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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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고
  • 승인 2003.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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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에 우리나라에 몰아닥친 I.M.F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겨주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한 세계경제기구 책임자들과 관계학자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 투명성은 곧 정직과 진실성을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스스로 진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으나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진실성이 부족하게 보였던 것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삼풍백화점 붕괴와 성수대교 붕괴사고, 그리고 이번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도 다 우리의 부정직함이 빚은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고 발생 직후 관계당국은 앞으로는 전동차를 만들 때 화재에 견딜 수 있는 불연재나 최상급의 단열재로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그동안 화재 예방을 위해 소홀했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화염전파속도, 유독가스 발생량, 연기밀도 등의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놓고 차량의 내장재를 모두 불연재나 최상등급의 난연재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동차 중에서도 수출용은 이와 같은 기준에 맞추어 화재에 철저히 대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공장에서 만든 전동차라 할지라도 내수용의 안전도는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이는 수출용과 내수용 전동차의 가격차이가 두배 가까이 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조 단가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전동차의 제작기준이 너무 추상적이고 허술해서 현행 국내 철도 안전규정에는 전동차 내 내장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유독가스 관련 부분이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안전불감증이란 말은 대충 대충하는 우리의 습관과 사회 각 분야의 부실함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점에 대해서 한국교회는 질타만 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면 주류 종교임에 분명한데, 이 사회가 정직과 진실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그 사회적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 14:6)이라고 말씀하신 예수께서는 “진실로 진실로”를 거듭 말씀하시면서 하나님 앞에, 인간 앞에 정직하고 진실되기를 요구하셨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기독교의 근본인 진리를 외면하고 개인주의, 이기주의, 개교회주의, 성장제일주의에 매몰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 나라를 정직한 사회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성장제일주의의 가파른 언덕에서 그 발걸음을 중지하고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진리와 정의와 양심으로 서야만 할 것이다. 부정직한 사회 속에서 벌어진 또 한번의 무서운 참사를 보면서 한국교회는 정직과 진리의 등불을 다시 켜고 이 민족을 살리는 길에 나서야 한다.

한국교회와 이 나라가 정직과 진실성을 회복하여 그 누구도 소외됨 없는 하나님의 형상으로써 서로 사랑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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