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이어온 현대시 ‘역사와 숨결’ 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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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이어온 현대시 ‘역사와 숨결’ 한 곳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11.12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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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백석문화대, 지난 8일 ‘산사현대시100년관’ 개관

경희대 산사 김재홍 교수, 고향 천안에 평생 소장품 기증
한용운·서정주 등 유명 시인 친필 자료 1만6천여 점 전시

현대시 100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산사현대시100년관’이 개관했다.

지난 8일 천안 백석대학교 창조관 13층에 문을 연 ‘산사현대시100년관’은 경희대 국문과 ‘산사(山史) 김재홍 교수’가 기증한 1만 6천여 점의 현대시 관련 자료들로 채워졌다.

국문학자이자 시인으로 40여 년간 현대시를 연구해온 산사 김재홍 교수는 ‘님의 침묵’, ‘진달래꽃’ 등 희귀시집 수백 권을 포함해 시집, 학술서적, 초상시화, 시화, 시인들의 육필 시, 사진 등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묻어 있는 문화재급의 귀중한 자료를 백석대에 기증했다.

천안 목천 출신인 김 교수는 고향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담아 자신이 평생 모아온 소중한 현대시 자료를 기증했다.

김 교수는 “저는 사회로부터 시를 공부할 수 있는 은혜와 또 시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은혜를 입었다”며 “그 은혜를 다시 사회에 돌려드리는 것일 뿐”이라며 겸손한 인사를 건넸다.

김 교수는 시가 표방하고 있는 인간사랑과 생명사랑의 정신이 개혁주의생명신학과 상통한다며 시문화 발전에 백석대학교-백석문화대학교가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체 4관으로 구성된 ‘산사현대시100년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집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김춘수, 조병화, 박두진 시인의 육필족자, 고은, 서정주, 김지하 시인의 육필액자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김소월, 한용운, 최남선의 초상시화 등 희귀한 자료들로 가득하다.

제1관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는 윤문영 화백이 그인 대표 시인 초상화와 170여 시인의 대표시가 어우러져 시인의 모습이 시 속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감상할 수 있다.

제2관은 ‘시와 그림’으로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선비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으며, 제3관 ‘육필병풍’은 고은의 14폭 육필병풍과 미당 서정주의 육필병풍 등 여러 점이 전시되어 시가 일상 속에서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제4관 ‘시의 숲’에는 시인들의 육필액자와 족자, 시인의 표정코너와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나도 시인 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어 상호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시인의 표정 코너에는 네덜란드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컨셉으로 시인들의 감성이 살아 있는 흑백사진을 전시했다.

백석대학교는 기증자의 뜻에 따라 현대시 자료들을 영구 보존, 진열하기로 했으며,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문을 열어 현대시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백석학술정보관장이자 현대시100년관 관장을 맡게 된 문현미 교수는 “역사를 담아낸 시인들의 작품과 희귀 시집을 통해 일제 강점기 한국 사회와 6.25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견뎌왔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우리말인 ‘민족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애써왔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전시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산사 김재홍 교수는 자신이 평생 모은 자료로 종로구 명륜동에 시박물관을 열어 운영해왔다. 그러던 중 자신의 고향인 천안지역이 문화적으로 발전하길 소망하며 지난 6월 백석대학교에 기증의사를 전해왔다.
김재홍 교수의 호 ‘산사(山史)’는 시산의 역사적 증인이 되라는 뜻을 담아 미당 서정주 시인이 지어준 것으로 시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에 평생을 헌신해왔다.

이번 ‘산사현대시100년관’ 개관으로 독보적인 현대시 관련 자료를 소장하게 된 백석대학교는 한국 현대시 문화와 발전을 선도하게 될 전망이며, 전시관 개관 소식과 함께 내로라하는 국내 시인들이 잇달아 기증의사를 밝히는 등 현대시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문현미 교수는 미당 서정주의 육필 ‘동시’와 형산 정진규 시인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슬픈 공복’ 육필시도 기증됐다”고 전했다.

김재홍 교수는 시자료 이외에도 시와 관련된 학술서적 1만2천 권도 기증해 백석학술정보관 4층에 ‘현대시 기증자료실’도 마련됐다.

백석대 최갑종 총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현대시 100년관은 시 콘텐츠의 보고이자 시 사랑 정신의 구현은 물론 백석대 설립 취지인 영적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실천하는 현장이 될 것”이라며 “나라사랑, 생명사랑, 인류사랑의 발원지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국가원로 자문위원인 시인 김남조, 한국시인협회장 시인 신달자,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박물관정책기획단장 김성호, 충청남도 부지사 박정현, 천안 성무용 시장의 축사가 있었으며, 명예박물관장에 기증자인 김재홍 교수가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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