 가능성과 통일을 위해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평화통일은 우리 민족이 풀어야할 최대의 과제입니다. 북한이 붕괴돼 흡수 통일이 된다거나, 예기치 못한 사건과 방법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민족은 커다란 혼란과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남과 북이 서로 화합하고 연대해서 이루는 평화로운 통일은 어렵겠지만,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높이고 통일을 위해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는 분단의 문제를 세계 교회와 함께 협력함으로써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세계 교회는 8월 15일 직전 주일을 ‘8.15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주일’로 정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교회협은 예식서와 기도문을 영문으로 만들어 세계교회가 함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올해가 일본 도잔소에서 동북아시아의 정의와 평화에 관한 협의회가 열린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도잔소 30주년을 맞아 남과 북의 교회 그리고 세계교회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인 것입니다.

- 한국 교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과거 교회는 사회에 새로운 의제를 던져주고, 사회는 그런 교회를 존경하며 따라왔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부분에서 새로운 문물을 제공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감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때는 교회에서 성도 수, 교회 수, 선교사 파송 수 등의 숫자가 아니라 교회의 격이 중요했습니다. 고로 숫자만 이야기하는 지금의 한국 교회는 격이 없다는 이야기일 수 있죠. 핵심을 잃지 말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지켜야 합니다. 기독교인은 정직하고 신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자기 개혁과 정화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결과에 치우치는 모습에서 벗어나 과정에 집중할 때 한국 교회는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새해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전하는 귀한 인사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해엔 한국 교회가 하나님의 은총을 많이 받았으면 합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은총은 부자 되게 하심, 건강하게 하심, 잘되게 하심 등의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을 것이라는 천사의 음성을 듣고 어떻게 자신이 하나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힘들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의 선지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은총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주님의 은총을 받는다는 것은 고난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동참하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 교회가 주님의 은총을 받았으면 합니다. 이 세상에는 십자가를 져야 하는 일들이 아직 많습니다. 이 세상의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교회가 어떤 사랑을 베풀 것인지 고민하고, 자기개혁과 갱신을 통해 자신의 손해도 감수하는 기독교인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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