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특집 기자방담] 편집국 기자들의 2013 한국 교회,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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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특집 기자방담] 편집국 기자들의 2013 한국 교회, 못다한 이야기
  • 취재팀
  • 승인 2013.12.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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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속살 드러난 한국 교회 ‘보호 장치’ 마련에 촉각

▲ 지난 18일 기독교연합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기자들이 모여 한국 교계의 2013년을 되돌아보고 있다. 왼쪽부터 정하라, 공종은, 김목화, 권윤준, 이현주, 이석훈, 김동근 기자.
일 시 : 2013년 12월 18일
장 소 : 기독교연합신문 편집국 회의실

1.13 공동 선언 해프닝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갈라진
한국 교회 대변

세습방지법 불구 여전한 세습
회개와 갱신보다
자기보호 급급 한계도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는 느낌이다. 재작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올 한 해 사회가 혼란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시작으로 불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 전반으로 시국선언이 터져 나오고 “대통령 퇴진”을 운운하는 진보 세력의 시국 집회가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는 보수권이 맞불을 놓고 있다. 화합의 길은 요원해 보이고 해묵은 정치 논쟁에 민생은 점점 고달프다.

성경 속에 머물러야할 교회도 혼란 속에 머물긴 마찬가지. 대형 교회들의 구설과 분쟁, 연합운동의 갈등과 첨예한 대립, 개혁의 남용과 무차별적인 정죄문화로 교회도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 납세 요구에 ‘정교 분리’를 외치지만 교회 곳곳에 말씀보다 정치와 이념이 깊이 자리하고 있어 더 이상 ‘순결함’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염려하고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임하길 기도하며 현장을 누볐던 기자들은 10대 뉴스에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기자방담을 통해 2013년 한국 교회를 돌아보고, 2014년 새 희망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 1.13 공동선언문 파동
새해 초 교계를 뒤흔든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바로 한기총과 교회협의 ‘1.13 공동선언문’ 사건. 사임을 고민하던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대표회장이 100일 만에 복귀하면서 범복음주의권 연대를 꿈꾸며 한기총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WCC 반대 전면에 나섰던 한기총과 공동선언을 작성하면서 WEA 총회 협력까지 약속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종교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등 복음을 반대하는 모든 사상에 대한 반대 △개종전도금지주의 반대 △성경 66권의 무오와 절대 표준 천명 등이 담겨 있었다.

당시 선언문 합의에 참여한 길자연 목사는 “종교대회를 넘어 국가적 명예가 걸린 세계대회를 치르는데 있어 연합사업 차원에서 한국 교회가 단호히 입장을 천명해 이 대회를 잘 치루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먼저 제안했다”고 합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선언문 발표 그 순간부터 후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WCC를 적그리스도로 표현하던 한기총이 공동선언을 발표하자 보수권에서 변절이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가톨릭과 정교회를 일치의 파트너로 삼고 있는,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개종전도 금지 조항 삽입’을 두고 WCC 정체성을 훼손한 선언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이 사건은 한국준비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 총무의 사임으로 이어졌고, 에큐메니칼 ‘치욕의 날’로 기록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세계 에큐메니칼의 흐름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WCC 총회를 유치한 한국 교회가 준비기간 5년 동안 에큐메니칼이 무엇인지 상임위원들에게조차 이해를 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1960년대 WCC를 둘러싼 장로교회의 분열 이후 상처를 임시 봉합한 채 수십 년을 보낸 한국 교회가 한 발짝의 대화도 진전시키지 못한 채 보수와 진보의 극명한 한계선만 더 짙게 그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역사적인 WCC 총회는 성공리에 개최됐지만 지역 교회 깊숙이 ‘WCC=용공, 다원주의 집단’이라는 이상한 공식만 각인시켰고, 수십억원의 재정을 쓰고도 WCC 준비위는 아직 갚지 못한 ‘빚’으로 불명예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 세습 방지? 정면으로 비웃다
지난해 감리교에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후 올 가을 총회에서 ‘세습 방지’ 물결이 일었다. 올 가을 장로교단 총회에서 통합과 기장은 세습을 법으로 막았고, 합동은 구두 결의만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목회자의 대물림에 대해 교단 차원에서 일단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고신과 합신은 ‘세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성경적이지 않다는 입장과 함께 좀 더 신중히 연구하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그러나 사회적 비판과 교회 안에서의 자성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주요 교회들의 세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길자연 목사가 왕성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었고, 같은 단체 대표회장을 지낸 바 있는 성남성결교회 이용규 목사도 올 초 세습을 강행했다.

세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명성교회는 아들 김하나 목사의 입을 통해서 “총회 결의는 하나님의 뜻”이라며 세습 반대 결의에 대해 순종할 것임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목사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도 세습은 수없이 있었고, 성경에서도 세습 자체를 금하지는 않는다”는 교회 세습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면서도 “변칙과 술수를 쓰지 않을 것이며 이번 총회의 결정이 명성교회의 세습을 못하게 하는 결의가 아닌, 이 시대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로 존중하겠다”며 세습에 대한 그동안의 의혹을 불식시켰다.

교회 분쟁을 막기 위해 세습을 해야 한다는 옹호의 목소리가 있지만 사실 ‘세습 논란’ 이면에 원로 목사의 여전한 ‘수렴청정’이 가장 큰 문제라는 본질적인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 후임을 선임한 교회들도 분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원로 목사들이 자신이 성공적으로 일으킨 교회에 대한 ‘사유의식’이 여전하다는 것. 분당의 한 교회는 은퇴 후 10년이 지난 원로목사가 다시 돌아와 후임자를 흔들고 있고, 올해 초 담임목사 논문 표절로 논란이 일었던 사랑의교회도 후임 목사 공격의 이면에 원로 목사의 가족이 깊숙이 개입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한국 교회는 ‘세습’을 넘어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여겨지는 ‘원로제도’의 문제점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 ‘자기 보호’ 강화하는 교회
목회자의 도덕성 논란, 무리한 교회 건축 이후 이어진 교회의 부도, 막말과 흠집내기 등으로 싸움판에 놓인 교회를 두고 성도들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느끼는 더욱 큰 문제는 교인들이 먼저 기독교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깎아내리고 있으며, 계속된 비난 속에서 흔들리는 교회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루머’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 교회가 스스로 건강성을 지켜내기 전에는 누구도 보호해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가운데 교회의 신뢰도 추락과 교회 내 분쟁과 갈등에 외부 이단과 안티 세력의 깊숙한 개입 의혹을 드러내는 교회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장치들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예장 합동은 지난 9월 총회를 앞두고 헌법 개정안을 논의하던 중 “십일조를 하지 않는 교인에 대한 교인 자격을 정지한다”는 조항을 검토했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노회장 공청회에서 나온 이 조항은 ‘교인으로서 6개월 이상 예배에 출석하지 않거나 십일조 헌금을 드리지 않는 교인은 권리가 자동 중지된다’는 내용이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교인들이 교회 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앞장서서 교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분열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담긴 것이었다.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 조항은 아예 헌법 개정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폐기됐지만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겠다는 왜곡된 교회의 해법이 고스란히 속살을 드러낸 부끄러운 단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리교는 지난 11월 열린 입법의회에서 ‘교인이 재정장부를 열람하려면 입교인 과반수의 동의 서명 날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구설에 올랐다. 이 같은 결의를 접한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의 본질과 투명성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교회 재정을 감독하는 것은 교인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밝힌 개혁연대는 교회 재정 투명성을 위해 재정 공개는 수시로 자유롭게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회 보호를 위한 각종 수단들이 연구되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 등은 목회자 납세 등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교회의 재정 투명성과 관련해 더욱 투명한 재정운용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다. 교회협은 지난 11월 총회에서 한국 교회 투명성 재고를 위한 교회회계와 재무처리 기준 처리의 건’을 다루며 교회 회계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 그 밖의 남은 이야기들
비록 북한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베를린을 출발해 부산까지 이어진 평화열차의 여정은 한반도 분단과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린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평양 방문을 위해 독일에서 기차를 탔던 교포 성도나 중국에서 우리 정부의 불허로 끝내 불발된 평양 방문에 아쉬움을 표하며 일행을 이탈했던 참가자나 모두 남북관계 회복과 통일을 염원했을 것.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이데올로기’는 종교의 진리보다 앞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말 이어지는 불안한 시국은 대화와 타협점 없이 자신이 속한 이념적 이득만을 추구한 채 갈등을 부추기고 있고, 소외된 이웃을 돌본다던 교회들은 ‘쌍용차 해고 근로자’ 문제 등에 대해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교회가 보수 정권과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별반 이득을 보는 것도 없다. 세계 최대 종교 지도자로 꼽히는 조용기 목사도 검찰 조사를 피해갈 수 없었으며, 교회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기타 소득’이라는 편법으로 종교인 납세를 확정해버렸다.

실추된 교회의 권위를 회복하는 방법은 오직 성경에 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대명제 아래 ‘어떠한 교회가 될 것인가’ 본질을 고민할 시점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화해와 용서’, ‘사랑과 평화’로 오신 예수님의 방법을 따라야할 때다. <정리=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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