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대담] "힘든 터널 끝에 새벽이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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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대담] "힘든 터널 끝에 새벽이 올 것"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12.31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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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박위근 목사

 불통에 빠진 사회 ‘경청’으로 타인 이야기 먼저 들어야
누룩 같은 그리스도인이 ‘문화 변혁자’로 일어서길
십자가 정신만 있다면 연합은 가능... 다름을 수용해야

- 2013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올 한 해 교회와 사회를 어떻게 지켜보셨는지요?

교회와 사회가 비슷한 모습을 보인 한 해였습니다. 연말까지 사회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한 정국을 겪고 있습니다. 남북 갈등은 고조되고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다시 남남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철도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요. 모두들 자기 몫만 챙기고 자기 목소리만 냅니다. 국민을 볼모로 모두 싸우고 있습니다. 교회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WCC 총회가 올해 가장 큰 이슈였는데, 주최 측이나 반대 그룹이나 모두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반대할만한 분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설득했다면, 극한 대립과 반목은 없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입니다. 개 교회 사태, 연합기관의 이기적 행태 등이 오버랩 되면서 한국 교회는 참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이죠.

- 목사님 말씀처럼 정치권의 혼란과 북한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국 사회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갈등하는 사회, 반목하고 불신하는 사회에 대해 해결의 지혜를 주신다면.

서로 자기 생각만 고집하니까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겁니다. 교회도 사회도 국가도 모두 소통이 안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경청’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죠. 목회자는 성도의 소리를 잘 듣고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국민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열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 ‘들어주는’ 자세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이야기를 한동안 듣습니다. 내담자는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면 자신의 문제를 찾아냅니다. 스스로 발견하고 깨닫는 것이 상담의 기본이죠. 예수님도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자기 눈의 들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남의 눈에 티를 뽑는 것, 이것이 바로 사회의 갈등을 초래하는 지름길입니다. 정치도 교회도 해법은 하나입니다.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십시오. 내가 바뀌지 않으면 타인을 바꿀 수 없습니다.

- 교회도 본질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목회하신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조언해 주시지요.

제 생각은 항상 일관됩니다. 교회가 교회의 본 모습을 찾아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리처드 니버가 쓴 ‘그리스도와 문화’라는 책에 보면 다섯 가지의 그리스도가 나옵니다. 그 중에서 저는 ‘문화 변혁자 그리스도’를 들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문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루 속에 누룩을 넣어놓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반죽은 부풀어 오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이 있는 곳은 누룩이 들어간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고 소리 소문 없이 세상을, 그리고 세상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덩어리가 큰 반죽을 만들듯이 작은 교회나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으로 무장하고 변화됐을 때 그를 통해 가정과 이웃, 사회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죠.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성장에 몰입한 것을 반성하고, 소금과 빛이 되는 위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어지러워진 것은 분명 교회의 책임이고, 크리스천들의 책임입니다.

- 한교연 대표회장으로 일하시면서 정치적 집회를 자제하고 사치성 행사 역시 일체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겸손히 이웃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한국교회연합의 태동은 ‘의도’적인 것이 아닙니다. 한기총의 문제로 시작되었고 교단들의 강한 요구가 모아져서 창립된 단체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기총과 비교하며 경쟁 구도로 몰아가곤 합니다. 저는 다른 연합기관과 싸우는 단체가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과 한기총에 대한 비난은 삼가겠다는 마음으로 한교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총회를 섬길 때도 과시적인 행사를 자제했고, 본연의 일에만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봉사와 섬김은 교회가 해야 할 책임입니다. 대형집회를 하거나 정치적 선언을 내는 것은 지양했습니다. 연합기관인 우리가 섬김과 봉사의 모범을 보이면 여러 회원 교단장이나 함께 하는 분들에게도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 한교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독교는 단일 기구 없이 세 갈래 표류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하나됨’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입니다. 한기총에서는 어찌되었건 한교연과 통합이라도 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한국 교회의 연합이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가능할까요?

논란 중에도 WCC 총회 개막식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WCC는 잘 아시다시피 전 세계 크고 작은 교회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긴 역사 속에서 오해받을 부분도 있었겠죠.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교리와 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학적 일치가 불가능한 조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 속에서 합의를 이루고 대화를 나눕니다. 다름을 수용하는 훈련이 되어 있고 상대를 배려하는 토론을 합니다. 한국 교회가 배울 점이죠. 한교연에서도 크고 작은 교단들이 서로 배려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나를 이뤄가는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한교연과 한기총이 하나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협도 이전보다는 교회와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큰 우산 아래에서 하나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십자가 정신만 있다면 ‘한 지붕 두 가족’의 연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장총에서 선언한 ‘한 교단 다 체제’ 역시 일치를 향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는 것,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 한국 교회 분열의 이면에 이단문제가 깊숙이 깔려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텐데요, 이단에 대한 한국 교회의 경각심이 덜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 교회가 지나치게 이단에 민감한 것인지 이제는 헷갈리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단에 대한 교단과 단체의 입장이 일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단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성경이 쓰인 시대부터 이단과 투쟁했으니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단이 회개하고 이단자들이 회개하고 돌아올 때 받아준다는 것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정말 회개했느냐는 사실입니다. 돌아오고 품어주는 일에 정치색이 전혀 없느냐, 사람의 생각이 더 크게 들어간 것이 아니냐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독단적 교리로 쳐내는 것을 원하는 바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단에 대한 경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천지의 경우 목회 현장에서 그 폐해를 생생히 목격한 바 있습니다. 신천지로 이탈하는 성도를 보았고, 어떠한 설득도 통하지 않았어요. 이단의 꼬임은 그렇게 무섭습니다. 기존의 교회를 파괴시키는 목적을 드러내는 이단은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몽골이나 미국 등 해외 교회들에도 이단의 침투로 골치를 썩고 있어요. 경각심을 안 가질 수 없는 상황이죠.

- 새해, 성도들을 향한 덕담과 가장 좋아하시는 성경구절, 성도들이 내년에 꼭 새겨야할 말씀을 주신다면.

올해 교회는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냈죠. 어둡다는 것은 곧 새벽이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새벽이 온다는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교회가 더 교회다워지고, 성도들은 그리스도인다움을 회복해서 나간다면 교회가 처한 위기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우리 마음가짐에 달려 있으니까요.

저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을 가장 좋아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제 인생에서는 이 말씀이 이루어졌습니다. 실패도, 쓴 것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 중에 선을 이뤘습니다. 쓰디쓴 일이 있어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면 하나님의 손에 의해서 좋은 열매로 나타납니다.

성도들에게는 새해에 요한복음 16장 33절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예수님 안에 있으면 승리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승리가 성도 여러분들에게 있었으면 좋겠고 그 승리를 통해 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신뢰와 존경심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박해의 수난 속에 있을 때 교회에만 소망이 있다고 많은 이들이 찾아온 것처럼 교회를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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