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영성으로 희망의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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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영성으로 희망의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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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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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희 (한국YWCA연합회 사무총장)

사회학자인 울리히 백(Ulrich Beck)은 근대화 이후 체계화된 규범체계가 우리에게 더 이상 안전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위험사회’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던 산업사회, 산업생산이 위험과 위기로 나타나게 되어 ‘불확실성의 사회로의 회귀’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험들은 늘 언제나 우리 옆에 있었지만,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이 다양한 변수를 만나게 되면서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 어떤 것이 우선적인지 주장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분명한 것은 산업사회 이후 우리가 기대를 갖고 있었던 도구적 합리성, 다시 말하면 기술화나 법제화등이 우리의 안전을 더 이상 보호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앞에는 너무나 많은 다양한 정보와 가치들이 있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의미 있고 행복한 것인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무엇을 입어야 할지,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지,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심지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누군가가 가르쳐 주는데로 결정해야 할 것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문맹, 컴맹보다 삶의 의미, 생활의 의미를 상실한 의미맹이 더 큰 문제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생태계, 한반도 평화, 다문화사회에 대한 대처를 포함해서 평화문제, 빈부격차 문제, 사회적 약자, 소수자 인권 문제등이 심각한 현실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특히 급속하게 시장화되는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혼란 속에서도, 신앙인에게는 분명한 비전이 있다. 바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이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있다고 알려주셨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 멸시받는 사람들을 택하셔서 강한자들을 부끄럽게 하신다”고 말씀하셨다(고전1:26-31). 하나님 나라의 운영 기준은 법에 의한 것, 강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사랑”의 계명이다.

“세상의 통치자들이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고 권력으로 내리누르지만, 너희는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20:20-28)라고, 그 운영 방식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계신다.

지난 한 해동안 기독교 여성운동으로서 한국YWCA는 “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라는 주제로, 다양함이 새로운 창조의 원천이 되는 시민사회를 위해 일했다. “함께 하는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공동체”의 가치가 살아나야 한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한 아이가 자신이 가진 물고기와 보리빵을 내어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를 위해 자기 것을 내놓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것을 주고 싶은 것, 모두가 함께 살아야 나도 행복하다는 공동체의 영성, 공생의 영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품은 신앙인들은 생명의 세상을, 희망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힘 없는자, 약한 자를 돌보고 섬기며, 억눌린자 편에서 친구가 되어 희망을 함께 만드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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