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할 때 강함 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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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할 때 강함 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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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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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목사 (동네작은교회)

신학교를 들어간 때가 80년대 였습니다. 동시대에 예수를 열심히 믿는 사람이 이렇게 많고 구령의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를 매일 느끼며 신학교를 다녔습니다. 교회생활과 전도, 기도와 묵상 뿐만 아니라 시대의 아픔과 민주화, 통일을 위해 밤을 새며 채플실에서 부르짖고 학교 뒷동산의 기도굴을 지키는 선배들을 보며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사안을 보는 관점과 행동의 양식이 달라서 누구는 짱돌을 들고 교문에서 전투경찰과 대치를 하고 또 어떤 학우는 금식과 철야로 시국을 위해 부르짖었지만 아무도 서로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시대가 아팠고 기독교만이 예수만이 이 시대를 바꿀 수 있다는 진실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종종 강단에서 신학수업을 진행하시다 목회자 후보생들을 위해 신학이라는 학문 너머에 있는 인격과 삶이라는 부분을 빼놓지 않고 도전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없는 가르침 중의 하나는 ‘목사가 되면 세가지를 반드시 준비하라’는 내용의 말씀입니다. 첫째는 말씀을 전할 준비, 즉 언제 어디서든 설교를 해야 되면 누구 앞에서든 어떤 자리에서든 진리를 증거할 확신과 복음증거의 담대함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두번째는 이사갈 준비, 네가 아무리 훌륭한 목회를 하고 큰 업적을 남겼을 지라도 성도들이 떠나달라 그러면 아무말 말고 교회에서 이사를 가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셋째는 죽을 준비, 오늘 밤이라도 주님께서 그만하고 오라고 하시면 아무리 큰 사역을 하고 있고 중대한 일을 맡고 있더라고 여기까지 인도하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삶을 끝낼 마음을 갖으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그때 신학교 시절이 오히려 그립습니다. 기숙사 식당의 음식은 늘 배고프고, 사역하는 교회의 부흥회와 신학교 중간고사는 늘 겹쳐서 열리고, 등록금은 연체되어 재무과에서 독촉하는 게시판에 이름이 적혀있는 학우를 보며 마음이 짠해지던 그시절… 그렇게 힘들고 아프고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말씀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진리가 승리한다는 확신의 갖고 사는 주의 종들이 강단에서 올곧게 선포하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좀 가난했지만, 성도들은 늘 소중한 것들을 말씀의 종과 나누는 것을 보람으로 생각했고, 목회자들은 가난한 성도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여 아픈 곳을 만져주고 상한 심령을 위로해 주던 그런 목회가 그립습니다.

한국교회가 너무 부자가 되었습니다. 너무 잘살고 있습니다. 너무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큰 일을 할 줄 알았는데 그러려고 더 큰 예배당을 짓고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았는데, 이제보니 한국교회가 더 크게 사고 치고 더 크게 타락해 버렸습니다. 가진게 너무 많아서 성령님이 안계셔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없이도 못할게 없는 교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종교개혁의 주간..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그 정신대로 우리가 복음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진지하게 바라 본다면, 한국교회는 그리고 나는 이미 예수의 삶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서 버린, 아니 예수를 손가락질 하고 트집이나 잡으려는 바리새인과 서기관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다시 예수의 삶, 예수의 정신, 예수 그리스도가 전하신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만 있으면 한국교회는 살아 날텐데, 그의 나라와 의는 사라지고 풍요와 권력과 이익집단의 혈기만 남아 버렸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의 통치가 보이지 않는 교회는 예수님 말씀처럼 맛잃은 소금에 불과합니다. 맛잃은 소금은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런 천국은 너나 가라’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 하나님 나라의 짠맛이 도무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빈궁한 자의 자리에 가는 한이 있더라고 그 짠맛이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수만 있다면 그것이 축복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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