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상도] 한국교회 ‘사분오열’ 반성… 연합의 작은 가능성에도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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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상도] 한국교회 ‘사분오열’ 반성… 연합의 작은 가능성에도 집중할 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1.0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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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교회를 전망한다

한국 교회 신뢰회복을 외친지 벌써 수년째. 그러나 교회의 이미지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고, 소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히는 목사와 성도들조차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에 죄의식이 없다. 130년 기독교 선교 역사라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러운 전통과 신앙, 그리고 후배들에게 남긴 교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존경할 멘토, 의지할 교회도 없고 한 목소리를 내는 연합기구도 없다. 한 마디로 ‘어른’이 없다. 어른이 없으면 하나님 말씀이라도 잘 들어야 하는데 지금 교회는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2013년 한국 교회의 모습은 이같이 처참했다.

2014년 새해, 한국 교회를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곳곳에서 용솟음 치고 있다. 문제는 “죽어야 산다”는 일사의 각오가 부족하다는 점. 순교의 피로 세워진 교회. 지금 한국 교회는 하나님을 위해 나를 버리고 무릎 꿇고 회개하는 절체절명의 순교자적 각오가 필요하다. 한국 교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개혁과 갱신의 길로 돌아설 수 있을지 2014년은 미래 교회의 생존을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인 것만은 틀림없다. <편집자 주>

# 춘추전국시대, 연합의 서막?
출범 3년 만에 안정을 되찾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그러나 한교연의 자력으로 일어섰다기보다는 라이벌 격인 한기총의 몰락이 한교연의 위상을 높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5년 역사의 한기총을 차마 버리지 못했던 한국 교회는 홍재철 목사의 대표회장 연임 시도와 계속된 이단해제를 바라보며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WCC를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키며 ‘보수’의 명분을 내세운 합동 역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형국이다.

오는 21일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기총은 총회를 보름 남겨둔 시점까지 혼란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한기총의 위상이 하락한다는 간곡한 요청 때문에 부득이 하게 대표회장 연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힌 홍재철 목사는 이제 자신이 소속된 교단인 합동의 지지마저 잃었다. 몇몇 군소교단과 함께 한기총을 꾸려 나가야 하지만 대표회장 자리를 유지한다면 그만의 방법으로 2년을 버텨나갈 수 있을 터. 특히 현 정부와 친밀감을 수시로 표시하는 한기총은 한국 교회 대표단체라는 명분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보수 애국단체들과의 연합을 통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도 가능한 상황이다.

한기총으로부터 이단 해제라는 선물을 받은 단체들도 ‘보은(報恩)’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 한기총이 주관한 ‘대한민국 기독교의 밤’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다락방 인사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구 대성교회 인사들과 다락방의 주도로 당분간 몇몇 대형 행사들은 치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한기총 내부에 깔려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기총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한교연에도 과제는 여전하다. 합동과 고신까지 참여하는 범 기독교 연합기구로 틀을 확대해야 하고 하나된 교계의 목소리를 묶어내고 대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도 한교연의 몫. 그러나 이 일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굳건히 받쳐주어야 하고 한기총의 ‘아바타’와 같은 조직과 사업을 과감히 버리고 한교연만의 특색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해야 한다.

두 개의 단체만으로도 어지러운 판에 2014년 서두를 장식한 뉴스는 가칭 ‘기독교한국교회총연합회’라는 제3의 기구. 소식을 접한 교계는 뒤숭숭하다. 지지하는 목소리보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한기총 탈퇴를 선언한 예장 합동으로써는 교계의 중심으로 향하고 싶은 절박감이 담겨 있다.

소위 ‘기한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기구의 논의는 합동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한기총과 선 긋기를 시작한 합동이지만 그렇다고 WCC 중심교단이었던 통합과 곧바로 손을 잡을 수 없는 상황. 장자교단 신경전도 여전한 상태에서 통합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교연에 들어가기 싫다는 이유다.

합동 총회장을 지낸 장차남 목사조차도 “한국 교회의 연합이 시급하지만 기존의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교단 간 새로운 논의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자존심을 버릴 수 없는 합동은 지난해 창립했던 개혁주의연대 소속 교단들을 중심으로 ‘기한총’을 만들겠다며 새해 벽두부터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출범여부는 오는 21일 한기총 총회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임시총회 결의무효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홍재철 목사는 대표회장 출마 자격을 잃게 된다. 이 틈을 타 다시 한기총에 복귀해 정상화를 모색한다는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

# 연합의 작은 가능성이라도 찾자
그러나 합동의 제3의 기구 출범 소식은 교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연합’할 때라는 위기감을 한국 교회 전체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교회도 각종 공격 앞에 놓인 상황에서 기독교가 선구자적 역할을 하기는커녕 한 목소리로 대항하지 못하고 계속 궁지로 몰리는 현실을 모두들 개탄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의 기구’ 거론 자체가 부끄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기한총’ 출범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제3의 기구를 지금 만든다는 것은 명분이 없는 일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합동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WCC 반대운동 전면에 나섰고 개혁주의 보수신학을 고수해온 합동이 이제 와서 WCC 회원교단과 함께 연합에 참여한다면 보수교단들의 비난을 면키 어렵지 않겠냐는 고민도 담겨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기한총’은 제3의 기구라기보다는 한교연과 당대당 통합을 위한 일시적인 조직이 아니겠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았다. 연합을 위해 잠시 분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국 교회의 연합이 꼭 ‘교단’에 의해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강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뜻이 맞는 단체끼리 그리고 그 단체 안에 속한 교단들이 연합한 후 기구의 통합을 이뤄내도 늦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기류는 한국교회 선교 130주년 기념행사 준비모임에서 감지됐다. 선교 130주년 준비는 한교연, 교회협, 한장총, 미래목회포럼 등 다양한 성격의 기독교계 연합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속한 차세대 목회자들이 굵직한 책임을 감당하면서 기존의 기득권층과는 차별화된 130주년 행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벤트’가 아닌 ‘무브먼트’로써의 선교 130주년을 열고 초기 선교사들이 전한 복음과 그 복음 안에 담긴 가르침에 순종하는 2014년을 열어 나가겠다는 것.

또 다른 연합의 가능성은 ‘2014년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교연과 교회협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양 기구에 속한 전 교단이 참여하는 연합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기구의 분열 속에서 교회협과 한기총이 함께 드리던 전통이 깨어졌고, 예배 역시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지난해 부활절연합예배는 자그마치 3곳에서 드려졌다. 한 분의 하나님을 믿는 교회가 예배에서조차 하나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은 모두의 마음에 깊숙이 각인됐다.

이런 자성을 안고 올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교연과 교회협을 중심으로 범교단이 연합하는 하나의 예배로 드려지게 될 전망이다. 한기총의 추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예배만큼은 한기총도 참여시켜 대연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득도 힘을 얻고 있다.

# WEA 개최 가능성도 안개 속
교계 일각에서는 ‘연합’의 또 다른 대안으로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WEA 세계복음주의연맹의 총회 개최를 꼽고 있다.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의 대축제로 알려진 WEA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WEA 총회 개최는 그다지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WEA 총회와 관련된 인사가 한기총과 한장총 등에서 이단 논란을 겪은 바 있고, 한국 교회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 힘이 약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를 버리고 한기총을 파트너로 삼았다는 점에서 복음주의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 복음주의 신학자는 “세계복음주의 연맹(WEA) 서울총회를 위한 준비가 한기총의 분열 및 국내외로 파장이 확산된 모 인사의 이단논란과 같은 복음주의 진영의 혼란으로 작년 한 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에도 그 논쟁이 지속되어 많은 갈등이 예상된다”며 “반쪽 총회를 염려하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KEF)와 갈등을 빚고 있어 1년도 채 남지 않은 WEA 총회가 비정상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WEA가 한기총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과 관련해 김상복 목사가 의장직을 사임하고 한복협 대표 김명혁 목사가 “차라리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라”며 우려의 서신을 보낸 것이 이같은 염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WEA 총회 준비에 관심을 갖는 그룹은 복음주의진영보다 WCC 관련 인사들이 더 두드러진다. 이미 길자연 목사가 사임한 WEA 총회 준비위원장에 기하성 측 인사가 낙점됐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으며, WCC 참여 인사 중 몇몇은 ‘진보’적 색채를 지우기 위해 WEA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기총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진 중인 개정정관대로 한기총이 계속 유지되어 나갈 경우, 국내 주요교단들은 결국 WEA와도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십억의 예산 지원이 필요한 WEA 총회 개최 여부가 사실상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다.

# 가짜 회개는 그만, 주께로 돌아가자
연합할 수만 있다면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절박한 한국 교회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왕도(王道)’는 없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방법은 하나다. 무릎 꿇는 회개 뿐.

사회적으로 극한의 이념대립이 일어나고 있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부를 경계해야 하는 교회로써는 본질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소통’도 필요한 시대, 기독교가 먼저 ‘대화’의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가올 통일도 미룰 수 없는 준비과제다. 북한 군부 최고 실제 장성택의 숙청으로 북한사회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급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통일은 막연한 이상에 불과하다. 지금 교회는 도적같이 다가올 ‘통일’을 대비하지 못한 채 내부 갈등에만 매몰되어 있다. 통일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북한 사회의 붕괴가 일어날 경우 교회는 어떻게 북한에 선교적 접근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교회의 모습 속에서 개혁그룹 역시 개혁에서 제외될 수 없다.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도 ‘개혁과 정죄’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면서 자성론이 일고 있고, 편리한 신앙생활을 위해 대형교회를 찾았던 성도들은 잇따른 교회의 수난에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성도들의 신앙생활도 다시 본질을 찾아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방법’으로는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성경에 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은 기도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로라면 기독교 인구가 점차 줄어들 것이 자명한 현실 속에서 교회는 지금부터라도 ‘성경’을 교과서로 ‘예수님’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

한국 교회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영등포교회 원로 김승욱 목사는 “하나님의 징벌은 사람이 주는 벌보다 훨씬 무섭다”며 “회개 없이 은혜를 구하지 말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믿음으로 십자가를 질 때 교회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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